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당이 필로폰 밀수출 지령”
  • 정리 · 이정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7.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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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특별 기고/북한 권부-일본 야쿠자 검은 커넥션 진상

지난 4월 초 일본 정부가 적발한 북한 배지성2호의 필로폰 밀수 사건이 일본 열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이 사건은 필로폰 밀수출에 북한의 군부가 개입했고, 일본의 야쿠자 조직이 필로폰을 전파하려고 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 검찰은 북한과 조총련 조직이 반발할 것을 예상해 중간 발표를 하지 않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취재해 주간 잡지인 <사리오>에 3회에 걸쳐 특종 보도했던 미조구치씨가 <시사저널>에도 기고를 해왔다. 미조구치씨가 추적한 북한 노동당과 일본 야쿠자 간의 필로폰 커넥션을 밝힌다.<편집자>

  지난 4월5일 북한의 화물선 지성2호는 북한의 남포항을 출항해 나흘 수인 4월9일 오후 일본 미야자키 현의 호소시마 공업항에 입항했다. 호소시마 공업항 제 5부두에 접안한 지성2호는 목재 2천여 본과 18L들이  벌꿀통 12개 들을 하역하고 다음날 출항했다. 이후 지성 2호는 야마구치 현의 오노다 항과 시모노세키 항을 돌며 중고차 38대를 실었다.

  지성2호가 호소시마 항을 출항한 직후 세관 당국자는 이 배에서 내려놓은 벌꿀통 안에 이상한 물체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통을 열고 조사한 결과 알루미늄 팩이 나왔고, 팩 안에는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

  이 꿀통은 지성2호 선장 맹성철씨(50)의 개인 탁송품으로 하역된 것이었다. 통상 선장 개인 탁송품은 세관 검사를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필로폰 밀수범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4월10일 오후 2시쯤 오사카 시 북구에 있는 아시야(芦屋)교역의 김창홍 부사장(54)이 이 물건을 인수하러 왔다가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다. 그러나 4월17일 미야자키 현 경찰은 아시야교역의 이상수 사장(45)과 함께 김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조사 결과 이상수씨와 김창홍씨는 모두 재일 북한인으로 밝혀졌다.

  4월19일 역시 체포된 지성 2호의 맹성철 선장은 미야자키 현 경찰 조사에서 “남포항을 떠나기 전 날인 4월4일. 50세 가량의 남자가 이 꿀통을 들고 찾아왔다. 그 남자가 ‘선장 개인 탁송품으로 해서 일본에 가져가면 수취인이 찾아올 것이다’라고 부탁해 싣고 왔다”라고 진술했다.

  지성2호에는 중국어로 쓰여진 난수표와 암호해독문을 숨긴 북한 노동당원 2명이 타고 있었다. 그중 1명은 북한 국가보위부(한국의 안기부에 해당)소속 정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폰 담은 꿀통 특수 제작된 것
  필로폰 밀수범은 꿀통을 위장하기 위해 잔손질을 많이 한 듯했다. 한 경찰 간부는 “18L들이 꿀통 상단부는 얇은 금속판으로 밀봉돼 있고, 그 위에 다시 뚜껑을 씌웠다. 이런 밀봉 기술은 원래 조총련이 하던 방법인데 북한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 필로폰은 알루미늄 팩에 넣어져 꿀통 바닥에 붙어 있었다. 꿀통 입구가 금속판으로 밀봉돼 있다는 것은 꿀통을 특수하게 제작했음을 의미한다. 민간인이라면 필로폰을 넣은 다음 금속판으로 꿀통 입구를 밀봉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북한 노동당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필로폰을 밀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1일 일본의 가지야마(梶山靜六) 관방장관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문제와 관련해 “마약과 약물을 자금원으로 하는 북한에 대해 과연 식량을 원조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언급한 것은 지성2호의 필로폰 밀수와 관련 있는 발언이었다.

