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에게 고발당한 목자
  • 김 당 기자 ()
  • 승인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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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朝駿 목사 사건 전말 / 갈보리교회 40대 남신도 모임 “탈세?횡령 확증 있다”

지난 11월16일자 <동아일보> 사회면에는 교회와 목사의 도덕성에 먹칠하는 기사가 실렸다. 그 7단짜리 기사의 골자는 갈보리교회(서울 강남구 삼성동 75-6) 담임목사 朴朝駿(56)씨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목사가 신도에게 고발당한 것부터가 드문 일이지만 특히 박씨는 지난 84년 6월 당시 서울영락교회 당회장목사로 있던 중 미국돈 20여만달러를 몰래 가지고 나가려다 김포공항에서 적발되어 구속된 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 목사’였기에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기사에 따르면 박목사가 매달 교회에서 받는 고정급여는 본봉 3백33만원, 선교비 명목 6백62만원, 주택유지비 명목 1백15만원 등 모두 1천1백10만원이나 되었다(물론 이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목사도 쾌 많다).

이 사건은 이튿날인 17일(토) 조간신문에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조간 기사들은 ‘동아’에서 터뜨린 것을 받아쓴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사건을 배당받은 김승희 검사(서울지검 조사부)도 “검찰에서는(정보를)흘리지 않았는데 검찰도 모르게 보도되었다. 그런데 고발장을 인용보도한 것을 보니 아마 고발인쪽에서 돌린 모양이다”라고만 밝혔다. 갈보리교회에서는 고발인 桂學龍씨(49?갈보리교회 바울선교회장)의 연락처를 금방 가르쳐주었다. 법적으로 옳고 그름이 맞선 이런 사건의 경우, 신문보도 사실만 가지고 박목사를 만나 캐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보면 고발인부터 만나 차근차근 짚는 수밖에 없었다. 박목사 비서라는 강현희씨에게 우선 박목사와의 인터뷰취재를 부탁하고 계씨 집으로 연락을 했다. 계씨는 신문보도를 보고 흥분한 박목사 지지신도들의 항의전화를 받느라 곤욕을 치른 모양이었다. “일요일에 갈보리교회에서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자 계씨는 난색을 표했다. 사정인즉 “교회 나가면 몸싸움이 예상돼 내일은 동네교회로 나갈 생각이다”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월요일에 정동의 한 다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11월19일에 약속장소에는 40대 남자 3명이 나와 있었다. 모두 바울선교회 사람이었다. 바울선교회 회장 계학용 장로(성창직물 대표), 부회장이자 현금계수위원 李烘柱 집사(국민은행 옥수지점장), 실무간사 李德鎭(유한킴벌리 인력개발부장) 등 40대 중견 사업가?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갈보리교회 40대 남자신도로 구성된 바울선교회 회원으로서 어떻게 교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지난 6개월 동안 어떤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으며, 마침내 한마리 양으로서 왜 목자인 박목사를 검찰에 고발하게 되었는지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각 언론사에 전달했다는 ‘갈보리 교회 정상화를 위한 활동보고’라는 문건과 고발장 사본 및 증빙자료도 제시했다. 담당검사에게서 “검사가 쓴 고발장보다 더 잘 썼다”는 ‘칭찬’을 들었다는 이 문건들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두 부목사 운영개선 건의한 뒤 해고돼

이들 또는 바울선교회 회원들(이하 ‘바울’)이 고발에 이르게 된 것은 지난 4월30일 교회의 두 부목사가 동시에 해임된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데서 출발했다. 전날인 4월29일(일) 아침 박목사와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장경덕, 손병인 두 부목사가 교회행정을 맡고 있는 문영일 목사를 겨냥, 박목사가 재정관리에 관심을 갖고 교회내 폐쇄된 언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를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두 목사는 문목사에게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바울’을 해고절차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점과 교회 개선을 건의한 사람을 반대로 해고한 점에 주목, 괌으로 여행을 떠난 박목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몇가지 질의사항을 준비했다.

5월8일 교회에서는 박목사와 교인 80여명이 모여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질의는 박목사에게도 전달된 ‘해명 및 시정요청서’라는 제목의 유인물의 순서에 다라 진행됐다. 해임절차의 부당성을 알리며 한번 기회를 줄 것을 눈물로 호소한 교인들에게 박목사는 △해임해명 및 복직건의에 대해서는 “부목사들(장,손,문목사 3인)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해임한 것이다. 두 목사만 그만둔 게 아니고 문목사도 그만두었다. 복직은 불가하다”고 말했다(문목사는 바로 이날 사임했다). 그밖에도 △교단가입과 제직회 구성에 대해서는 “기성교단은 다 썩었다. 조직악이 더 크기 때문에 독립교회로 운영한다. 교회에 조직을 두면 성령의 역사를 막는다. 조직적으로 해먹는 것은 아무도 못막는다. 소위 ‘가라’영수증을 쓰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재정운영에 대하여 “다른 교회의 비리에 비하면 우리교회 문제는 그 10분의 1도 안된다.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사무실에 와서 확인하라” △가족이 상당부분 관여하고 있는 교회행정에 관해서는 “모함이다. 증거를 제시하라” 고 말했다.

 

교회 공사비 2억여원 영수증 없이 지출

‘바울’은 이날을 전환점으로 존경해온 ‘강단에서의 박목사’와 ‘진짜 박목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회 장부 확인을 수차례 요청한 끝에 6월22일 공인회계사(세화회계법인 노광호씨)가 가져온 장부를 확인했다. ‘바울’은 회원 중 회계관리 분양의 전문인들을 주축으로 그날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철야로 장부를 살핀 결과,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참담한 심정’으로 발견된 주요사항을 정리했다.

