한반도 곤충 ‘호적등본’ 만든다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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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박규태 교수팀, 올해 안에 분포도 완성...동유럽 학자들의 ‘북한 표본’ 분류


 

 한반도에 서식하는 곤충에 대한 ‘호적등본’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강원대 곤충계통분류연구센터(소장 박규태.농대 농생물학과 교수)에서는 지난 90년부터 동유럽권에서 을여온 북한지역의 곤충표본과 연구자료를 분류해 이를 토대로 올해 안에 한반도 곤충 분포도를 만들 예정이다.

 소나 돼지도 아닌 한낱 벌레의 분포도가 대수로운 까닭은 박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곤충은 해충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대개 ‘곤충은 해충’이라는 관점에서 곤충을 연구해 왔다. 곧 해충 박멸을 위한 연구였다. 그러나 이제는 활용 가치가 높은 생물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동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곤충에 대한 실태조사와 수집이 분류학자들에게 중요한 몫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고 해도 어떤 종이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 존재하는지조차 파악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북한측, 곤충 분류에 소극적

 이 점은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를 받들어 만든’ <곤충분류명집>(주동률, 과학원출판사, 1969년), <조선나비원색도감>(주동률.임홍안,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7년) 등은 하나같이 “우리나라(북한)의 곤충을 분류체계화하고 리로운 곤충을 효과적으로 리용하며 해로운 곤충을 적극 박멸하며 곤충명의 동일성을 보장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책을 출판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막상 북한이 현재까지 발표한 북한지역 곤충 수는 모두 3천5백97종(69년)에 머무르고 있다. 또 곤충 조사자료도 앞에서 예로 든 나비 도감(87년)과 임홍안의 논문 1편(88년)이 확인될 뿐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3만2백34종, 남한은 8천2백여종을 분류했다. 한마디로 말해 북한이 그동안 ‘분류 사업’을 게을리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게으름은 동유럽권의 ‘북한 생물자원 연구’에 견주면 특히 두드러진다. 박교수에 따르면, 동유럽 국가들은 각국의 과학원이 중심이 되어 이미 59년부터 북한과 과학협정을 체결하고 북한에 원정탐사하여 2천7백4종(곤충류 2천5백60종, 소동물 1백 44종)을 보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동유럽 학자들이 곤충 3백 42종을 포함해 신종을 4백 8종이나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신종 70종쯤을 발표한 남한 지역 연구에 비추어 보아도 대단한 성과이다.

 특히 헝가리의 경우 자연사박물관을 중심으로 지난해까지 13회에 걸쳐 북한 지역을 원정탐사한 결과 총 채집표본 수만도 20만점에 이르고 연구논문 또한 1백여편이나 된다. 폴란드 또한 과학원 산하 동물 분류진화연구소를 중심으로 하여 89년까지 12회에 걸친 원정탐사를 통해 곤충 및 연체동물을 7만여점 채집해 이 표본으로 논문 45편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밖에 불가리아, 옛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도 각각 수차례씩 원정탐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지역 탐사를 생각할 수 없는 박교수가 한반도 곤충에 대한 계통분류 작업에 나서게 된 것도 바로 동유럽권이 채집한 표본과 논문자료 덕분이다. 박교수는 그동안 헝가리 폴란드를 두차례 방문하고 그곳 학자를 초청해 입수한 1백70여편의 북한지역 절족 동물 관련 논문을 요약해 이를 <북한산 곤충조사 자료집>으로 묶었다. 또 이들 표본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백두산에서 채집한 밤나방류 등 신종을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나방류만도 2백50여종을 찾아냈다. 물론 “아직 작업이 진행중인 여러 분류군에서 더 많은 신종과 한반도 미기록종 등 새로운 분류군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분류학자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남.북한을 통틀어 호적등본을 만드는 일은 지난 50년간 단절된 한반도 생물상을 잇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용어 통일’ 숙제

 이는 통일 이후의 학문적 통합을 위해서도 긴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용어가 일치하지 않는 데 따른 분류작업의 어려움도 있다. 이를테면 북한은 나방을 밤나비로, 하늘소를 돌드레로 이름매기고 있어 “국토 통일 전에 용어통일부터 먼저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제기구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희귀한 인위적 자연보전 지역인 비무장지대를 국제생물보전지역으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오는 5월에는 한반도 생물상 연구와 관련해 강원대 곤충계통분류연구센터가 주최하는 국제곤충심포지엄이 강원대에서 열린다. 이 학술토론회에는 러시아과학원 블라디보스토크생물연구소, 중국과학원 북경동물연구소, 폴란드과학원 동물분류진화연구소 등 옛 공산권 연구소의 학자와 일본 학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교수는 그중 일부 학자를 짧게는 보름, 길게는 석달쯤 한국에 ‘억류’시킬 작정이다. 그동안의 자료교환 및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생물상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기 위해서이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환경과 생물상의 변화로 말미암은 인과관계를 밝히는 연구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와 같은 주변국들과의 협력은, 어느 한쪽의 ‘빈곤함’과 ‘반쪽 불구’에 머물렀던 생물상 조사를 지구 환경보전 차원에서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는데 이바지하는 쪽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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