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희극의 전형 보여주겠다”
  • 편집국 ()
  • 승인 199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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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金亨坤씨… 소재 선택의 자유, 방송 다원화 강조

 “5공이나 6공이나 코미디 소재의 제약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이 소재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현실풍자코미디의 대표주자로서 ‘탱자…’코너에서 열연중인 코미디언 金亨坤(31)씨는 첫마디부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와 같은 양 방송사의 독과점 체제하에서는 진정한 코미디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방송의 다원화를 주장한다. 방송관계법의 날치기 통과로 인한 여론 악화로 민방론자들의 목청이 가라앉은 요즈음 그는 보기 드물게 ‘당당한’ 목소리로 민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소재의 다양화와 정성어린 코미디의 제작을 위해서도 민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에 광고주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도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없는 것이 섭섭합니다. 왜 돈 벌 생각만 합니까.”

  그는 또 성인을 대상으로 한 본격 현실풍자코미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영시간을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드라마나 교양물에서와 같은 사전제작 및 외주제작 방식을 코미디물에도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제작여건은 벽돌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하는 ‘생산’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이다.

  “잘 돼야 될텐데” “니 팔뚝 굵다” “내비둬, 이대로 살다 죽을래”등 여러 가지 유행어를 만들어내 ‘유행어 제조기’라는 평을 듣기도 했던 그는 유행어에 대한 비난은 쓸 데 없는 걱정이라고 말한다. 유행어의 통용은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이므로 모방에 민감한 어린이들의 경우도 나름대로의 문화로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87년 첫 본격무대였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공연에 이어 88년 여권 내부의 수구세력에 초점을 맞춘 ‘(신)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를 직접 각색 · 주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그는 현재 동료 코미디언들과 함께 비룡웃음연구실을 운영하며 풍자코미디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백5kg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뛰어난 순발력이 주무기이며 취미가 아이디어 개발이라고 할 만큼 각종 일간지와 만화 등을 섭렵, 코미디 소재를 발굴해내는 천성을 가졌다. “앞으로 의사 · 검사 같은 기득권세력이나 목사 · 스님 같은 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풍자코미디의 전형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희망사항이 ‘희망사항’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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