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有罪”국민 감시 눈 활짝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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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연 등 주축 적극 활동…방송·신문 편파성 지적, 보고서 작성



 


바야흐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역사상 처음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언론감시단’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오늘 이방여서 출현한 것은 그 변화의 바람을 예보하는 것이다. 

 지난 87년과 비교했을 때 대선을 보는 다양한 국민의 시각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국민의 언론에 대한 감시의 눈길 이 눈에 띄게 매서워졌다는 점이다. 지난 총선 때에 이어 9월4일 계출범한 선거보도감시 연대회의(이하 선감연)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정동익씨(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는 선감연을 중심으로 한 언론 감시기구가 출현 한 배경을 이렇게 밝힌다. 

 “지난 87년 대선 때만 해도 6 · 29 선언 또는 거짓 항복에 현혹된 국민이 군정종식과 문민정부 수립을 위한 후보 단일화라는 명제에만 매달려 언론에 대한 감시기능을 소홀히 했습니다. 지금의 선거보도와 비교하면 그때는 노태우 후보에 대한 편파 보도가 더 노골적이었지만 국민 개개인의 분노의 대상이었을 뿐 이를 조직적인 힘으로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후보 단일화였습니다 노태우씨의 표현대로 ‘항복’을 받아낸 자신감에 찬 국민의 열기를 볼 때 후보만 단일화되면 언론이 아무리 불공정해도 대세는 이미 결정되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기술적인 부분까지 꼼꼼이 살펴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것이 언론의 불공정 보도 때문이라고 책임전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언론이, 후보 단일화가 군정종식의 지상 명제인 것처럼 분위기를 이끌어감으로써 끝 내 단일화에 실패한 두 김씨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한 책임은 크다는 지적이다. 실 제로 언론보도가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학자들의 과학적 분석의 틀에서도 실증적으로 밝혀지고 있다(30쪽 관련 기사 참조). 지난 87년 16년 만의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처음 선보인 관훈토론의 텔레비전 방영을 관찰한 한 연구논문은 당시의 이른바 ‘1노3김’에 대한 방송시간 배당 등에 나타난 명백한 차별 (30쪽 표 참조)을 들어 “텔레비전 보도의 편파성과 조작성의 극치를 이룬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김경근 《한국 언론과 민주언론》).

 선감연을 주축으로 해 지난 11월27일 결성된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언론감시단’(단장 박상증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은 국민이 언론을 감시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이번에는 ‘대선=언론선거’라는 등식이 가능할 만큼 언론이 대선의 향방을 쥐고 있고 ‘공정선거=공정보도’ 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데도 불구하고 교묘한 불공정 보도가 계속되고 있어 이제 국민이 나설 때”라는 것이다. 

 이들의 대응은 즉각적인 감시와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50여차례의 모니터보고서를 낸 선감연의 주축은 ‘언론지키기 천주교 모임’(공동대표 안충석 신부) 등 사회 · 종교 단체에 속한 자원봉사 모니터요원 60여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언론학교에서 ‘언론을 알고 보는 모니터 교육’을 이수한 가정부인, 직장인으로 구성 되어 있다. 한편 각 사회단체 회원 및 대학신문 · 방송 기자 등 3백여 명으로 구성된 감시단은 모니터보고서를 토대로 언론사에 조직적인 항의전화나 항의방문을 하는 ‘행동대원’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단돈 20원으로 언론을 지키자”는 것이다.

 60여명의 모니터요원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선거보도 모니터 원칙은 편파성과 선정성, 그리고 정보 및 대안 제시 여부 등이다. 이들은 신문의 경우 기사 따로 제목 파로 식의 편집은 없는지, 또 제목 계열에서 공평성이 보장되는지를 환피고, 방송의 경우에는 뉴스의 가치비중을 의미하는 보도순서와 보도시간, 크로마키(텔레비전 화면에서 앵커의 어깨 너머로 뜨는 그림)의 자막과 색상, 원샷(화면의 중심에 인물을 클로즈업시키는 것)의 횟수와 시간, 카메라 각도와 음향상태 등 기술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 보고서를 작성 하고 있다. 

