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다시 열리는 ‘전기車’시대
  • 워싱턴·이석렬 특파원 ()
  • 승인 199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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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美·日 등에서 에너지 절약형 개발 박차, 시판

 페르시아만 위기로 기름값이 뛰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지출이 갑자기 늘어나자 사람들의 관심이 전기자동차에 쏠리고 있다.

 자동차 생산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서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스웨덴 그리고 이탈리아와 일본이 전기자동차(EV)를 개발, 일부에서는 이미 시판을 하고 있다. 이 분양의 선두주자인 이탈리아의 피아트 자동차회사는 올 6월에 '판다 엘레트라'(Panda Elettra)라는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대당 2만달러로 시판을 하고 있다. 납과 산으로 만든 밧데리를 쓰고 있는 이차는 한번 충전에 1백20㎞거리를 갈 수 있고 시속 최고 1백12㎞를 낼 수 있는데, 밧데리를 니켈과 카드뮴 제품으로 바꿔끼면 주행거리가 1백76㎞까지 연장된다고 한다. 피아트사는 올해 안에 이 차를 5백대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푸조 자동차회사와 르노 자동차 회사도 2인승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곧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푸조에서는 니켈과 카드뮴 밧데리를, 그리고 르노에서는 니켈롸 철 밧데리를 각각 기본 에너지원으로 택하고 있다.

 

2~6시간 충전. 시속 최고 96㎞

 올 정월 로스앤젤레스 국제자동차쇼에 전기자동차를 처음으로 출품한 미국 제일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는 지난 4월18일 '임팩트'(Impact)라는 전기자동차 제작을 발표했다. 납과 산을 사용한 밧데리 32개로 움직이는 이 차는 한번 충전에 1백92㎞까지 갈 수 있고 최고 속력은 시속 96㎞이다. 2백20볼트 전기에 연결해 2~6시간 동안 충전을 하여 쓰도록 돼 있다.

 포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는 니켈과 철을 쓴 밧데리 차 '티 밴'(TE-VAN)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뒤에 선을 보일 이 밴은 시속 96㎞까지 달릴 수 있다. 이 차는 밧데리 값만 1천5백달러나 된다고 하는데 2년에 한번씩 밧데리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도록 돼 있다.

 영국의 지엠 그리폰사는 고단위 에너지(HED-88) 밧데리를 개발해 밴을 만들어 시운전중이며 실험이 끝난 뒤에는 캐나다의 베마가 이를 대량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트륨과 황을 사용한 밧데리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스위스가 스웨덴과 공동 투자하여 만든 아세아사는 독일제 폭스바겐 골프를 개조하여 주행거리 3백20㎞의 우수한 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차에 쓰인 밧데리는 수명이 5년이나 돼 실용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회사는 지난 5월 전기자동차 개발계획을 발표, 이 분양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이미 일본 제철회사가 개발하여 시험중인 모델을 참고로 니켈과 카드뮴 밧데리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스즈 자동차회사도 전기자동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고 혼다 자동차회사는 교세라와 합작으로 태양열을 이용한 차를 만들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성패 여부는 밧데리에 달려 있다. 밧데리는 전기용량이 많고 오래가고 무게가 가볍고 또 충전시간이 짧을수록 좋다. 물론 값도 싸야 대중화하기가 쉽다. 그러나 아직은 이와 같은 여러 조건에 꼭 들어맞는 이상적인 제품이 나와 있지 않다.

 

배기가스 없어 미래 운송수단으로 각광

 에너지 값도 문제려니와 도시의 공기오염 주범이 자동차 배기가스라는 사실 때문에 환경개선에 힘을 쓰고 있는 미국정부는 공익단체와 공동으로 전기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방정부 에너지부가 민간단체와 손잡고 전기자동차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외에도 사기업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에프리'라는 이 컨소시엄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0년까지 미국내에 2백만대의 전기자동차가 보급될 것이라고 한다.

 이 컨소시엄은 또 전기자동차의 유지비를 계산했는데, 자동차 수명을 8년으로 잡고 8년 동안 16만㎞를 달린다고 예상할 때 휘발유값(미국내 평균 1갤런당 1달러15센트 기준)과 전기충전요금(현재1kW당 5센트)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8년동안 연소엔진을 쓴 자동차가 내뿜는 유기성 가스는 2천6백23파운드나 되지만 전기자동차는 배기가스가 거의 없는 점에서 미래의 운송수단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수만대의 전기자동차가 굴러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자동차가 나온 것은 20세기초로 토머스 애디슨이 1902년에 산 차가 수투두베이커 전기차였다. 1920년대까지 미국에는 2천대의 전기자동차가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주행거리와 느린 속도 탓으로 전기자동차의 인기가 떨어지고 그대신 휘발유를 쓰는 강력한 연소엔진 차가 판을 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개발과 함께 수소(물)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수년 내에 전기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고는 빈 말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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