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에 중국촌 생긴다
  • 부다페스트 · 김성진 통신원 ()
  • 승인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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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홍콩 이주민과 체펠섬 임대 합의

동유럽 최초의 ‘차이나타운’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건설된다. 외화부족에 시달리는 헝가리와 오는 97년 중국에 반환될 홍콩 일부 주민의 손익 계산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런데 요즘 헝가리 정부는 안절부절,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임에 틀림없는데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찜찜한 것이다. ‘차이나타운’하면 상권장악, 조직폭력, 마약 등등이 떠오르는 탓이다.

홍콩 거주민의 부다페스트 이주제의는 시작부터 헝가리 정부를 놀라게 했다. 수천억달러를 투자할테니 부다페스트 시내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의 3대섬의 하나인 체펠섬을 임대해달라는 것이다.

헝가리 정부는 즉각 이 문제를 검토할 실무위원회를 정부 안에 설치했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이주를 희망한 10여명의 중국인들의 신상을 추적해봤더니 대부분 홍콩 거주기간이 극히 짧았다. 게다가 투자 및 이주 목적마저 애매모호했다. 사태가 여기에까지 이르자 세케이 아르파드 위원장은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홍콩측 협상태도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그리고 협상은 다시 언론의 눈을 피한 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달 19일 총리실 공보관 명의의 짤막한 성명이 발표됐다. 헝가리 정부는 홍콩 인베스트먼트 이스턴유럽사와 합의에 도달했으며 홍콩거주 이주민에게 1인당 10만달러씩의 투자를 조건으로 부다페스트 거주를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피인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이주 신청자는 영국정부를 대신한 홍콩정청의 신분확인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았다. 우선 투자의 성격에 대한 견해차가 그것이다. 헝가리측은 1인당 10만달러의 투자액을 국립은행에 영원히 묶어두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홍콩 거주민들은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돈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부다페스트에서 차이나타운을 볼 수 있을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천안문사태의 악몽을 떨쳐버릴 수 없는 홍콩거주민들은 이제 코앞에 다가온 중국으로의 귀속에 초조해 하고 있다. 게다가 동구개혁의 선두주자로 발빠른 변모를 보여온 헝가리는 이주조건이나 투자규모, 지리적 위치를 고려할 때 그들에겐 신천지나 다름없다.

돈 문제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계산 빠른 헝가리인과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중국인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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