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정계 개편’ 소용돌이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2006.04.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네마루 사퇴로 自民 최대파벌 양분···보수 2당 또는 보혁 양당제로



 일본 정계의 최대 실력자 가네마루신이 14일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일본 정국이 큰 소용돌이에 빠졌다. 운송회사 도쿄사가와큐빈으로부터 5억엔을 수뢰한 사실이 밝혀져 이후 자민다의 ‘쇼군’ 가네마루는 부총재직 사임으로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빗발치는 의원직 사퇴 요구에 끝내 굴복, 34년간에 걸치 정치생활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청산하게 된 것이다.

 ‘자의반’으로 그의 정계 은티를 풀이한다면 우선 그의 나이가 78세의 고령이라는 점이다. 가네마루는 자민당 최대 파벌 다케시타파 회장에 취임한 이래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을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고 그의 정치적 세확장을 적극 지원해 왔다. 때문에 오자와가 다케시타파를 완전 장악할 수 있는 세확장이 마무리되면 가네마루는미련없이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이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이렇게 본면 가네마루의 정계은퇴는 도쿄 사가와큐빈사건으로 그 시점이 조금 앞당겨 졌을뿐 예정된 절차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4년전 리크루트사건 때 각파 영수들이정치자금 수수사실을“비서가 제멋대로 저지른 행위‘라고 떠넘기던 모습에 비하면 가네마루의 정계은퇴는 킹 메이커다운 결단으로 비치기도 했다.

폭력단 얽힌 ‘타의에 의한 사퇴’가 불씨

 그러나 문제는 가네마루의 정계은퇴가 자의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타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가네마루는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20만엔의 벌금을 납부한 직후 즉각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다.5억엔의떡고물을 만진 것을 사실이나 이를 자파의원 60명에게 전액 분배했지 사복을 채운 것은 하푼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5억엔의 떡고물에 20만엔의 벌금‘을 여론이 납득할 수는 없었다. 특히 사돈 다케시타가 87년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기 직전 반 다케시타 캠페인이 일자 가네마루가 우익·폭력단을 조종해 이를 봉쇄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가네마루에 대한 의원직 사임 압력은ㄴ 가중되었다.

 물론 자민당과 우익·폭력단과의 검은 유착은 이전부터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왔다. 한 예로 자민당의 전신인 자유당은 우익의 거두 고카마의 자금을이용해 발족했으며, 그 고타마는 76년 록히드 사건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잇었다. 또 폭력단 간부의 장례식에 정치가의 화환이 장식되고, 그 답례로 정치가의 자금모집 파티에 폭력단 간부가 얼굴을 내미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민당의 정권교대에 우익·폭력단이 직접 관여돼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은 이번 경우가 처음이며, 그만큼 여론의 충격도 컸다. 또한 ‘헤이세이의 요괴’로 불릴만큼 불가사의한 정치가로 평가되던 가네마루의 정치 배경이 우익과 폭력단이었다는 사실이 이를계기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결국 가네마루는 이러한 여론의 풍압과 야당의 증인환문 공세가 거세지자 다케시타파 회장직 사임이나 자민당 탈당으로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해 의원직 사임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가네마루를 마지막 궁지로 몰고 간 것이 이러한 외부압력이고 보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다시 말하면 가네마루 의혹사건의 불똥이 자기 파벌에 옮겨 붙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다른 파벌의원들이 압력을 가하고 파벌 회장쪽으로 갈라졌기 때문에 가네마루에게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쇼군’가네마루의 정계 은퇴는 일본 정치에 대격변을 불러일으키는 정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한결같이 내다본다.

