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옥씨의 다짐] “싸움 포기할 수 없다”
  • 김당기자 ()
  • 승인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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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1일로 ‘사건’ 한돌을 맞은 박현옥씨(왼쪽사진)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사건이란 것이 드러내놓고 기념할만한 것과는 영 거리가 먼 것일 뿐더러 오히려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삶을 옭죈 덫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되돌아보건대 지난 1년간의 복직투쟁은 ‘실패한 싸움’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인간시대’에 나간 뒤 직장동료들이 은행으로 빗발친 시민의 항의전화에 시달렸을 것을 생각하면 나만의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애꿎게 동료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여간 후회스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사건이 널리 여론화됨으로써 ‘악덕 지점장 밑에서 일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동료들과 척을 지는 사이가 되어 소송에 이겨 복직이 된다 해도 함께 일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 일이다.

 우선 ‘이겨야 한다’는 결심에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그동안 말없이 지원해준 가족들과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준 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 그리고 지난 4월부터 ‘복직기금’을 각출하여 후원해준 주한외국금융기관 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도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더욱이 박씨는 이번 사건이 외세의 압력에 의한 개방(우루과이 라운드)을 앞두고 외국인기업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비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사법부의 양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서울민사지법에서 4차공판까지 진행중인 해고무효확인 소송은 1심판결이 오는 12월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과가 어찌 나오든 대법원까지 갈 것이 뻔하므로 줄잡아 3년은 싸울 요량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에서 내린 생투 지점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박씨가 앞으로 겪어야 할 험로를 예견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당초 큰 기대는 않았지만 자신과의 대질신문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은행측 참고인 진술만을 토대로 ‘혐의 없음’을 결정한 검찰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박씨는 검찰에 압력을 넣은 ‘혐의’가 짙은 은행측 변호사를 상대로 새로운 싸움을 전개할 작정이다.

 박현옥씨는 “은행측 대리인의 지난해 변호사 소득순위가 갑자기 9위까지 뛰어오른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9월10일께부터 파리바은행 관련 불법대출 등 은행측 변호사의 새로운 비리를 폭로해나갈 것”이라고 원직복직을 위한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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