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공격하면 보복"
  • 편집국 (sisa@sisapress.com)
  • 승인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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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헤이즈 박사 특별기고/북한, 미군철수와 核 연계 안할 듯

 지난 87년 한국 내 주한미군의 핵보유 실태를 상세히 담은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끈 호주 출신 핵전문가 피터 헤이즈 박사가 북한 정부의 초청으로 9월28일부터 10월5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  방문기간 동안 그는 김(金)    노동당 국제담당 서기. 인민무력부 부국장 김영철 소장, 김철기 원자력공업부 과학기술국장 등을 포함한 많은 인사들을 만나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헤이즈 박사는 비록 본지의 기고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한 북한 장성의 말을 인용, 만일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선제공격할 경우 북한도 이에 맞서 남한 내 한두 곳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자신에게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편집자 주)

   북한관리들은 부시 미대통령이 최근 모든 지상 및 해상 전술핵을 철거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신속하게 환영의 뜻을 표했다.  김영남 외교부장은 10월1일 “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선언을 환영하며 이같은 조처가 한반도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남 부장은 북한이 미국측의 제안에 환영논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점을 주지시켰다.

  북한 외교부의 한 외교관도 “역시 우리 입장이 옳았다"며 부시 대통령의 선언은 미국이 남한 내 핵무기를 철거하지 않는 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지 않기로 한 북한의 방침이 정당함을 입증해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고위 외교분석가는 "미국은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며 그중에는 남한에 대한 핵무기의 인도를 늦추거나 기존 핵의 부분적 철거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어떠한 옵션이건 그는 부시 대통령의 선언을 환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관리들은 남한당국이 지난 22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4차 남북총리회담에서 지난 7월 북한이 내놓았던 비핵지대화안에 대해 나름의 대응안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의 외교관과 공식 소식통들도 핵에 대한 남북공동선언이 현재 적극 고려되고 있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이렇게 되면 불과 4년 전만 해도 금기였던 핵에 대한 논의가 이제는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중심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이제 남과 북은 핵무기 전염에 대한 영구적인 치유책을 찾든지 아니면 앞으로 중차대한 정치 및 경제문제에 대한 협상을 핵문제로 망칠 것이닞 각자 결졍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의심할 여지없이 북한이 국제원자력 기구의 안전협정 서명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초대 걸림돌이다.  북한의 핵안전협정 거부를 비난한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 결과에 대해 북한은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북한관리들은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가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고 비난했다.  한 북한관리는 “그러한 압력은 오히려 우리의 서명을 연기시키는 부정적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리들은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해놓고 우리보고 핵안전협정에 서명하라는 것은 너무도 불평등하며 또한 민족적 자존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말했다.

  북한관리들은 빈의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의 대북한 비난의 정도가 너무 심해 처음에는 이 기구가 아예 북한을 축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선언은 빈사태로 인한 북한의 악감정을 어느 정도 불식하는 데 기여한 것 같다.  김용순 노동당 국제담당 서기는 “우리는 설령 내일이라도 국제 핵사찰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미국이 한반도 비핵지대화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응이 있다면 북한의 핵안전협정 서명은 '자동적으로'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한과 미국정부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들어 북한 관리들의 이같은 발언을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정보가 북한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북한 관리 “플루토늄용 증식원자로 건설 계획 없다"
 북한이 영변에 플루토늄 재처리공장은 물론 우라늄 농축공장과 사찰을 받지 않는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이(주한미군의 랜스미사일처럼)대량 파괴능력이 있는 탄두가 장착되지 않는 한 군사적으로 별 의미가 없고 부정확한 장거리 스커드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서방의 분석가들은 북한은 2년 내(운반수단을 갖춘 핵무기에 비하면)초보적인 핵장치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나는 이번 북한방문 동안 영변에 가보고 싶었지만 거절당했다.

  나는 스폿(SPOT)위성으로 찍은 영변의 핵시설 사진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서방측의 해석을 북한관리들에게 설명했지만 그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은 얻어내지 못했다.  원자력공업부 김철기 과학기술국장은 동해안에 건설예정으로 소련이 공급한 1.76기가와트(1기가와트=10억와트)급 원자력발전소에 필요한 핵연료처리시설을 위한 기술을 현재 개발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첫단계로 우라늄 추출과 처리를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방사능광물 시굴을 위한 공장이 세워졌으며 해외에서의 핵연료막대 제조에 필요한 것으로 우라늄원광에 있는 우라늄염(yellow cake)을 추출하기 위한 시범공장도 세워졌다는 것이다. 