전 간사장 오자가와 파벌 재편 추진

 우선 최대 파벌 다케시타파가 파내대립이 격화되어 멀지않아 오자와파 대 반오자와파로 분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의원의원 68명, 참의원의원 40명 등 모두 1백8명이 소속되어 있는 다케시타파의 오너는 다케시타 노보루전 총리, 85년 다나카파를 뛰쳐나온 의원들로 구성된 참정회를 모체로 제1야당 사회당에 버금가는 세력을 형성해 자민당 총재 및 수상 선출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다케시타가 리크루트사건에 연루되어 수상직을 사임하자 파벌의 실질적인 운영권은 전문경영인격인 가네마루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후 오너 다케시타와 전문경영인 가네마루는 파벌 운영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불편한 관계로 발전했으며 파벌도 가네마루를 중심으로 한 ‘오자와파’와 다케시타를 중심으로 한 ‘반오자와파’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가네마루의 의원직 사임 이후 다케시타파는 ‘7인의 사무라이’라고 불리는 중간 간부 중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회장으로, 하시모토 류타르 전 대장상과 오붙이 게조 전광방장관이 부회장으로 취임하여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했다. 그러나 공석중인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오자와 대 반오자와연합의 암투가 치열해지고 파벌의 주도권 싸움이 장기화하게 되면 결국 다케시타는 양분되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대다수가 관측한다.

 최대 파벌 다케시타의 혼한파 부열은 자민당의 파벌 재편성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자민당은 지난 55년 창당 때부터 8개 파벌이 당내 주도권 쟁탈전을 벌여온 파벌연합체이다. 파벌 영수의 사망과 정계 은퇴로 파벌이 이합집산을 거듭해 현재는 6개 파벌이 할거하고 있으나, 다케시타의 분열은 이러한 파벌의 이합집산을 촉진하여 자민당의 파벌 판도를 대폭 바꿔 놓을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예측한다.

 정치평론가 이토 마사야씨에 따르면 이러한 파벌 재편성을 주도하는 중심 인물은 차세대 선두주자로 지목받는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오자와는 리크루트사건 이후 자민당의 금권체질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지자 자민당의 당내개혁을 적극 추진해 왔다.

 자민당의 파벌·금권 정치를 잉태한 현재의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개혁한다는 것이 오자와갸혁의 골자인데, 오자와는 이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 자민당을 소선거구제 추진파와 반대파로 양분할 구상까지 다듬고 있었다. 즉 오자와는 소선거구제로의 이행이 벽에 부딪힐 경우 다케시타파 세력을 2백명 의원체제로 끌어올려 자민당을 분담케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자와의 이러한 대담한 파벌 재편성과 보수 양당제 도입 구상은 후견인 가네마루의 정계 은퇴로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러나 다케시타의 혼란과 분열이 더할수록 오히려 오자와 구상은 그 실현이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평론가 이토씨의 분석이다. 다시 말하면 다케시타파의 분열은 자민당의 파벌 재편성과 정계 재편을 촉진시키는 가속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야당 재편성에도 영향

  가네마루의 정계 은퇴는 여당인 자민당 뿐만 아니라 야당의 재편도 촉진하는 변수이다. 자민당은 지난 37년간 냉전구조 아래서 1당 장기집권을 구가해 왔다. 사회당 역시 이같은 냉전으 수혜자로 지난 37년간 꾸준히 제1야당이라는 지위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무너진 이후에도 사회당은 좌우파의 대립에서 헤어나지 못해 지지율이 격감하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사회당의 ‘뉴웨이브회’를 중심으로 한 신진 의원들은 ‘사민련’의 에다 사스키 대표, 그리고 일본 최대의 노조단체인 ‘렌고우’와 연합해 신당 창당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의 참의원선거에서 4석을 획득한 ‘일본신당’의 약진, 그리고 헤이세이 유신을 외치는 경영평론가 오마에 겐이치가 새로운 보수정당 창당을 검토중이어서 가네마루의 정계은퇴 여파는 야당의 재편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네마루의 의원직 사임은 여당 자민당 뿐만 아니라 야당의 재편성을 촉진하여 일본의 정치구도를 보수 2당제로 또는 보혁양당제로 끌고 갈 소지를 안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