  북한은 일찍이 한국을 적화통일하려는 생각으로 비공개 조직인 통일혁명당을 한국에 조직한 적이 있다. 이때 일본에서 이 조직을 지원했던 ‘낙동강’의 중요 멤버였던 장용운씨(전 효고 현 상공회 이사장)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야교역 사장인 이상수씨는 85년부터 90년 무렵까지 내가 경영했던 동명상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와카야마(和歌山) 출신으로 무역 실무에 능통했다. 북한 운산에서 금을 채굴하기 위한 굴착기 수출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수출 대금 3천만엔을 받지 못했다며 운 적이 있다. 그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어서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번 필로폰 밀수 사건의 주역은 김창홍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총련계 사람들은 회사를 차린 후 적당한 인물을 골라 사장에 앉히고 실권자는 부사장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김창홍은 92년 오사카 조은(朝銀) 신용조합의 부이사장으로 승진한 후 93년 4월 사표를 내고 나갔다.”

  일본 공안청 관계자에 따르면 김창홍은 작년에 여덟 차례, 금년에 다섯 차례 북겨에 다녀왔다고 한다. 김창홍이 북경에 갔다는 것은 북경을 경유해 북한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김창홍은 북한과 일본 니이가타(新瀉)를 연결하는 만경봉호를 자주 방문했다. 일본 공안 당국자는 김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창홍, 93년부터 필로폰 밀수한 듯
  “김창홍의 일본 이름은 야마시로 마사히로(山城昌弘)로, 일본 조선 대학 출신이다. 오사카 조은 신용조합을 사직한 후에는 대창상사에 들어가 빈번히 만경봉호를 방문했다. 때문에 일본 공안청도 일찍부터 김씨를 주시하고 있었다. 김창홍의 상부선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원을 경영하던 김 진씨(43)도 체포되었다. 김 진씨는 간사이(關西) 학원 공학부 출신으로 김창홍씨처럼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창홍과 김 진씨는 북한으로부터 필로폰을 공급받아 일본 사회에 공급하라는 밀명을 북한 노동당 핵심 세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첩보가 사실일 경우 김창홍씨는 93년쯤부터 일본으로 필로폰을 밀수해오다 이번에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제조된 필로폰이 일본으로 들어오다가 적발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오사카 일대의 필로폰 이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마약 단속반원은 이렇게 말했다.

  “95년쯤부터 북한에서 제조한 필로폰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최근 일본으로 들어오는 필로폰의 80~90%가 중국산이고 그 나머지가 필리핀과 홍콩 · 북한 산이다. 지난해 7월 일본 요코하마 세관은 일본 세관 역사상 가장 많은 필로폰 5백20kg을 적발한 적이 있다. 이 필로폰은 지바(干葉) 현에 사는 재일 중국인이 중국 복건성으로부터 수입한 버섯 통조림 속에 숨겨 있었다. 필로폰 5백20kg이 적발되었다면 당장에 오사카 일대에서 밀매되는 필로폰의 가격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오사카 일대의 필로폰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유통되는 필로폰의 양도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때문에 일본에는 이미 북한에서 제조한 필로폰이 침투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올해 1월 말~2월 중순 특별히 필로폰 사범을 적발하지 않았는데도 오사카 일대의 필로폰 가격이 오르고 품귀 현상을 빚은 것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일본으로 필로폰을 밀수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 증거이다.”

  오사카 일대에서는 0.3~0.5g씩 비닐 봉지에 넣은 필로폰이 만엔에 팔리고 있다. 이 비닐 봉지 하나면 중독자는 2일간 만족할 수가 있다. 그러나 생산지에서는 g당 2백엔에 구입할 수가 있다. 생산지에서 필로폰을 수짐한 중간 운반책은 일본에서 g당 1천 8백~2천5백엔에 판매한다. 따라서 북한으로부터 필로폰 60kg을 들여온 중간도매상이라면 최고 1억5천만엔을 벌 수 있다. (이를 소매 가격으로 환산하면 23억 4천만엔에 이른다).

  필로폰 제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한약에 들어가는 마황(麻黃)에서 연삼에페드린을 추출해 만드는 것이다. 마황은 중국 전역에 자생하는 것으로 진해거담제로 쓰이며 모양은 속새풀과 흡사하다.

