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충북 ‘뜨거운 물’ 싸움
  • 속리산 · 정희상 기자 ()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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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속리산 문장대 온천개발 강행…충북 “수자원 오염” 결사반대


  속리산 기슭에는 요즘 때아닌 ‘지역감정’의 불씨 하나가 자라고 있다.  충북 괴산군과 경북 상주군 사이에서 발화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양쪽 도민차원의 미묘한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비화한 이 불씨는 온천개발을 둘러싸고 생겨났다.

  남한강 수계의 발원지 중 한곳이면서 괴산군 청천면과 상주군 화북면의 접경을 이루는 속리산 문장대 기슭은 조선시대부터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물’로 소문이 자자했다.  접경지이기는 하지만 그 물이 솟아나는 곳이 화북면 운흥리에 속했기 때문에 상주군은 오래 전부터 이곳을 관광휴양지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물의 온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지하 5백m 굴착 때 31℃)과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개발을 미루던 상주군은, 87년에야 교통부로부터 ‘문장대 온천관광휴양지개발’ 승인을 받았다.  서울에서 밀려든 투기꾼들이 이 일대 땅을 매입한 후 온천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부추긴 ‘덕택’이었다.

온천개발 예정지는 ‘청정지역’

  그러나 이 사업은 곧 난관에 봉착했다.  온천개발 예정지 지주들이 ‘국립공원 관내 지주’와 ‘국립공원 밖 지주’로 나뉘어 온천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현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어서 일단 상주군에서 추진하기로 했던 온천개발은 지난 5년 동안 발이 묶였다.

  그 와중에서 상주군은 91년 당초의 사업계획을 변경, 상가?숙박 시설을 포함해 30여만평으로 대폭 확대한 관광타운을 조성하기로 하고 교통부로부터 관광지 확대조성에 따른 변경승인을 받기 위해 환경영향평가협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상주군이 대규모 온천관광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 뛰어든 것은 충북 보은?괴산군 일대로만 몰리는 속리산 관광객의 발길을 상주 쪽으로 돌리면 지역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소문으로만 나돌던 상주군의 온천개발 계획이 구체화되자 괴산군 주민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여름 ‘문장대온천관광 휴양지 개발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결성한 괴산 주민들은 군민 7천여명으로부터 반대서명을 받아 청와대 내무부 환경처 등 관계기관에 30여차례에 걸쳐 진정서를 냈다.  또한 각종 궐기대회 및 결의대회를 벌여 온천개발 반대여론을 충북도 전역으로 확대 해나갔다.

  항의방문단을 이끌고 경북 상주군과 대구 지방환경청을 찾아갈 대책을 숙의중이던 김대호 대책위원장은 온천개발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지역은 환경처에서 청정지역으로 고시한 곳입니다.  온천이 개발되면 하루 평균 3천2백t의 폐수가 생깁니다.  그럴 경우 이 물을 식수로 쓰는 청천면 주민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됩니다.  또 온천지대가 최상류이기 때문에 폐수가 용대천 박대천 달천천을 따라 충주호까지 흐르면서 괴산군 청천?칠성?문광?불정면민의 상수원을 차례로 오염시켜 환경파괴로 인한 피해가 엄청날 것입니다.”

  충북 도민들이 문장대 온천개발을 적극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식수원 오염 말고 또 있다.  남한강 최상류인 문장대 수계의 수질오염이 몰고올 ‘관광자원 파괴’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현재 1급수인 용대천 및 화양동계곡 등의 수질이 온천이 생기면 4~5급수로 떨어져 연간 1백여만명에 이르던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곳 주민들의 주장이다.

“김당선자 공약사업이라 개발될 것”

  상주군의 문장대 온천개발 강행 움직임이 충북도 전역을 들끓게 하자 충북도의회는 지난 가을 충북대 환경공학과 이상일 교수팀에 평가를 의뢰했다.  3개월간 연구조사를 실시한 연구팀은 온천개발이 인근지역의 수질 및 수자원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온천수 성분조사 결과 불소 함유량이 기준치의 11배를 초과한 11.47PPM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하류지역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 온천이 개발된 후 청천면 주민의 식수를 지하수로 대체할 수 있는지 조사했으나 이 일대에는 석탄층이 지표까지 분포되어 지하수 개발이 불가능해 생존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교수는 이어 “이미 오염된 지역이라면 별 영향이 없을지 모르나 온천개발 예정지 일대가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이기 때문에 개발이 몰고올 환경파괴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라고 말한다.  더구나 이곳은 한강수계가 시작되는 첫 지점이기 때문에 최상류에 오염원을 새로 만들면 한강물을 식수원으로 하는 수도권 및 경기?충북권 일부 주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온천개발 당사자인 경복도와 상주군은 “합법적이면 된다”는 입장 아래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충북지역이 범도민 차원에서 온천개발을 반대하자 경북측도 도차원에서 사업추진을 적극 지원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이같은 노력은 문장대 온천개발을 민자당 대통령후보의 지역공약사업으로 집어넣는 데 성공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경상북도와 상주군이 충북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사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북 북부지역의 경제를 관광소득 증대로 회생시키려는 데 있다.  문장대 온천개발사업을 담당하는 상주군청 건설과 정화목씨는 이렇게 말했다.

  “속리산 문장대는 행정구역상 상주군에 속해 있지만 입장료는 충북 보은에서 받습니다.  관광객이 모두 충북으로만 몰립니다.  상주에서 대규모 온천타운을 건설하면 상주군 소득도 높일 수 있고 더 많은 관광객이 어차피 충북을 거쳐 오게 되므로 양쪽 모두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상주군청측은 현재 충북 주민들이 우려하는 수질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한다.  3차 처리시설까지 만들어 폐수를 정화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상주군은 온천 폐수처리 및 환경오염 방지대책에 관한 용역을 서울 남광엔지니어링건설(주)에 의뢰했다.

  그러나 상주군의 이같은 오염방지 계획은 일단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지난 11월25일 대구지방환경청은 상주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요청서를 문제가 있다며 반려한 것이다.  대구지방환경청측은 “반려한 이유는, 개발로 인한 오?폐수 방류와 온천수 사용으로 인한 하류천 오염방지 대책이 없고, 하류지역 관개용수 및 생활용수 이용현황의 정량적 조사결과 오염의 과학적 예측결과 및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상주군은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해야 한다.  상주군청의 한 관계자는 “도청에서 적극 지원하고 대통령 공약사업에 올랐으므로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 “충북이 계속 반대하면 숙박?상가 시설 외에 이미 승인받은 온천 5만평 공사부터 강행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대책위측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온천개발을 저지하되 그래도 만일 온천을 개발하면 온천 오?폐수가 방출되는 곳에 양어장을 만들어 고기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법정소송을 벌이겠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했다.

  현재 상태로는 충북과 경북이 문장대 온천개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공산은 그리 크지 않다.  이 문제가 자칫 신정 ‘지역감정’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양측 지역의 뜻있는 주민들은 정부가 나서 분쟁을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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