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파업 사태는 회사측이 지난 9월19일 이완기 노조 직무대행 등 노조간부와 조합원 15명을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및 업무 방해 혐의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고발함으로써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되자마자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노조측 피고발인 전원에 대해 9월22일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으며, 변호인단을 구성해 단체협약 위반
등으로 회사측을 맞고소할 방침이다. 이제 노사간 대화에 의한 원만한 해결은 어려워진 형국이다.
한편 9월19일 59개 시민·재야 단체로 이루어진 ‘문화방송 정상화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상임대표 김찬국 전 연세대부총장)가 결성됐으며, 같은 날 방송위원회(위원장 고병익)은 노사가 대화로써 방송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도 MBC진상조사단(위원장 이부영 최고위원)을 구성해 조사활동을 벌였다. 이제 정치·사회 단체까지 문화방송 파업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의 쟁점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노조는 9월2일부터 △편성국장·보도국장·텔리비전 기술국장 추천제도 유지 △해고자 복직 △경영진의 일방적인 5% 임금인상(노조는 임금인상률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철회 등 세가지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파업에 돌입했었다. 그리고 검찰고발 전까지 노사 양측은 추천제와 해고자 복직 문제로 쟁점을 압축시켰었다. 노조는 경영진이 복직에 대한 원칙과 3개국장 추천제도 이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 파업을 풀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복직문제는 노사간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3개국장 추천제도는 인사권에 해당한다”면서 법대로 해결하자는 태도이다.
물론 노사 양측이 교섭을 통한 의견접근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9월18일 오후부터 19일 새벽까지 노사는 막후교섭을 통해 의견접근을 보였고, 극적 타결이 점쳐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회사측이 노조간부를 검찰에 고소하며 강경 대응으로 돌아섬으로써, 이제 노사는 다시 감정대결로 치닫고 있다. 문화방송은 21일자 각 일간지에 “회사는 노동위원회 중재안을 받아들였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불법적으로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광고를 게재하고 “어떤 외부단체의 간여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공권력 투입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예상하고 있지만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파업에 임하고 있다. “싸우다가 잡혀가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이다. 노조 정찬형 대변인은 “우리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도 당장 방송이 공정하게 나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쪽에서 노조를 무시함으로써 문제가 더 커졌다”라고 주장한다.
사실 노조는 파업 초기까지만 해도 ‘노조가 죽느냐 사느냐’하는 노조 존폐의 갈림길로 받아들였으나 이제는 공정방송 쟁취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상황이 노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방송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정치권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여권 내에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 쓸데없이 노조를 자극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여론이 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노사간 대화 통로는 막혀 있고 공은 사법기관으로 넘어간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