소련제 원자로의 가동에는 3%의 농축우라늄235가 필요하다.  김국장은 북한은 우라늄농축 공장을 세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시범적이 우라늄농축 시설이 있다는 점을 강력히 부인하고 그보다는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한 기술적 이론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값이 너무 비싸 기술적 이론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값이 너무 비싸 기술적 이론작업이 실용화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국장에 따르면 현재 영변에는 최근 서립된 핵물리연구소 방사능화학연구소 핵전자연구소 기초물리연구소를 포함해 수많은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영변에는 과학기자재를 만드는 공장과 다양한 기초 및 핵응용 연구소에 설비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한 공장들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소련측이 건설했다는 연구용 원자로만을 언급했다.  이 원자로는 매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고 있다.  그는 또한 코발트와 베타트론으로부터 방사능에 화학적 원료를 노출시켜 얻어지는 동위체를 분리하기 위한 별도의 동위체 생산공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변에 대해 "헛된 선전"이 많다면서 이 지역에 40메가와트(1메가와트=1백만와트)급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그는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공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앞으로도 플루토늄용 증식원자로 건설은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타고 남은 핵연의 저장이나 처리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본 적이 없다며, 그 이유는 수출용 소련제 원자로의 경우 타고 남은 핵연료는 소련으로 바환되는 게 관례인 점을 들었다.

  영변에 새로운 대규모 원자로가 건설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북한이 한사코 부인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우리는 북한의 영변 핵개발설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남한이 핵개발 모색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으로나 전략적 요구로 보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핵폭탄을 개발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북한은 한국전쟁중 미국이 행한 핵위협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핵폭탄 자체는 아니더라도 핵에 대한 선택권을 갖기로 한 때가 70년대 중반이며 이에는 세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미국은 베트남전쟁 말기에 북한에 대해 핵위협 운운의 발언을 증대해왔다.  둘째 남한이 지난 71년 이휴 자체 핵무기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75년 드러났다.  셋째 76년 휴전선에서 벌어진 미루나무 사건 때 보여준 미국의 엄청난 군동원능력은 많은 북한인들로 하여금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쟁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깨닫게 했다는 점들이다. 

북한은 남한의 핵개발 의도에 대해 나름대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인민무력부 김영철 장군은 10월4일 “우리는 남한이 이미 자체 핵개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관리는 만일  일본과 남한이 핵을 갖기로 한다면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물었다.  그만큼 핵확산은 남북한 모두에게 전략적인 우려요소라는 게 북한 지도부의 인식이다.

  북한의 전략적 계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두가지 요소가 있는데, 이는 핵무기 보유가 군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첫째 북한의 정치 및 군사 관리들은 공세적 군사능력면에서 북한이 이미 남한에 대해 열세에 놓였거나 곧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북한관리들은 군사력 균형을 위해 값싼 핵방어를 택하기보다는 재래식무기에 의한 일종의 상호 안전파괴 체제가 남북한간에 존재해 어느 쪽도 다른 쪽을 공격할 수 없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장군은 “만일 미국의 분석가들이 북한을 아프리카나 중동의 어느 국가로 본다면 이는 대단히 시각한 오판일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소련의 핵우산이 이미 철거됐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냉전시대에 미국이(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했다면 소련이나 중국으로부터 모종의 반응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김장군은 "그러나 이제는 소련, 아니 러시아의 핵무기조차 미국의 핵무기에 대해 억지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장군은 이어 "우리는 소련 등 우방국의 핵무기 원조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중국은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있으며 소련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관리들은 재래식무기의 균형이 남쪽으로 기울고 소련 등 우방국에 의한 핵억지력이 없어짐으로써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게 아니냐 하는 지적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를 테면 김장군은 “북한의 군사전략은 최첨단 현대무기에 같은 무기로 맞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군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핵무기를 갖기 위한 어떠한 의도도 필요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리는 만일 북한이 서방분석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80년대초 핵폭탄개발 계획을 시작했다면 핵확산금지조약에 결코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고위 외교분석가는 북한이 핵을 보유한다면 이는 -“모든 한국인에 의해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돼 반대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자신의 핵의도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밑바탕에 깐 채 방위능력을 증강시키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남한에도 '확인도 부인도 않는다는 정책(NCND)' 때문에 모호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말하자면 양쪽의 모호한 태도가 서로 균형적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성격규정은 북한이 미국의 NCND정책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치한다.  김장군은 "군사적 의미에서 모호성이란 항상 기습공격을 위한 준비와 연결돼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행동과 전략적 상황 및 향후 전망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남한이 최소한 핵옵션보다 더 안보에 이득이 되는 정치 및 경제적 제안을 내놓기 전에는 궁극적인 의도에 대해 모호난 태도를 취하면서 핵폭탄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배양하리라는 점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반도의 핵문제는 남북한 미국 등 3자의 협상에서 모두에게 아주 힘든 딜레마가 될 것이다

