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고드름 무지개’가
  • 신승모 (한국산악회 이사) ()
  • 승인 2006.05.0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 산행, 준비 알차면 ‘꿈길’… 방한복 잘 갖춰야



 
   겨울산을 산악의 진수라고들 한다. 언젠가 산길을 홀로 걷던 때의 일이다. 산 언덕 중간에 갑자기 오색 영롱한 무지개가 피는 듯해 올라가 보니 잔 나무가지에 아침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고드름을 만들언호고 있었다. 그것이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 그 둘레를 환상의 섬으로 바꿔놓았다. 겨울산에서는 얼마든지 이러한 작은 환상을 체험할 수 있다.

   겨울 산행에는 초심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그 첫 번째 것이 방한대책이다. 반드시 방수 여부를 따져 옷을 고를 필요는 없으나 얇은 옷을 여러벌 껴입는 것이 두꺼운 옷을 한벌 입는 것보다 낫다. 두터운 우모복을 입으면 갑갑해지므로 오히려 불편하다. 요즘은 몸에서 발생하는 수분과 열기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첨단 소재의 방한 방풍을 겸한 사파리식 점퍼가 안성맞춤이다. 땀이 적은 사람은 출발할 때 비교적 가벼운 남방셔츠에 사파리 점퍼식 윈드재킷 정도만 걸쳐도 무방하다. 몸이 비대하거나 땀이 많은 사람도 옷을 가볍게 입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점퍼나 바지는 폴리에스터 소재로 된 번팅(bunting), 다시 말하면 유아복 내피로 사용하는 보푸라기 섬유로 된 것이 무난하다. 그러나 이 옷감은 바람에 약하므로 강풍이 부는 산꼭대기에 이를 때는 신속하게 윈드재킷을 덧입어야 한다. 번팅으로 된 옷은 가벼우며 촉감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물기에 쉽게 젖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에 눈 위에서 마음놓고 뒹굴 수 있다. 눈이 잔뜩 달라붙어도 오히려 그 눈이 방한 효과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더운 음료는 정취 더해주는 촉매제

   가벼운 산행이더라도 눈길을 걷게 된다면 등산화 속에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게이터를 준비해야 한다. 등산화 발목부분만 덮어주는 가벼운 것에서 무릎까지 덮어주는 것까지 다양하게 있다. 눈이 많이 쌓인 원거리 산길을 갈 때는 후자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산화는 방수처리된 것이 좋다. 특히 가죽으로 된 신발일 경우 창과 윗 부분을 잇는 쪽에 왁스를 진하게 발라주어야 한다. 플라스틱 신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득이 천으로 된 가벼운 등산화를 신어야 할 경우에는 갈아신을 여벌 양말을 두켤레 정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루의 산행이 끝나면 발의 땀을 깨끗이 닦아내고 새 양말을 갈아신어야 동상을 방지할 수 있다.

   1일 산행이라 하더라도 도중에 햇살을 받아 녹았던 눈이 다시 얼어 빙판이 돼버린 길을 지나거나 얼어붙은 계곡길을 거슬러 올라야 할 때도 있다. 이때의 필수장비는 크램폰(아이젠)이다. 네발짜리 정도는 가벼운 워킹에 쓰고 가파른 얼음의 사면을 등반할 경우에는 산행 리더나 가이드가 피켈로 깎아 다져놓은 발디딤을 이용해야 안전하다.

   일단 따스하게 몸을 보온하고 발에 눈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채비를 갖추고 난 다음에는 머리부분의 방한대책을 세워야 한다. 털모자나 통기성이 좋은 고어텍스제의 귀를 덮는 중공군식 모자도 훌륭한 장비다.

   겨울 산행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순모로 된 두터운 털장갑이지만, 관목 숲을 오르는 원거리 산행이면 오히려 얇은 면제 목장갑 두어켤레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열아홉 시간씩 소요되는 무박2일 정도의 가이드 산행이 종종 있는데 이때는 비상용 장비로 반드시 손전등을 휴대해야 한다. 불시의 야간 산행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비상약품은 리더가 챙겨야 할 중요한 구비품이다.

   겨울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틈틈이 더운 것을 마시는 일이다. 잠깐 멈춘 동안 보온병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푹푹한 한잔의 차 순배는 겨울산의 정취를 더해주는 촉매제다. 여기에 상비약으로 쓸 수 있는 양주를 약간 곁들이면 더욱 훈기를 느끼게 된다.

   리더나 가이드에게 꼭 필요한 장비로는 짤막한 보조로프와 카라비너 몇 개, 그리고 슬링이다. 미끄러운 구간에서는 로프의 매듭을 지어 뒷사람이 그것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안전산행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노출이 심한 곳에서 줄지어 하산하는 경우 한사람이 추락하면서 남을 스치게 되면 연쇄 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안전벨트용으로 슬링과 카라비너 두 개씩을 지참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