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올 것이 왔다
  • 광선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
  • 승인 199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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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사태 여파 세계경제 침체예상…에너지 절약 신경 써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감돌면서 심리적 불안에 따른 투기현상으로 유가가 폭등, 3차 석유파동이 오지 않을까 많이 걱정들을 한다. 고유가는 세계경제의 인플레 심화와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실제로 중동산 두바이 유가는 8월1일 배럴당 18.1달러에서 7일에는 25.7달러로 42.4%상승하였고 북해산 브랜트유는 20.5달러에서 28.4달러로, 미국산 텍사스중가유 가격은 21.5달러에서 28.3달러로 각각 38.5%, 31.7%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라크의 사우디 침공에 대비한 미국의 사우디 파병과 유엔의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의 결정과 함께 사우디 등 일부 산유국의 증산설이 나돌면서 유가는 8월8일 배럴당 2∼4달러씩 떨어진 이래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공급물량은 크게 모자라지 않아

 현단계에서 미국의 무력개입에 의한 쿠웨이트 원상회복은 이라크가 화학전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 거의 인질상태에 있는 미국인들의 신변이 위태롭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도 사우디 공격에 의한 확전이 비아랍권 각국은 물론 아랍제국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할 뿐 아니라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므로 이번 대치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현재의 교착상태가 계속될 경우 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심리적 불안이 점차 진정됨에 따라 유가는 투기보다는 수급사정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금년 6월중 하루 약 5백만배럴을 생산, 그중 3백90만배럴을 수출하였는데 이라크에 대한 금수조치로 세계 원유공급은 그만큼 부족하게 되었다.

 원유공급 중단에 따른 부족량의 해소능력을 살펴보자. 첫째 11개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의 생산여력은 사우디의 1백62만배럴을 합쳐 3백42만배럴이다. 이라크·쿠웨이트의 공급감소분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능력의 1백10∼1백30%까지 가동할 수 있어 수급상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둘째 1·2차 석유파동 이후 주요 선진국이 석유위기 관리능력을 크게 높임으로써 산업구조 고도화와 석유의존도 저하에 노력해왔을 뿐 아니라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들은 공공부문 30일분과 민가부문 30일분을 포함하여 모두 1백일간 소비할 수 있는 대규모 석유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수급상 어려움을 덜어줄 것이다.

 셋째 중동사태가 악화되면 석유소비국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대체정책을 실시, 석유수요를 대폭 줄이게 됨으로 수급상 큰 차질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당장 석유대신 가스와 석탄을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하루 50만배럴의 석유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와 같은 소강상태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국제석유시장에서의 공급물량은 큰 차질이 없기 때문에 국제유가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 석유수출국기구의 평균유가가 배럴당 21∼22달러 수준으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일어날 땐 일시적 폭등 있을 듯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이 실질적인 해상봉쇄를 강화하게 되면 이라크의 산업생산은 마비된다. 특히 식량의 70∼8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이라크로는 현재 식량비축이 3개월분에 불과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극한상황에 달할 경우 후세인 정권은 자체민중봉기로 전복되거나 최후의 결판을 위해 전쟁을 도발할지  모른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발발과 동시에 미국 등 각국의 총공세가 개시되면 10일 이내에 이라크의 패배로 끝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고 보면 유가는 일시적으로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크지만 3∼4개월의 유전복구 시차를 두고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의 파괴정도와 복구 소요기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으나,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종결되고 피해 정도가 경미할 경우 유가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전 수준(배럴당 18∼20달러)으로 조기복귀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악화되기 전에 요르단·이집트 등 중동 주요국이 중재하여 ‘쿠웨이트에서의 철군과 그에 상응하는 영토 및 재정적인 보상’의 상호조건으로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체에너지 개발 등 정책노력 있어야

 그 경우 이라크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어 상당기간 유가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고 이라크가 종전에 주장했던 25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초반과 같이 유가가 30달러를 초과하면 대체에너지 개발, 소비절약 강화 등으로 세계 석유수요가 감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유가 하락세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상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 유가가 일시적 폭등세를 보일 수는 있으나 중동위기가 진정되면 하향조정 국면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분간 금년 상반기와 같은 매우 낮은 수준(배럴당 16달러 정도)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OPEC현장 유가는 금년 하반기중 22달러선, 91년중에는 20∼21달러선에 달함으로써 당초 우려했던 세계경제에 대한 심각한 영향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상대적인 고유가를 유발해 어느 정도 인플레를 야기하고 세계경기를 다소 침체시킬 염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석유도입 물량이 약2억9천만배럴, 금액으로 50억달러(89년)에 달해 앞으로 원유도입가격이 40%정도 오를 경우 원유도입에 따른 연간 추가부담액은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저유가 시대에 등한시했던 에너지 절약, 대체에너지 개발, 에너지도입선다변화 등을 꾀해 에너지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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