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에 백만평 규모 경공업 단지 세운다”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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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김윤규 사장 인터뷰 / “백두산 관광도 구상중”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 실무 총책임자인 김운규 현대아산 사장(55ㆍ현대건설사장 겸임)이 서울에서 열리는 ‘통일농구대회’를 앞두고 지난 12월 17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사장은 현대가 북한에 공단을 조성하려는 사업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계획을 밝혔다.

즉 북한 신의주 지역에 약 백만평 규모 경공업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현재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의주 경공업 단지 구상은 그동안 추진되어 온 서해공단 사업과 병행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성사될 경우 남북 경협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는 한반도와 대륙을 잇는 관문과 같아서, 이곳에 경공업 단지가 조성될 경우 앞으로 대륙을 향한 남북 공동 수출 전진 기지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사장은 이밖에도 남북 농구 단일팀 구상 및 금강산 개발에 이은 백두산 관광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입장을 밝혔다.

신의주 경공업 단지 계획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지난 11월15일부터 5일간 서해공단 부지 조사단이 신의주를 조사했다. 북한은 이전부터 신의주에 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수출 전진 기지를 이곳에 두겠다는 구상이다. 우리가 가서 조사해 본 결과 대규모 공단 입지는 아니지만 이곳의 실정에 맞게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단의 규모와 성격은?
80만~백만 평 규모를 생각 중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여의도가 90만평 정도인데, 여의도 크기를 연상하면 된다. 공단 상격은 수출 지향형 경공업 단지다.

수출 대상 지역은 주로 어디인가? 그리고 주요 생산 품목은?
중국과 러시아가 타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쪽 철도를 이용해 유럽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품목은 앞으로 좀 더 연구해야 한다. 당장은 중국 시장에서 팔릴 품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중국측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이곳말고도 정주영 명예회장 고향인 통천에도 소규모 경공업 단지 건설을 추진중인데 이곳에서는 금강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을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신의주가 서해공단 후보지로 부적절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서해공단은 공단 부지만 8백만평에 배후 시설까지 하면 2천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공단이다. 신의주는 이보다 적은 규모는 가능해도 이 정도 규모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우선 항로나 하안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고, 겨울이면 강이고 뭐고 다 얼어붙는다. 전력공급 사정도 좋지 않다. 특히 남쪽에서 너무 떨어져 물류비가 많이 든다. 지난번 부지조사 결과 보고서를 이미 북측에 전달했다.

북측은 현대가 제시한 해주 지역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된다는 입장은 아니다.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북측이 해주가 어렵다고 한다면 해주보다 약간 위족이라도 상관없다. 될 수 있으면 남쪽에 가까운 곳이 좋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해주 위쪽도 괜찮다고 했는데, 어디를 말하나?
해주 위쪽으로는 남포가 적당하다. 여하튼 우리 원칙은 분명하다. 2천만평이라면 대단히 큰 규모다. 앞으로 세계 어느 기업이라도 와서 보고 이 정도면 입주할 만하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북측 통일농구단 단장 자격으로 서울에 오게 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자주 접했을 텐데 그의 북한내 역할이나 인물평을 한다면?
우리가 북측으로부터 듣기에는 송부위원장이 92년 서울을 방문한 김달현 부총리보다 직책이 높다고 한다. 그동안 20여 차례 만나보았는데, 외교관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성격이 매우 온화한 분이다. 아태평화위에서 현대 사업을 책임지고 있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타입이다.

우리 정부와 접촉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있는가?
송부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난 9월 평양 농구 대회에 참석했던 데 대한 답방 차원이다. 이번에 정부와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우리도 가지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계획은 없다. 또 현대는 북한과 경협사업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나서서 그런 얘기를 할 입장도 아니다.

일정을 보면 도착 당일인 22일에는 현대가 주최하는 만찬이 있고 24일에는 아태측이 주관하는 만찬이 있다. 그리고 23ㆍ24일 경기가 있는데, 이런 자리에서 정부측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런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농구 대회뿐 아니라 앞으로 체육 교류를 정례화하려면 당국간 접촉이 필요하지 않겠나?
꼭 당국이 아니어도 체육회나 유관단체끼리 협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남북한이 서로 신뢰를 쌓아가면 당국간 회담도 열릴 수 있으리라고 본다.

북한의 농구 실력이 대단한 것 같던데, 앞으로 남북이 농구 단일팀을 구성해 국제 대회에 나갈 계획은 없나?
북측에 이미 그런 제안을 해놨다. 김용순 아태평화위 위원장이 이명훈 선수를 포함한 남북 단일팀으로 미국 NBA팀하고 한번 붙어보자고 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두로는 얘기가 오갔다.

금강산 관광 사업에 외국인 관광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참여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1~2월께를 목표로 해외 동포와 외국인도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얼마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원을 대상으로 금강산 사업과 서해공단 사업 설명회를 열기도 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서해공단에 입주하겠다는 기업도 상당히 많았다. 금강산은 외국인 관광에 대비해 세계적으로 관광개발 경험이 있는 기업과 손잡고 마스터 플랜을 짤 계획이다.

백두산 관광에도 관심을 두고 있나?
물론이다. 이미 북측과 몇차례 얘기를 했다. 그런데 금강산 개발만 해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일이어서, 당장은 통천에 비행장을 만들어 거기서 백두산까지 가는 관광 코스를 구상 중이다. 물론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관광객을 위한 비행장 건설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최근 삼성도 대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를 보이고 있는데,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결성할 생각은 없나?
물론 있다. 서해공단에 삼성이 들어올 수 있고, 또 국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만들 수도 있다. 그강산 개발도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북측에 이미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비용을 우리한테 내야 한다.

현대 대북사업의 실무 총책이자로서 그동안 해온 일을 평가한다면?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일관된 정책, 그리고 김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지고 밀어주셔끼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금강산 사업은 현대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국가적 국제적 사업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후손에게 물려줘도 부끄럽지 않은 세계적 관광지로 개발해 갈 것이다. 또 이번에 북측 농구단 62명이 온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해빙 무드를 조성하는 데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이 같은 민족으로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계속 접촉해 간다면 내년에는 훨씬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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