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늘어난 종교방송 보도비율은 어디까지
  • 조하진(방송평론가) ()
  • 승인 199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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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 CBS 마찰을 계기로 살펴본 보도프로그램

최근 정부와 기독교방송(CBS) 사이에 선교방송 비율을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지자, 평화방송(PBC)과 불교방송(BBC)을 포함하 3대 종교방송의 보도방송 비율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보도방송 비율 논란은 해당방송사의 보도성향과 맞물려 ‘90년대의 새로운 방송탄압??이라는 예민한 반응을 부르고 있다(70페이지 박스기사 참조)

 EN 종교방송의 개국을 계기로 종교방송에 대한 기대와 함께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벌서부터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정부와 기독교방송 사이의 갈등을 바라보는 방송관계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양분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CBS의 강도 높은 對정부비판 보도 태도를 다른 종교방송이 경쟁적으로 뒤따를 것이란 우려 때문에 정부측이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라 해석한다. 반면 보수적인 시각은 CBS가 그동안 종교방송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정치·사회문제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두 종교방송이 개국한 이즈음 건강한 종교방송문화정립을 위해 기존 방송의 관행에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종교방송은 객구 허가가 나올 무렵 방송계에서는 세 종교방송의 보도선명성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자연스럽게 나왔었다.

 공보처의 자료에는 현재 세 종교방송의 보도방송 비율은 하루 전체 방송시간 중 CBS가 18.5%, PBC가 17.2%, BBS가 8.7%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교통방송 자료는 이 세 방송의 보도성향에 대하여 〈조선일보〉와 기사를 제휴하고 있는 CBS는 ‘소시민층을 대변하는 비판적 성향 보도??이며 〈동아일보〉와 기사를 제휴하고 있는 PBC는 ??영세민 대변 및 권익보호를 중심으로 한 비판적 보도??를 하고 있으며 〈한국일보〉와 기사를 제휴하고 있는 BBS는 ??대중적 시사 중심의 종합보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세 종교방송 가운데 가장 많은 보도방송을 하고 있는 CBS는 본사 보도국 기자 52명 이외에 40여명의 지방방송국 기자들이 하루 17회에 걸쳐 총 4시간의 뉴스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공보처 자료). 지난 87년초 보도프로그램이 부활되지 않앗을 때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한 좌담방송을 내보내다가 생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던 CBS는 보도프로그램이 부활 된 이후 ??청취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는 평을 들으며 폭넓은 뉴스청취자층을 확보해왔다. 비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기독교방송 뉴스에는 일반 라디오방송 못지 않은 ??접촉빈도??를 나타내고 잇는 것이다. 특히 아침?낮 종합뉴스시간에 방송하는 ??논평??코너의 대정부비판은 강도가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일부 비난도 있으나 기독교방송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크게 기여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서울 반경 50km 이내에서만 청취가 가능한 평화방송은 31명의 기자들이 ‘보도프로그램의 심층화?차별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방송언론의 역할에 임한다고 했다. 기존의 방송사에 비해 몸집이 작은 보도국을 운영하고 있어 서울교구청이 발행하는 〈평화신문〉으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고 있다. 활자매체에서 활동하던 기자를 중심으로 제작되는 PBC의 보도프로그램은 카톨릭이 그간 다져온 ??신뢰도??에 힘입은 바도 있겠지만 개국한 지 불과 두 달만에 폭넓은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다. 낮 2시에는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출동 오늘의 현장??이나 저녁 7시30분에 방송되는 ??한동희의 경제쇼??등은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청취자는 ??방송경력이 없어 어눌하고 서툰 진행이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고 말한다.

 지난 5월1일 개국한 불교방송은 PBC와 같은 가칭권을 갖고 있는데 기자가 모두 14명으로 세 종교방송 가운데 보도국 규모가 가장 작다. 이들 중 방송경력 기자는 2명에 불과, 자체 취재능력은 아직도 아쉬운 형편이다. 한 보도국 기자는 “통신뉴스에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면서 인원보강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불교방송의 보도프로그램 가운데 ??법고??는 청취자들로부터 좋은 반을을 얻고 있다. 낮 12시 종합뉴스 끝부분에 3분 가량 사회적인 이슈를 불경과 대비시키며 비판하는 ??법고??는 종교방송의 기능과 보도의 기능이 잘 조화된 뉴스 프로그램이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 방송국의 보도성향을 비교해보면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광주항쟁 10주년에 즈음한 5월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세 방송사의 정오종합 뉴스를 분석해본 견과 세 방송국은 똑같은 기사를 주요 뉴스로 뽑고 있다.


세 방송 보도내용 '비슷비슷'

 우선 16일 CBS와 PBC·BBC는 ‘청와대 특명 사정반 활동??관련 기사와 ??평민당 이상우의원 뇌물수수?? 관련 기사, ??노대통령 방일??관련 기사, ??광주항쟁??관련 기사 등을 이날의 주요 뉴스로 뽑았고, 17일에는 역시 비슷하게 ??광주항쟁????노대통령의 방일????북한의 현대와의 합작 거부????이상옥 평민당의원 뇌물수수 혐의??관련 기사를 이날의 머릿기사로 다뤘다. 그런 상황속에서 CBS가 주요기사로 방송한 ??수도권 신국제공항??관련 기사는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18일 이들 세 방송국은 약속이라도 한 듯 ??광주항쟁??관련 기사로 대부분의 뉴스시간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야권통합??관련, ??임시국회??관련, ??정부의 추경예산?? 관련 기사를 방송했다.

 5월16일부터 18일가지 세 방송국은 각각의 종교와 관련한 기사를 두 번씩 내보내 ‘색깔??을 보였다. 16일에 CBS가 방송한 ??전경 교회난동??관련 기사와 18일 BBS가 방송한 ??승려들 시국성명??관련 기사가 그것이다.

 세 종교방송의 이같은 보도프로그램에 대하여 金萬龍교수(한국외국어대·방송학)는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로 ??채 널 수는 늘어났지만 뚜렷한 차별화는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표현하면서 ??종교방송들이 각기 전문화된 채널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교수는 또 방송의 전문화는 특수방송으로 분류돼 있는 종교방송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방송에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한편 지난 4월에 나온 방송제도연구위원회의 최종보고서에는 종교방송이 특수방송에 속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 방송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종교방송의 보도방송 비율과 그 성향 문제는 또 한 차례 바람을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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