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변적 지역협력체제 구축해야”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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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로 앞으로 동북아 질서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 예상된다. 한반도를 둘러 싼 열강의 움직임과 남북한 교차승인 등에 대해 고려대 韓昇洲 교수 (정치외교학)의 말을 듣는다 <편집자>

이번 한·중수교로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는가.

두가지다. 하나는 강경고립주의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실용 노선이다. 나는 북한이 단기적으로도 강경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북한이 현명하다면 이번에 핵무기개발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혀 국제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한· 소수교에 이은 한· 중수교를 보고 미국측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한국이 소련과 수교했을 때 미국정부는 내심 조바심을 느꼈다. 그러나 소연방이 와해되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한계가 드러나면서 미국의 걱정은 완전히 가셨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아시아 나라인 데다 남북한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이 이번 수교를 서두른 것은 일본의 정치적 위상이 커지는 것을 견제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 속에서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얘견한다면.

많은 사람이 오늘의 정황이 19세기 열강의 각축전 같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그같은 상황이 가능하자면 남북한이 분쟁이나 정정불안에 휘말려 외세가 개입할 구실을 줄 경우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발발해 어느 한쪽이 외국군의 개입을 요청하면 참전국이 집단으로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앞으로 이웃나라와의 영토분쟁이나 소수민족 분규에 휘말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 상황에 대한 방비책은.

무엇보다 국내적으로 안정되고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또 지역적 국제적으로 다변적 협력체제를 구축해가는 일이다.

다변적 협력체제와 관련해 이 지역에 집단안보체제가 필요하지 않겠나.

설령 집단안보 체제가 생긴다 해도 한국이 중심이 아니고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할 것이므로 우리와 역내 국가들과의 우대와 협력은 그만큼 힘들어질 것이다. 남북한과 4대 강국이 참여하는 이른바 ‘2+4’ 방식은 피하고 기존의 림팩 합동군사훈련을 중심으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4강에 의한 남북한 교차승인 문제는.

 교차수교를 가장 반대해온 나라가 북한인데 이제 반대할 이유가 없어졌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를 하게 되면 북한은 할 수 없이 개방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교차승인이 되면 북한은 남한에 흡수통일된다는 걱정을 벗어날 수 있고 체제 인정까지 받는 이중 효과를 얻을 것이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마당에 북방외교를 평가한다면.

균형감각과 전략적 사고가 부족했다. 그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손익계산이 체계적으로 되지 않았고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소련, 중국과의 수교 그 자체가 목적이 돼버린 인상이 짙다. 사전에 여론 수렴 과정이 배제된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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