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현명관 피 말리는 접전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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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지지율·당선 가능성, 박빙의 1·2위

 
5·31 지방선거는 제주도민들에게는 특별하다. 바로 초대 특별자치도 도지사를 뽑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제주특별자치도법이 공표되었고, 7월1일 시행된다. 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따로 뽑지 않는다. 도지사 후보와 러닝메이트(사전 예고제)로 뽑힌다. 

초대 특별자치도 도지사 권한은 막강하다. 중앙정부에서 특별자치도로 위임한 권한만 1백44개 분야에 9백9건에 이른다. ‘소통령’으로 불릴 만하다. 그래서 도지사직을 놓고  ‘사생결단’의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후보 지지도를 물었더니, 무소속으로 나선 김태환 후보(33.7%)가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25.8%), 진철훈 열린우리당 후보(19.4%)를 앞섰다. 김호성 민주당 후보는 1.6% 지지율에 그쳤다. 실제 투표율과 가까운 적극적인 투표 의사를 보인 층에서도 김후보(35.8%)가 현후보(28.5%), 진후보(19.4%)를 따돌렸다. 지지율에서는 3강 1약 구도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을 놓고 보면 2강 구도로 좁혀졌다. 도민들은 김태환 후보(36.1%), 현명관 후보(25.8%)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반면, 진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8.8%로 낮게 보았다.

지지도와 당선가능성에서 김태환 후보가 앞서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안한 1위’다. 김후보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러닝메이트·제주시 표심이 당락 좌우

당초 김태환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 도지사였다. 한나라당이 현역 지사를 두고, 현명관 후보를 영입하자 탈당했다. 열린우리당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김후보를 영입하려 했고, 김후보의 열린우리당행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철훈 열린우리당 후보가 반발했다. 지난 2004년 도지사 보궐 선거에서 김후보와 맞대결을 벌였던 진후보는 단식까지 감행했다. 5월5일 열린우리당은 김후보 개인 신상 이유를 들어 영입을 포기했고, 김후보는 다시 무소속으로 나섰다. 이른바 ‘5·5 파동’이다.

 
5·5파동은 김태환 후보에게는 타격이었다. 이번 파동이 국민회의-무소속-한나라당을 오간 김후보의 당적 변경 전력까지 상기시키면서, 지지율이 꺾였다. 김후보는 5월8일 지사직을 사퇴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김후보측 홍원석 대변인은 “뒤집힐 줄 알았는데, 이정도 버틴 것도 다행이다. 이제 반등세로 돌아서는 일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지지율이 꺾이기는 했지만, 김태환 후보가 강세를 유지하는 것은 그의 부지런함과 실적 때문이다.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한 김후보는 관선·민선 제주시장을 거쳤고 지난 2004년 보궐 선거에서 도지사로 뽑혔다.

지난 2년 동안 도정 업무에 대한 도민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도지사로서 김후보의 역할 수행 평가를 물었더니, 열 명 가운데 일곱 명(70.0%)이 ‘잘했다’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제주특별자치도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가 지사 선거 때 내걸었던 대표 공약이 바로 특별자치도법이었는데, 이것이 참여정부 시책과 맞아떨어지면서 그의 성과로 인정받고있는 분위기다. 이번에 김후보가 내건 선거 구호도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대한 도민들의 평가’이다.

도민 92.1% “투표할 의사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한 때문인지, 인물 적합도에서도 김후보가 앞섰다.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지사감을 묻는 설문에서 김후보는 34.1%로 현명관 후보(23.7%), 진철훈 후보(16.9)를 따돌렸다.

 
그러나 김후보가 무소속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나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는 제주도 방언으로 ‘홀꼬로미(혼자서) 특별자치도를 이끌 수 없다’고 김후보를 몰아세우고 있다. 진후보는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삼성 CEO 출신인 현후보는 국제 감각을 갖춘 후보만이 특별자치도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남아있는 세 후보간 접전 구도의 변수는 도지사 후보와 짝을 이루는 러닝메이트다. 제주시장·서귀포시장에 누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느냐에 따라 한차례 더 판세가 흔들 것으로 보인다. ‘홀꼬로미 도지사’ 비판을 받으며 불안한 1위를 유지하는 김태환 후보의 굳히기 복안이 여기에 있다.

제주도 유권자는 41만여명. 이 가운데 제주시가 21만여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53.1%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북제주군 7만8천여명(18.1%), 서귀포시 6만2천5백여명(15.1%) 남제주군 5만6천7백여명(13.7%) 순이다. 유권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제주시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훈 제주시장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5월10일 김시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같은 날, 김시장의 부인이 김태환 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나타나 지지를 보냈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태환-김영훈 러닝메이트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김태환 후보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이에 맞서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는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강상주 전 서귀포 시장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 단식을 접고 뒤늦게 발동이 걸린 진철훈 열린우리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는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소통령이나 다름없는 초대 특별자치도 도지사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도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투표여부를 물었더니 도민 열 명 가운데 아홉 명(92.1%)이 투표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인 투표 의사를 보인 층도 71.1%에 달했다. <시사저널> 조사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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