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손발 자르는 ‘탐욕’
  • 장 미셸 쿠스토 (쿠스토협회 수석부회장) ()
  • 승인 200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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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의 심장부에 있는 작은 나라다. 지금 그곳에서는 한 나라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서는 가장 많은 병력이 활동한다.

   호주 피지 프랑스 인도 일본 등 43개국에서 모인 군인과 민간인 약 1만7천6백여명이 유엔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 소속으로 일한다. 유엔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의 임무는 캄보디아 4개 적대세력이 20년 이상 계속된 내전을 끝내고 91년 10월23일 파리에서 조약한 내용에 따라 공존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10년을 끈 협상은 파리조약으로 일단락됐다. 전쟁을 끝내는 데 동의하도록 하는 일은 전쟁을 수행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그러나 미친 듯이 죽음을 재촉하는 전쟁은 지금도 계속된다.

   유엔은 캄보디아에서 폭력을 끝내기 위해 영웅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전쟁의 비극은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으며, 죄없는 희생자는 평화의 손길로부터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매달 민간인 3백 30명이 적을 저지하기 위해 묻어둔 지뢰 때문에 죽거나 불구가 된다. 그 대부분이 아이들이다.

   나는 프놈펜에 있는 한 재활센터를 방문했다. 거기서는 손발이 날아간 어린이들이 의수나 의족 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그들의 다리를 보면서 우리는 지뢰에 담긴 죄악의 치밀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전쟁은 인간의 천재성을 악용하고

   지뢰는 대부분 적을 죽이지 않고 다리를 자른다. 적은 전우가 죽으면 그 시체를 버려두고 계속 돌진해오지만 전우가 부상하면 그를 돌보기 위해 진군을 멈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는 인류의 천재성이 전쟁을 위해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적을 저지하기 위한 지뢰뿐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환경파괴도 다음 세대의 손발을 잘라내고 있다. 태국과 접경한 캄보디아 북부 지역은 크메르루주 공산 세력이 점령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무자비한 벌목으로 아름드리 나무로 가득하던 숲이 황폐화하고 있다. 잘린 나무는 태국으로 불법 판매된다. 알몸이 된 산비탈은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캐내기 위한 채굴로 또 파헤쳐진다.

   우리는 산 언덕이 호스에서 뿜는 고압의 물로 파괴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땅을 씻어내어 강으로 흘려보내는 짓이다. 산의 옷을 올랑 벗기는 무자비한 채굴로 얻은 보석도 태국인에게 팔려나간다. 그 수익으로 크메르루주는 총과 탄약을 산다.

   그러나 그 지방 사람에게는 나무와 그 뿌리를 유지하는 흙이 훨씬 더 값진 것이다. 큰 호수인 토늘삽은 이 지역 식수의 주요 공급원일 분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값진 식량을 베푼다. 이 호수는 남쪽 메콩 삼각주 지역을 왕래하는 물고기들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곳이기도 하다.

 

 진흙범벅의 물을 마셔야만 하는 불구 소년의 미래

   그러나 호수로 흘러들어가 바닥에 쌓인 흙은 물고기를 질식시키고 급수펌프를 막아버린다. 결국 멀지않은 장래에 호수 근처에 사는 사람은 마실 물과 식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상류에서는 태국과 라오스가 메콩강에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메콩강의 범람 주기가 크게 바뀔 것이다.

   소수의 사람은 부유하게 되겠지만 환경은 파괴되고 지역 주민은 가혹한 미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루하게 계속되는 전쟁의 그림자 밑에 숨어 있는 개인적 이해 관계는 두 나라의 주요한 자연 활동과 수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한다.

   나는 재활센터에서 본 다섯 살 소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그러나 그는 용감하게도 새로 단 의족으로 걸음마를 배우는 것을 게임처럼 생각한다. 나는 그의 야윈 손을 잡고 그가 무엇을 꿈꾸는지 물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미래를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먹고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매는 미래, 숨겨진 지뢰에 또다시 희생당하는 미래, 진흙으로 범벅이 된 물을 마셔야만 하는 미래, 산이 온통 강으로 씻겨 내려가버린 미래…. 그가 가질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이란 어떤 것인가.

   또 나는 영웅적인 평화유지군 1만7천6백명과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구출된 다른 생명을 생각했다. 그것은 합치할 수 없는 평행선과 같은 미래의 두 모습이다. 허망한 미래가 될 것인가 아니면 확신에 찬 미래가 될 것인가. 어느 것이냐에 따라 캄보디아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전쟁의 포연이 채 가라앉지 않은 이 아름다운 땅에 더 큰 삶의 진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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