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탓만 할 게 아니다
  • 강봉균 (경제기획원 차관보)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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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고임금에 비하여 생산성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어 가자는 데 있기 때문에 이미 올라버린 임금 수준을 탓하기보다는 낙후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에 지혜와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임금은 몇년 사이에 갑자기 올라갈 수 있지만 생산성은 그렇게 금방 올라가지 않는다. 또한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생산성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항상 미흡하다.

 생산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도덕성 준법성 협동심 근로정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기술 수준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사람의 기술 수준은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통하여 길러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기 때문에 산업계에 필요한 인력이 양성되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정부조사단을 편성하여 독일의 산업교육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 독일은 우리보다 세배 정도나 되는 고임금 국가이면서도 막강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직업교육훈련제도가 튼튼히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높은 생산성은 기업의 철저한 직업교육 덕분

 독일은 청소년의 75% 정도가 직업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머지 25% 정도의 학문적 두뇌를 가진 사람만 대학진학 교육을 받는다. 직업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입학 전에 이미 자기가 어떤 직종의 기술을 배울 것인가를 결정한다. 자기가 선택한 기술직종에서 최고의 기능인이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이다. 기술교육을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독일의 특징이다. 즉 학교에서는 최소한의 교양과목과 산업기술에 관한 기초이론을 가르치고 실제로 숙련훈련은 전적으로 기업에서 맡는다. 직업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1주일에 학교는 하루 정도 나가고 나머지는 기업체의 직업훈련소에 출퇴근한다.

 이 제도는 전통적으로 독일의 도제제도에 뿌리를 두고 발전하여 상공인들은 스스로 숙련공을 양성할 책임이 있다는 의식구조가 근거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정부 책임 아래 있는 학교제도는 기업체 훈련에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독일의 산업계에서는 학교가 배출하는 인력의 질이 나쁘다든지, 산업수요에 맞는 직종이 부족하다든지 하는 불평이 나을 수 없는 것이다. 직업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자기가 선택한 직종의 기술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업체를 찾아다니면서 훈련 · 고용 계약을 맺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현장훈련을 받는다. 이때 학생들은 기업으로부터 훈련생 급료(우리 돈으로 월 50만원~l백만원)도 받는다.

교육제도 개혁은 ‘대학입시' 아닌 '직업교육'에서 이뤄져야

 기업은 학생들을 처음부터 현장라인에 투입하여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식의 얄팍한 계산을 하지 않는다. 처음 2년 정도는 훈련소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고 나머지 1년 정도는 현장라인에 배치해 실습시킨다. 교육훈련체계는 3백80여개 직종별로 기업과 노조의 의견, 중앙정부와 지방교육행정기관이 협의해서 마련한다.

 한 나라의 교육체계는 그 나라의 전통과 국민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와 영국이 독일의 장점을 이식시키려고 부단히 시도해 보았지만 독일처럼 철저한 직업교육 훈련제도를 정착시키지는 못하였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의 현실이 있어 외국 제도를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훈련제도를 이대로 밀고 나가면서 과연 선진국에의 도전이 가능할 것인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우리 기업들도 산업계가 필요한 인력 양성에 대하여 보다 능동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할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당국과 교육계에서도 과감한 인식전환이 있어야 하겠다. 3분의 1 정도의 대학  진학자를 위주로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을 끌고가는 데서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가. 진정으로 청소년의 장래를 걱정하는 교육자라면 산업계와 능동적으로 접촉하며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교사양성 제도도 심각히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교육재정 투자구조를 재점검해 학교가 산업에 맞는 교육을 실시할 만한 시설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의 교육투자는 이론교육에 지나치게 쓸려 있고 교육제도 개혁논의는 대학입시제도 개선에 집중되어 왔다. 이제부터라도 제도의 본질을 고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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