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의 ‘경제 족새’ 풀릴 것인가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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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 금수 조처 고집 … 유엔은 “해제하자”

연합군과 이라크가 벌이 걸프전은 4년전에 끝났지만,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대량살상용 무기개발 감시체제(monitoring system) 와 석유 수출 금지조처를 둘러싼 신경전이 바로 그것이다. 10월 들어 이라크 군 부대가 쿠웨이트 접경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걸프전이 끝나자 유엔은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이라크가 대량살상용 무기를 개발하는지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라크내 주요 산업시설 30여 개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를 확인할 유엔 사무소가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설치됐다. 이 곳에는 감시 카메라 외에도 20t 가량의 감응 장치와 각종 전자 장비가 설치ㅙ 있다. 이 장비들을 통해 유엔이 감시하고자 하는 무기 목록에는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장거리 로켓로가 포함돼 있다.

이라크 “석유 생산량 3배 늘릴 준비”
 최근에는 이 건물 2층에 이라크의 무기개발을 계속 감시하기 위한 고위 안전통제센터가 세워지고 있다. 이 센터가 완성되면, 80여명 규모의 감시팀이 상주하면서 활동하게 된다. 이라크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얼마전 약 백m 높이의 대형 수신탑도 완성됐다”고 밝혔다. 이 수신탑은 전국 주요 시설에 설리된 감시 카메라와 감응장치들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수신하기 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사무소는 이런 시설들을 통해 현재 30여 개에 이르는 감시범위를 크게 늘리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이 방대한 감시체제에 포착되지 않았다. 8울 중순 유엔 특별위원회는 유엔의 무기 개발 감시체제가 현재가지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감시체제를 고안한 특별위원회의 롤프에케우스씨는 “이라크는 다시 대량살상용 무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 같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종전 이후에도 계속해서 군력을 유지해온 사담 후세인이 유엔의 무기개발 감시체제에 순순히 응해 왔던 셈이다.

 걸프전을 도발한 장본인이 애 이런 치욕을 감수해 왔을까. 물론 무기개발 감시체제와 함께 유엔이 이라크에 부과한 석유 금수 조처를 해제시키기 위해서였다.

 만일 이라크가 감시체제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석유 금수조처는 무한정 계속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후세인의 권력 기반도 크게 약해진다.

 유엔 특별위원회의 잠정적인 결론 이후 안전보장이사회 내에서조차 석유 금수 조처를 풀어줘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엔 안보리는 최근 이 문제를 검토하면서 석유 금수 조처를 당장 풀지는 않기로 했으나, ‘이라크가 계속 협조해 내년 초에는 이를 해제하게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하부비 아리크 석유장관은 내년 석유 금수 조처가 해제되기만 하면 하루 2백만 배럴에서 시작하여 앞으로 수년간 석유 생산량을 세배로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걸프전 당시 해를 입은 석유 생산 장비를 수리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기만 하면, 석유 생산량을 1년여만에 석유수축국기구가 이란과 동일하게 부과한 할당량인 하루 3백60만배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밝혔다. 하부미 장관의 이 발언은 석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시점과 맞아떨어진 데다가, 석유 수출 대금의 일부를 쿠웨이트 침공 배상금으로 쓸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태도 따라 최악의 사태 올 수도
 유엔 안보리의 이런 움직임 때문에 정작 고민에 바지게 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종전 이후부터 줄곧 사담 후세인이 실각하기를 원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와 달리 미국은 이라크의 협조적인 태도를 평가절하해 왔다. 미국은 석유 금수 조처를 풀지 않고 계속해서 사담 후세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지나치게 석유 금수 조처를 고집할 경우, 이라크가 반발하는 최악의 사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는 10월 들어 내년 초에도 석유 금수 조처를 풀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 적극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라크가 다시 전쟁을 도발할지, 아니면 석유 금수 조처가 곧 풀릴지는 미국의 ‘반격’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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