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매 셔츠, 없어서 못팔아요”
  • 김재태 기자 ()
  • 승인 1997.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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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패션 열기 타고 ‘시원한 의류’ 불티 … 여성 마이카족 증가도 한 원인

유난히 더위가 위세를 떨친 올 여름 여성들의 의상은 불쾌지수와 경쟁이나 벌이듯 한층 더 짧아졌다. 혹서가 극심했던 94년에도 여성들의 노출 패션이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지만 올해의 양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배꼽티로 불린 미드리프가 주류를 이루었던 이전과 달리 올 여름은 다양한 디자인이 공존하며 노출의 물결을 드높였다.

이런추세를 타고 젊은여성 고객을 겨냥해 노출 의상을 내놓은 의류업체들은 경제 불황 속에서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브랜드에 따라 다소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올해 노출의상을 적극 개발해 상품화한 업체들은 대부분 괄목할 매출 신장을 보였다. 가장 인기를 끈 ‘효자’는 민소매티셔츠 계열. ‘On &On' 영업부 정은임 대리는 “민소매 티셔츠와 끈 달린 원피스,레이스 제품이 호흥을 얻었다. 일부 품목은 물량이 달려 재 주문해야 할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올 여름들어 노출 패션이 이처럼 각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좀처럼 꺽일 줄 모르고 맹위를 떨친 더위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여성 패션의 경향 변화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성들이 과거와 달리 노출이 심한 옷을 적극 수용하는 등 노출 의상이 패션의 한 유형으로 당당히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EnC패션정보실장 최영미씨는 “여성스러운 로맨티시즘이 세계적인 패션 흐름이다. 노출 패션이 유행하는 것도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여성 마이카족이 늘어나면서 노출에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는 다른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지만 자가용을 타는 동안에는 그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노출의상을 찾는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즉 실용과 멋에 있다. 시원하면서 패션 감각도 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캐주얼 브랜드 ‘I·N·V·U'의 유선애 상품기획팀장은 “올 여름에는 섹시하게 보이는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노출 의상은 재킷과 잘 어울려 멋내기에도 좋다”라고  지적했다.

노출 의상에 대한 여성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만큼 노출 패션은 더욱 대담한 디자인과 다양한 소재를 앞세워 앞으로도 여름철 주류 패션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해나갈 전망이다. 명동 유투존 매장에서 만난 김도영씨(23)의 말에서도 그런 기미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민소매 티 같은 노출 의상을 5개쯤 가지고 있다. 시원해서이기도 하지만 좀 튀어 보이고 싶어서 입는데, 이제는 이정도로는 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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