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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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인사전횡 심해 노사분규 잦아

외국인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을까. “적잖은 기대를 갖고 외국인회사에 입사했다가 실망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자신의 지위가 늘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외국인회사의 보수나 근무조건이 그다지 좋은 게 아닙니다.” 외국은행 노조협의회(외은협)회장 崔秉鎬씨의 말이다

최씨의 말처럼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고용관계의 불안정과 경영진의 편의에 따른 인사정책이다. 회사측에서는 ‘탄력적인 경영’을 내세워 멋대로 해고나 부서이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고 노조측은 주장한다.

11월27일 현재 85일째를 맞고 있는 호주계 웨스트팩은행의 파업사태도 회사쪽에서 인사권을 장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단체협약안을 고집함으로써 장기화되고 있다. “종업원들의 해고 및 징계안건을 처리하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에서 가부동수일 경우 부결된다는 종래의 조항을, 위원장인 지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는 조항으로 개악하려 하고 있다”고 노조(위원장 金善顯)측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미국계 신용카드서어비스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사도 비슷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총 87개항에 이르는 단체협약안 중에서 유독 ‘인원정리’조항만 합의가 안돼 파업으로 치달았다.

능력위주의 인사, 비밀주의에 입각한 성과금 임금체계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지는 무원칙한 인사 · 임금정책에 대해서도 사원들은 불만이 많다. 그들은 회사에서 싫어하는 고임금의 경력자나 노조원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웨스트팩은행 노조측은 “지점장 비서는 3개월만에 차장이 된 반면 10년 동안 평행원으로 근무한 사람이 있다. 작년에는 비노조원의 임금이 노조원에 비해 30% 이상 인상되었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IBM도 노조원에 대해 임금차별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회사 사원들은 자신들의 보수나 근무조건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며, 이는 외국인회사의 급여와 근무체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급여의 경우 외국인회사에서는 기본급이 총임금의 70~80%에 이르고 국내회사에서는 50%에 불과하므로 단순한 기본급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회사는 대략 6백% 정도의 기본상여금 외에 국내업체에서 특별상여금 · 체력단련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액이 전혀 없으므로 실수령액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외은협이 국내 금융계의 임금을 실수령액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시중은행이 1백 수준이라면 후발은행은 1백30, 제2금융권은 1백70 정도이고 외국은행은 1백50 수준이다. 근무조건도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 외에 더 나은 것은 없다고 한다. 노동강도도 예상 외로 높아서 외국인은행 여직원들의 유산 · 사산사례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 · 편법 영업을 지시받을 때 생기는 ‘애국심과 애사심간의 갈등’도 외국인회사 근로자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고민이다.

아멕스 노조위원장 金周燮(33)시는 “이런 상황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입사 전외 기대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외국인회사는 고급인력들을 끌어들이기만 할 뿐 크게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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