韓·美는 남한 군기지 사찰에 동의해야
 북한은 미국이 1년 내 핵무기를 철거하고 남한 내에서 군기지와 군함 및 항공모함에 대한 사찰이 허용돼야 비로소 핵안전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이같은 조건을 얼마나 고수할지는 점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 군부에게는 남한 내 군기지 등에 대한 사찰이야말로 그들이 품고 있는 남한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서방측에는 남한에서 핵지뢰가 철거됐다고 알려졌지만 북한의 군부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장군은 “지금가지 핵지뢰가 남한에서 철거됐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는 군인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 내에서 모든 핵무기가 철거됐다는 고도의 확신을 북한 군부가 갖지 않는 한 북한의 정치적 신축성 역시 그만큼 제한될 것 같다.  북한관리들은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일부 요구가 남한측 요구와 맞바꿀 수도 있는 것임을 비치고 있다.  한 관리는 남한 기지에 대한 북한의 사찰요구가 “이론상 그렇다는 것" 이라며 "현실적으로 우리는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해 회담을 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거가 묵시적인 방법이어야 하느냐 공개적이어야 하느냐, 단계적이냐 즉각적이냐, 또는 주한미군의 철수와 연계돼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관리들은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북한관리들은 주한미군 철수를 핵문제와 연계하는 것이 별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한 관리는 “우리는 미국이 남북한 사이에 억지력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남북군축의 실현을 지켜 보고자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협정이 맺어지려면 북한은 통행중인 군함이나 비행기에 대한 종전의 사찰요구를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한 관리는 자기들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통행조건은 일종의 원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시선언 이후 이같은 요구는 정치적으로 실현이 힘들며 또한 기술적으로도 전함의 경우는 실현성이 없다.  국내 정치적 이유로 북한이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점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 어느 곳이건 현장검증을 받아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 수년간 영변의 새 공장에서 소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해왔다.  따라서 남한과 미국은 이같은 원료가 무기관련 활동에 쓰이거나 저장될 수 있는 의심스런 지역에 대한 사찰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핵폭탄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를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발표는 북한에 대해 핵안전협정 서명 압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일방적 결정은 북한의 핵안전협정상의 의무이행과 주한미군의 핵무기가 연계될 수 없다는 미국의 주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남한은 남한 내에 핵무기가 없다고 밝힐 수 있게 됐다. 

북한의 경제개혁 적극 도울 때
 미국과 남한은 남한 내 군기지에 대해 언제든 원하는 대로 현장사찰 실시에 동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중거리핵무기협정(INF)이 타결되면서 동맹국과 이같은 절차를 받아들일 수있다는 점을 보인다 있다.  물론 남한으로선 여전히 이 문제가 골칫거리가 떠오를 것이다.  결국 한·미 양 동맹국은(현재 그 기능이 유명무실한 중립국감독위원회를 활성화시키든지 아니면 한반도 문제의 6대 이해당사국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하든)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위한 엄격한 사찰협정을 맺는 것이,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현재 한반도에서 고려중인 재래식무기 감축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좋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남한이 먼저 현 북한의 지도부가 경제개혁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몸짓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북한사회의 이같은 전환이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다시 오르기 시작하기까지 단기적으로는 엄격한 정치적 통제를 수반하라는 점이다.  남한이 이같은 책임을 질 용의가 없는 한 북한은 서울로 가는 길을 택하기보다는 미얀마로 가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경제적 침체와 정치적 통제로 인해 격심한 과도기에 빠진 데다 핵능력까지 갖춘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미국은 남한에서 핵무기의 마지막 하나까지도 철거함으로써 핵매듭을 풀어야 하며 남한도 경제력을 이용해 북한이 궁지에서 벗어나도록 힘써야 한다.  만일 협상을 질질 끌며 북한으로부터 마지막 하나까지 정치 및 군사적 이득을 취할 셈으로 핵문제 해결을 언제까지나 지연시킨다는 것은 극히 신중하지 못한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무기개발을 중단시키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북한의 지도부도 현재와 같은 스탈린식 국가로부터 남한과의 경제적 의존관계 속에서 좀더 신축적인 방향으로 나갈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만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핵문제에 대한 협상을 질질 끌어 북한이 얻게 될 결과는, 남한에 엄청난 부담만 지우는 그들의 체제 파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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