신문보다 방송 편파 보도 뚜렷

현재까지의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노골적 편파는 사라졌지만 교묘한 편파가 계속되고 있고 양적인 편파는 개선된 반면에 질적인 편파는 여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언론감시단은 “이같은 편파성이 신문보다는 방송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선감연 보고서를 근거로 12월2일 방송위원회에 방송 3사를 고발했다. 선감연은 편파성이 두드러진 매체를 선정, 11월30일 sbs보고서를 낸데 이어 <조선일보>, KBS, MBC, <중앙일보> (근간) 순으로 기획보고서를 내고 있다. 

sbs의 경우 우선 “텔레비전 및 라디오 선거관련 보도(11월20일~29일)가 다수당에 극도로 편향된 것”으로 지적되었다. 보고서는 “저녁 8시뉴스의 경우 총 4천50초 동안의 유세 보도 가운데 민자 32.4%, 민주 27.5%, 국민 23.4%, 기타 16.7% 등의 비율을 보였고 3후보의 원샷 횟수(총 72회)에서도 31회, 22 회, 19회 등으로 정당간 편차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원샷으로 처리한 시간만큼은 민주당 후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으나 이는 민자 후보는 짧은 길이로 적절하게, 민주 후보는 긴 시간을 통해 지루 하게 영상을 편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 밖에도 sbs는 객관성을 잃은 리포트와 자막 처리의 차별, 불공정한 육성 인용 등이 지적 되었는데 이같은 기술적인 편파성은 KBS와 MBC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KBS의 경우 선거일 공고 이후 3당 후보에 한해서만이라도 ‘등시간 보도원칙’을 지키겠다고 공식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간의 편파적 배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김복동 의원 납치사건은 현 정권의 중립의지가 허구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데도 불구하고 KBS는 11월17일 첫 보도에서 “대구 동갑 지구당 사무실에서 탈당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김복동씨가 현재 형인 경북대 총장 김익동씨와 만나고 있다”고 단신 처리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방송 3사는 한결같이 김씨 납치사건을 중립성 문제보다 는 정치인들의 '철새 정치'로 그 의미를 축소 또는 왜곡시켰는데 이는 <동아일보> <한겨레신문>이 보여준 쟁점 부각 노력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한편 KBS는 11월20일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정치인을 소환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 손진곤 안기부 제1차장의 기자간담회 내용과 김부겸씨 구속 사실을 10 번째 꼭지로 1분35초간 보도하면서 “간첩단 조직표, 간첩 장비와 그 발굴 장면, 황인오씨가 산으로 올라가는 뒷모습, 이선실의 얼굴 사진 등의 자료화면을 김씨 구속 장면과 이어지게 해 보도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의심케 했다” 는 지적이다. 안기부의 발표를 액 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안기부는 대선에 이용할 의도가 없는데 방송이 한술 더떠 이를 확대 과장해 서 보도하는 셈이다. 

 MBC의 경우도 그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계속되는 안기부 수사발표에서 자료화면 제공의 출처를 ‘안기부’라고 밝힌 점만 다를 뿐 이다. 특히 MBC는 민자당과 함께 후보 방송 연설 시간대가 현경, 연기된 데 따른 직접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 하지 않음으로써 특정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한 축소 은폐 보도라는 지적 을 받았다. MBC를 비롯한 방송 3사는 똑같이 세 후보 유세활동 보도(선택 '92) 시간에 서 20초쯤 차이나게 배분하고 있는데 “20초는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한가지 정책공약을 육성으로 전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 지적대로라면 김영삼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 1천만 시청자들에게 김대중 후보보다는 30개, 정주영 후보보다는 60개 더 많은 정책공약을 전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방송 3사는 약속이나 한 듯 “민주당과 전국연합은 25일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를 ‘범민주 단일후보’로 확정하고 공동선거운동을 전개키로 합의했다”(<동아일보> 11월25일)는 보도를 누락시켰다. 그런데 12 월2일 민자당에서 민주 · 전국연합의 정책연합을 문제삼고 나오자 일제히 이를 크게 보도했다. 특히 KBS와 MBC는 “특정 정당 이 전국연합과 연대, 정책을 수렴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선관위의 발표는 생략하고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유권해석만을 덧붙였다. 보고서는 “정책연합의 의미에 대한 설명없이 레드 컴플렉스를 부추기는 민자당 대변인의 비난 심명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9월30 일자 노동신문의 기사를 밑줄까지 그어 화면으로 보여 준 것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유권자를 유도하는 보도”라고 평가했다. 민자당 정원식 선거대책위원장은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책연합에 대한 민주당의 해명을 요구 했는데 텔레비전 방송은 이를 주요 뉴스로 보도해 같은날 ,<동아일보>가 2면 1단기사로 처리한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선감연의 신문 모니터 중간보고는 “중립을 가장해 교묘히 진행되는 편파보도”로 요약된 다. 특히 일반기사와 칼럼, 해설 등 전 지면을 통해 유달리 금권선거와 간첩단 사건에 집요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조선일보>의 ‘유세장 일당 대학생’ 기사(11월25일자 1면)는 그 대표적인 얘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국민당의 유세에서 대학생이 일당을 받고 동원된 사례는 자세히 보도하면서 같은날 민자당이 대전 에서 대학생 90여명을 일당을 주고 고용한 사례는 단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자당의 사례는 <한겨레신문> <동아일보>등 이 지적한 대로 예비군 수송차량까지 동원된 점에 비추어 관권시비까지 일 수 있는 ‘위법성이 더 큰사안’임을 고려할 때 명백한 편파인 셈이다. 