우선 교회건물 보수, 음향시스템(P/A)시설 등 공사에 지출결의서와 영수증없이 지출된 공사비가 모두 5건 2억6천만원이나 되었다. 2층 예배실에 설치된 스크린 및 방송시스템 공사의 경우 견적서 자체가 작성자를 밝히지 않은 자격이 불비된 서류였지만 그나마 총공사비 2억4천3백만원은 견적서 금액보다 9백20만원이 초과된 액수였다. 비치된 영수증도 공식적인 세금계산서가 아닌 문방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사제영수증’이었다. 그나마 5장에 총액이 나누어 기재되었으며 필적을 식별 할 수 없는 타자로 친 것이었다. 또 견적서에 기재된 동일 기종을 수입처인 일본에 의뢰한 결과, 통관 등 모든 세금을 포함해도 교회가 지불한 금액의 절반 가격으로 구입?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나중에 정식으로 의뢰한 결과로는 그 4분의 1가격으로도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밖에 교회방송실 보수공사, 비품구입, 교회에서 내는 월간잡지인 《샘물같이》(발행인 박조준) 편집비, 소모품 구입에 이르기까지 각각 서로 다른 항목의 대금 영수자가 ‘오인석’이라는 특정인에게 집중되어 있어 이를 조사한 결과, 오인석씨는 박목사의 아들인 박영훈씨가 경영하는 도서출판 한길사의 직원으로서 ‘오대리’라는 이름으로 교회에 출입하며 대금을 영수해갔음이 확인됐다. 박씨는 교회 창립 후 한길사를 설립, 교회의 여러 인쇄물과 설교 테이프 제작 사업을 시작한 이래 ‘한길인테리아’ ‘한길전자’ 한길인터내셔날‘ 등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회는 이들 회사를 상대로 거래해왔음을 장부를 통해 드러났다. 결국 아들 박씨가 교회운영에 직 · 간접으로 개입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아울러 박목사가 매달 1천1백10여만원씩의 고정급여 이외에도 기타 상여금(본봉기준 4백%) 휴가비(50%) 차량유지비 각종 개인 공과금 등을 교회에서 별도로 지급받으면서도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바울선교회 회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받기는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11월20일 김승희 검사에게 수사진척 상황을 묻자 “신문에 난 그대로이다”라고 말했다. 고발인들을 불러 조사를 했고 아직 피고발인은 부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박목사건의 경우 특별히 비중을 두는 것도 없고 계획대로 수사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박목사. 취재기자에게 돈봉투 내밀어

다른 교회에서는 헌금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교회마다 매주 발행하는 주보에 대체로 가난한 교회에서는 빠짐없이 헌금 및 지출내역을 밝히는 반면 강남의 부자 교회에서는 밝히지 않는 편이다. 교세를 나타내는 신자의 수효는 교회마다 교단마다 딱부러지게 공개하는데 실제로는 과장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이 나라의 모든 교회와 교단 그리고 종교별 신도수를 합치면 우리나라 전인구보다 더 많은 웃기지도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갈보리교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1월21일 수요일 예배가 있다기에 박목사를 만날 요량으로 일찌감치 갈보리교회를 찾았다. 오후 3시쯤부터 교회의 신임 부목사들과 박목사가 임명한 재정위원 그리고 몇몇 신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쪽 말은 한결같았다. 모두 교회 직분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박목사를 음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재정위원 金碩謙씨(사단법인 한국五愛敎育진흥회장)는 박목사가 교단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독립교회를 한다는 것은 목사로서 큰 십자가를 스스로 지는 것” 이라면서 “새삼 위대한 지도자의 길은 가시 밭길임을 느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김씨는 “박목사의 급여는 인근 소망교회의 3분의 1수준밖에 안되며 여의도의 한 교회는 목사 선교비로 2억을 받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또 사건이 터지면서 오히려 신도수와 헌금액이 늘고 있다면서 예배에 참여하는 신도수가 1만명인데 등록교인은 그 두배이므로 2만명으로 보면 된다고 친절하게 토를 달았으나 교회건물에서 일하는 한 여자는 실제로 5천~6천명쯤 된다고 귀띔했다. 그날 저녁예배만 하더라도 교회밖에서 만난 한 청년신도는 1층 본당을 다 채우고 2층 일부를 반쯤 채우니 1천5백명쯤이 참석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1층 본당에도 빈 자리가 많았고 2층에는 단 2명의 신자가 문제가 된 대형 스크린을 보며 박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많아야 7백명쯤 돼 보였다. 한 젊은 전도사는 교회에서 예배하는 모습을 사진촬영하는 것을 막았다.

“박목사님이 음해를 받자 오히려 교세가 신장하고 있는 것이 곧 하느님의 역사하심”이라는 교회쪽 사람들의 말을 확인할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신도의 증감은 주보에 나타난 헌금한 신도의 수효를 보면 대체로 가늠할 수 있다. 11월4이과 11월18일 주보를 보면 사건 보도 이후 십일조 헌금자는 2백75명에서 1백54명으로, 국내외 선교헌금자는 33명에서 15명으로 크게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날 7시쯤 만난 박목사는 “예배 보는 동안 저녁식사나 하라”면서 봉투를 내밀었다. 그 봉투에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 3장이 들어 있었다. 바로 지난주《시사저널》에서 커버스토리로 다룬 전 동월교회 목사 허병섭씨가 목사 시절에 받았던, 그리고 현재의 동월교회 김한중 목사가 받는 한달치 급여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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