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감상주의로는 안된다”
  • 한종호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5.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은 통일된 것이 아닙니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은 더욱 높아만 갑니다.” 1973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독일에서 교수 자격을 딴 박성조 교수(베를린대ㆍ경제학)는 통일독일의 오늘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교수는 최근 독일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베스트셀러 ≪선언≫을 국내에서 출판하기 위해 모국을 방문했다.

 ‘이 나라는 변혁되어야 한다’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둔 호프<디 자이트> 편집국장, 슈뢰더 훔볼트대 교수 등 독일 각계 저명인사 7명이 함께 쓴 것이다.

 이 책이 독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독일 통일이 뚜렷한 청사진 없이 정당이기주의의 산물로 이루어졌고 번영은커녕 오히려 동서지역 간의 분열을 깊게 만들고 있음을 통렬히 비판했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한국에서는 독일이 오랫동안 통일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대단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며 통일을 위해서는 독일보다 훨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감상주의 배제’이다. 그는 “북한 사람을 한 민족이라고 해서 남한 사람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통일은 사회주의를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독일에서와 같은, 인종 차별 이상으로 극심한 동서반목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통일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든 거기에는 한국이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는 전제가 있는데, 과연 국민들이 이를 위해 수십년 동안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언≫의 결론은 심각한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 민족에게 정신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