 <조선일보>는 11월28일부터 12월1일까지 금권선거 문제를 두번이나 1면 머릿기사로 올리는 한편 사설, 해설, 스케치 기사 등을 총 동원해 그 폐해를 집중비판했다. 그런데 “‘대도무문’과 ‘03마크’가 새겨진 김영삼 후보 홍보시계 제작 등 민자당 금권사례를 취급하지 않음으로써 그 공격이 주로 국민당에 맞춰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금권선거 문제를 비롯해 이 신문이 ‘쟁점공방’란을 통해 제기 하고 있는 쟁점들(‘소수당 대통령’ 문제, 대통령 ‘건강’ 문제 등)은 신기하게도 김영삼 후보 진영에서 문제삼고 있는 이슈와 일치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이례적으로 기명 칼럼에 대한 분석에서 ‘정주영 변수’ 제목의 류 근일 칼럼에는 “‘정주영 약진’에 대한 경계감 과 선거전을 양김 구도로 몰고가려는, 그래서 특정한 1김을 당선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공선협도 고발전화 운영 등 독자 활동

 <중앙일보> 또한 금권선거 부각과 관련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다. 선감연은 이와 관련,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고 있는 금품살포, 향응제공, 선심관광 등을 신문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공명선거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거기에는 ‘중대한 왜곡의 소지’가 있다”고 밝힌다. 선감연은 그 이유를 “금권선 거의 책임을 국민당에게만 전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다른 당을 비호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고 금권타락의 과도한 부각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측면, 특히 관권선거에 대한 감시는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일부 신문의 교묘한 편파와 달리 <문화일보> 의 갑작스런 ‘일요특판’ 발행은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노골적인 편파”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가 11월22일 지령도 밝히지 않은 4면 짜리 특판을 발행, 무차별 배포한 것은 “공적 매체가 스스로 특정 세력의 사유물로 전락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도 일부 ‘역편파’ 보도를 하고 있지만 비교적 공정성을 지키고 있는 신문으로 꼽았다. 

 선감연을 제외하고도 현재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공동대표 이한빈 · 이하 공선협)도 불공정 보도 고발전화(전화 737- 0061) 운영과 함께 서울 YMCA모니터요원을 활용한 독자적인 선거보도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공선협은 이미 1차적으로 선거방송 모니터보고서를 펴낸 바 있는데 이때 지적한 방송의 불공정성 또한 비슷한다. 한편,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방송위원회가 11월11일 ‘92년 대통령 선거방송 특별심의위원회’(위원장 조철화)를 구성한 점이다. 공선협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강문규 대한 YMCA사무 총장 등 외부인사를 영입해 심의의 중립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심의위는 11월지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여론조사 인용보도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했다”는 지적과 함께 3방송사에 ‘경고’ 조처를 내린 바 있다. 심의위는 자체 모니터뿐 아니라 국민 제보창구 (전화 735-0009) 에 접수된 불공정 내용도 심의에 부쳐 처리하고 있다. 

“87년 대선 보도 흑색선전 유언비어로 얼룩”

 올해 문화방송 노동조합에서는 과거의 반성을 토대로 (선거방송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몇가지)라는 소책자를 펴낸 바 있다. 거기 에는 이런 고백이 있다. 

 “87년 대선 보도는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흑색선전과 유언비어로 특정지어진다. 이를 아무런 여과없이 내보낸 언론보도에 의해 이같은 타락양상이 증폭된 면이 있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에 언론이 의도적으로 이용당한 흔적이 짙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후보의 예상 지지도의 변화 추이에 따라 언론에 의해 보도되는 흑색선전과 유언비어가 증폭 또는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초반 DJ>YS로 추정될 때는 DJ 관련 유언비어가 홍수처럼 쏟아졌고, 중반 민주당 정승화 입당과 12 · 12 쟁점화 등으로 YS>DJ로 추정될 때는 YS와 관련한 흑색선전이 난무 했다. 특히 종반에는 ‘YS 여자관계’ ‘통일교 자금 수수설’‘DJ 후보사퇴설’ 등의 흑색선전 이 난무했고 언론이 본인들에게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이를 무책임하게 보도한 사례가 있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중립' 으로 75는 다수당 후보로 변신해 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놀랍게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초반 DJ>CY로 추정될 때는 DJ 관련 유언비어(민주당 의원 간첩단 연루설)가 꼬리를 물었고, 중반 국민당 김복동 입당과 납치 쟁점화 등으로 CY의 '약진'으로 추정될 때는 CY와 관련한 흑색선전 (금권선거 시비) 이 난무하고 있는 점이다. 종반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87년대로라면 두 후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흑색선전과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투표 직전 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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