  북한의 산간 지???에서도 자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을철 마황의 줄기를 잘라 햇빛에 말려 가공하면 줄기 무게의 0.3~0.4%에 해당하는 연산에페드린을 추출할 수가 있다. 한국 안기부의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95년 여름 독일로부터 감기약을 제조한다는 명목으로 연삼에페드린 15t을 수입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염산에페드린 15t은 북한이 연간 필요로 하는 감기약 원료보다 10배나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 염산에페드린으로 헤로인과 필로폰 등을 제조할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북한산 필론은 중국의 폭력 조직 삼합회를 통해 일본과 한국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필로폰 원료가 풍부한 곳이다. 때문에 외화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필로폰을 밀조해 돈벌이에 나설 가능성 많다. 북한이 필로폰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주요 거점은 마카오이다. 간사이(關西) 지역에 거주하는 전 조총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카오는 출입국이 자유롭기 때문에 북한 정보요원들이 많이 나가 있다. 이러한 인맥을 이용해 북한산 필로폰과 헤로인을 마카오로 가져간 다음 홍콩을 거져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것이다. 10년 전 나는 북경에 갔을 때 만난 북한 정보요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그에 따르면, 마카오로 나간 필로폰은 북한산이 아니라 중국산으로 둔갑한다고 했다. 따라서 현제 일본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필로폰을 따라가면 그 뿌리가 마카오와 북한으로 연결된 것이 많을 것이다.”

  일본 미야자키 현 경찰은 지난 5월16일 고베 시의 유명한 폭력단인 대일본평화회 간부이자 부동산업자 김영일씨(54)를 체포하고 이어 21일에는 아시야교역의 최원창 과장(40)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원창 과장은 김창홍씨와는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낸 친구라고 한다.

공급 루트 김창홍 → 김영일 → 야쿠자 → 소비자 순
  대일본 평화회는 과거에는 혼타카이(李多會)로 불렸던 조직으로, 60년대까지는 일본 최대희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山口)파와 함께 고베를 장악했다. 일본 경시청 자료에 따르면, 94년 현재 이 야쿠자 조직은 오사카와 교토 그리고 5개 현에 걸쳐 조직원을 3백30명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일본평화회는 김열일씨가 체포된 뒤 지난 5월28일 효고 현 경찰본부에 조직 해산 결의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움직음은 김영일과 대일본 평화회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시야교역의 김창홍이 김영일씨에세 필로폰을 매각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필로폰 판매는 전통적으로 야쿠자의 몫이다. 때문에 김창홍씨가 필로폰을 김영일씨에게 넘기고 그후에는 야쿠자 조직이 개입해 일본 전역으로 확산시키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우통된 필로폰은 다이어트 약으로 위장되어 여고생 손에 들어가기도 한다.

  북한은 필로폰 제조 · 밀수출에 나섬으로써 스스로 마피아 국가임을 자인했다. 다른 나라의 폭력단과 접촉하는 것 역시 전통적인 마피아 수법이다. 이렇듯 국제 사회의 평판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백달러짜리 위조 지폐까지 제조해 밀수출하고 있다. 지난 6월16일 이본 도야마 현 경찰은 위조 달러를 소지말 이와야마(巖山幸司 · 57)씨 등 6명을 체포하고 재일 북한인 이영복씨(57)를 지명 수배했다. 이영복씨는 백달러짜리 위조 지폐 9만장을 일본에 갖고 들어와 4월 중순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이와야마에게 천장을 건넸다고 한다. 이와야마씨는 4월 하순 이 중 9백80장을 오미야 시토건업자에게 8백30반엔에 팔았다.

  지금까지 북한은 식별 문양까지 정교하게 위조한 ‘슈퍼K’를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야마 현 경찰이 적발한 위조 달러에는 식별 문양이 없었다. 북한은 90년대 초반 조악한 위조 달러를 제조해 북한 외교관과 무역상사를 통해 유통시킨 바 있다. 도야마 현에서 적발된 위조 달러는 93년 6월 북한의 봉화상사가 한 일본 회사에 지불했던 위조 달러와 같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경제적으로 피폐한 북한은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판매한다는 자세인데, 이런 행위를 통해 북한의 신용은 여지없이 추락되고 있다. 북한 최고 권력층의 신속한 붕괴가 북한 인민들에게는 최대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정리 · 李政勳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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