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소설에 집념의 사랑 옮겨 심기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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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개작, 장편《파라도》펴낸 작자 金善珠씨



 행방이 불명하거나 인연의 마무리가 모호한 소설 주인공들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일면이 있다. 대개 순박한 독자들은 “그래서 어찌 됐습니까” 하고 묻는다. 작가는 물론 그런 질문에 대해 침묵하거나 묵살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순박한 작가일수록 ‘후일담을 써보라’는 권유는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金善珠씨(48)는 순진한 작가이다. 그는 지난 90년에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한 중편소설 《파라도》를 1천매 남짓 덧대어 장편으로 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 때문에.”그러나 중편 《파라도》의 장편 《파라도》의 독후감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전자가 넓은 의미의 분단소설이라면 후자는 연애소설로 읽힌다. 전쟁과 사랑이라는 주제에 휠씬 근접한 것이다.

 6·25 당시 백령도를 근거지로 반공유격활동을 하던 속칭 ‘구월부대’의 대원 1백7명이 미 연합사령부의 판단착오로 전멸당한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여 미국인의 시각을 통해 ‘남의 나라 내전에 끼어든 군대의 본질’을 규명한 중편 《파라도》는 여타의 분단소설 사이에서 ‘소재의 참신성’이라는 미덕을 확보한 바 있다(그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구월부대’의 자료를 입수했다고 한다).

 “작가의 본질은 정의감”이라고 단정하는 김선주씨는 공무우너 숙청과 같은 시국사건을 끌어들이거나 (<어둠의 더깨 Ⅰ·Ⅱ>) 지배계층의 악덕과 부패를 고발(<유리벽 저쪽·잔인한 승부·기침소리>)함으로써 그러한 진술에 충실하려 애써왔다. 때로 “자기 공간을 무리하게 넓히는 모험”이라는 평을 듣지도 하였으나 이에 대해 그는 “주부작가라는 선입견을 극복하지 못한 또하나의 선입견”이라는 항변을 해왔다.

 그가 중편 《파라도》를 장편으로 증보한 것 역시 무리한 모험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번에는 그가 ‘실패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집념의 사랑’에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며 (단편 《향수》를 보라), 장편 《파라도》의 주인공들은 거의 정신병적일 정도의 집념에 묶인 ‘사랑병 환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 자원한 미국 장교와 아름다운 유격대원의 만남, 전장의 사랑, 그리고 37년 후의 기적적인 재회, 여자에게 선고되는 죽음…. 장편 《파라도》는 최루성 소재를 거의 모두 동원한 연애소설로서 완성된다.

 “좋아하는 사람과 살고 싶은 땅에서 사랑을 베풀고 사는 삶이 최고의 선이 아닌가”하는 반문하는 작가의 표정은 말끔하다. “분단소설로 남겨지길 바랐으나 증보한 뒤 연애소설로 되었다는 지적에도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어투도 담담하다.

 대소사가 유난히도 많은 집안의 며느리요, 학부형으로서의 나이40이 넘어 등단한 지각생인데다, 지나온 삶의 내력 가운데 별다른 ‘결핍’이 없었다는 콤플렉스 또한 첫 장편 《파라도》에서 해소된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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