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로 느끼는 통계의 진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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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 경기 . 주가 체감지수, 공식지수와 큰 차이…정책 판단에 유용한 자료

사람들은 통계치가 실제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비자 물가지수는 구설에 많이 오르내리는 통계이다. 공식 지수와 ‘느낌’ 사이의 괴리감은 거의 모든 통계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의 느낌을 지수로 만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는 90년 초부터 체감지수를 만들고 있다. LG 체감물가지수는, 대상 품목과 개별 품목의 가중치, 조사 지역, 주택 매매 가격 포함 여부 등에서 통계청 기준과 차이가 난다. 통계청이 4백70여 품목을 물가 바구니에 넣는 데 비해 이 기관은 구입 빈도가 높은 1백47개에 주택 매매 가격을 더한 1백48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조사지역도 서울에 국한한다. 구입 빈도가 낮은 품목을 뺐기 때문에 가중치도 다르다. 가령 쇠고기 값이 두배 올랐다면 LG 체감지수에는 2.7%의 물가상승 효과가 나타나지만 통계청 지수에서는 1.2% 상승에 그친다.

호황은 늦게, 불황은 빨리 느껴
 LG 체감물가지수는 의류.가전.자동차.백화점.재래시장 등 아홉 분야 총 75개 업종이 대상이다. 업종별로 지난주와 대비한 지수를 구해 그 지수를 산술 평균한다. 가령 모든 응답자가 경기가 매우 좋다고 답하면 2백점을 주고 매우 나쁘다고 하면 0점, 비슷하다고 답하면 백점을 준다. 경기를 느끼는 정도에 따라 진폭이 정해지는 셈이다.

 90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LG 체감지수와 통계청 공식 지수의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체감물가지수가 다소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사람들이 자주 사는 품목이 평균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뜻한다. 지난해 중반부터는 체감지수 상승률이 오히려 낮았다. 농수산물 값과 주택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기지수는 두 지수의 추세선이 아주 비슷하게 움직였다. 다만 경기 하락기에는 체감지수가 먼저 떨어졌고 상승기에는 체감지수가 늦게 올라갔다. 사람들이 호황은 늦게 감지하고 불황은 빨리 느낀다는 통성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체감지수의 효용성은 주가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미 9월 중순에 천 포인트를 넘어섰지만, 선경경제연구소는 현 체감주가지수가 종합주가지수의 60%선인 6백대라고 분석했다. 체감주가지수는 언제 주시을 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소는 89년 4월1일 천장(1천7포인트)에서 주식을 산 투자자가 현재까지 주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했다. 이 때 한달간 거래량이 많았던 상위 20종목을 대상으로 거래량 가중 평균치를 계산하여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몇 개 시점과 비교했다.

 상위 종목에는 은행주가 6개나 되고, 세일중공업.한신공영.금성사.한양.대우전자 순이었다. 그런데 20개 종목 중 현재까지 주가가 오른 종목은 금성사.현대건설.진로종합식품뿐이다. 같은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6.2% 올랐지만 거래량 가중 평균 주가는 34.5%나 떨어졌다.

 기준점인 89년 4월1일을 천으로 할 때 1천69포인트인 10월6일의 체감지수는 6백60포인트에 그친다. 주가 차별화가 절정에 달했던 94년 2월2일(9백74)의 체감지수는 5백21포인트에 불과하다. 종합주가지수와 체감주가지수와의 괴리가 가장 적었던 때는 89년 이후 최저치였던 92년 8월21일(4백59)이었다. 이 때 체감지수는 3백27포인트였다. 성경경제연구소 김동우 연구원은 “앞으로 체감지수가 실지수 쪽으로 상향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체감지수와 공식지수에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공식지수의 신뢰성을 무너뜨린다고 보면 곤란하다. 통계청 조휘갑 조사국장은 공식지수의 평균 개념을 이런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포수 4명이 멧돼지 한 마리를 쏘았다. 각각 총알이 날아간 곳은 머리 가슴 앞다리 뒷다리 부근이다. 이를 평균하면 심장이 된다. 그러나 멧돼지는 죽지 않고 도망쳤다.” 체감지수는 대다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가를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정책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張榮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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