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진짜 있었나
  • 대전.김상현 기자 ()
  • 승인 1994.03.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창조과학회, 공학적 입증 시도…50불의 1 모형 만들어 실험

 ‘그들의 죄가 땅에 가득하므로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망시킬 것이다. 너는 잣나무로 배를 만들어 그 안에 칸막이를 하고 안팎으로 역청을 발라라, 배의 크기는 길이 3백규빗, 너비 50규빗, 높이 30규빗으로 하고…’(창세기 6: 13~15)

 배의 재질과 규격, 구조까지 서술되어 있는 노아의 방주는 아마도 성서에서 가장 과학자들의 흥미를 끄는 주제일 것이다. 과연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을까. 또 존재했다면 40일 간의 대홍수에도 무사히 견뎌낼 수 있었을까. 한국창조과학회(회장 김영길)는 노아의 방주가 엄연히 존재했을 뿐 아니라 대단히 과학적이었으며, 이 세계가 신의 창조물임을 보여주는 가장 유력한 증거라고 말한다.

 지난 92년말 창조과학회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연구 과제를 한국기계연구원 산하 선박해양공학연구센터에 의뢰했다. 노아의 방주가 조선공학적으로 어느 정도의 안전성을 가지는지 평가해 달라는 것이었다. 성서의 과학성을 검증받기 위해 창조과학회가 투자한 연구비는 3천5백만원. 정회원이 3백여 명에 불과한 창조과학회의 규모를 감안하면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해양공학연구센터가 최근 내놓은 결론은 이렇다. '노아의 방주는 조선공학적으로 매우 현실성 있는 길이?너비?높이를 가지는 배이며, 30m 높이의 큰 파도를 만나더라도 선체?승무원 ?화물이 손상을 입지 않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고 판명되었다.' 해양공학연구센터는 조선?해양 공학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과학기술처 산하기관이다.

 창세기 6장에 따르면 노아의 방주는 길이 3백규빗(cubit), 너비 50규빗, 높이 30규빗이다. 규빗은 어른의 손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거리를 가리키는 히브리 지방의 길이 단위이다. 1규빗이 45cm쯤 되므로 노아의 방주는 길이 1백35m, 너비 22.5m, 높이 13.5m에 이르는 거대한 배인 샘이다. 자세한 규격이 명시되어 있다고 하지만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삼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다른 연구원 12명과 함께 시험에 참여했던 홍석원 박사(해양기술연구부 운동성연구실장)는 "정보가 매우 빈약하지만 성경에 나온 배의 주요 치수와 재질만으로도 방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일은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과학으로 공인되기에는 '역부족'
 바지선을 닮은 배의 형상은 터키 동부의 아라랏 산 근처에서 방주를 보았다는 여러 탐험가?학자들의 목격담을 근거로 추정했다. 아라랏 산은 대홍수가 끝난 뒤 방주가 머물렀 다고 알려진 곳이다. 흘수(吃水 : 선체가 물에 잠기는 깊이) 역시 특별한 자료는 없지만 '물이 불어 15규빗이 오르매 산들이 덮인지라…'라는 성경 구절을 따라 7m로 추정했고, 그 값으로부터 배수톤수 2만1천t을 산출해냈다. 이러한 기본 제원을 바탕으로 연구센터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배수량을 가지면서 길이?너비?높이의 비가 다른 배 12척을 가정하여 시뮬레이션했다. 또 실제 방주 크기의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 방주 3척을 만들어 시험했다.

 배의 안전성을 재는 기준은 △구조가 얼마나 튼튼한가(구조 안전성)△외력을 받았을때 원래 자세로 얼마나 잘 돌아가는가(복원안전성)△상하 운동, 종횡 운동, 선수 갑판침수 빈도 등 파도의 온갖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파랑 안전성) 세 가지이다. 시험결과에 따르면, 노아의 방주는 l1m 파고에서 0.Ol~O.49의 좋은 파랑 안전성을 보였고(0이 가장 안전, 1이 가장 위험), 구조 안전성 또한 안심할 만한 상태였다. 특히 방주의 복원 안전지수는 미국선급협회(ABS) 기준보다 13배 이상 안전하다고 평가되었다. 물론 이 평가는 방주가 항해하지 않고 물 위에 떠 있기만 하는 조건에서 내려진 것이다.

 창조과학회 김명현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는 "노아의 방주가 지극히 과학적이며 대홍수 또한 역사적 사실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조과학론자들은 대홍수 이야기가 지구상의 많은 나라에서 전해온다는 점과 거대한 석탄층이 발견되었다는 점, 매머드?물고기떼 ?공룡 화석 같은 지질학적 증거를 들어 노아의 홍수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임을 역설해왔다.

 그러나 축구장보다도 더 긴 배를 만드는 것이 4천5백여년 전의 기술 수준으로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고 창조과학론자들은 주장한다. 노아의 방주와 관련한 다른 의문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대답을 준비해두고 있다. 어떻게 '혈육 있는 모든 생물'의 암수를 한쌍씩방주에 태울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이렇다."노아가 아닌 하나님이 그것들을 그에게 데려오셨다. '땅에 기는 모든 것이 네게로 나아오리니'라고 성경에 씌어 있지 않은가."

 모든 생물을 태울 만큼 방주의 공간은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또한 간단하다.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명현 연구원은 "오늘날 살고 있는 육상 생물은 1만7천6백종, 쌍으로 계산하면 3만5천2백마리인데, 방주는 12만5천마리 이상을 수용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 연구 결과가 곧바로 창조과학을창조 '과학'으로 공인받게 하는 근거가 되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 창조과학은 그 뿌리의 대부분을 성서의 '말씀'에만 기대고 있다는 공격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연구센터의 서상현 연구원은 "성경에 명시된 방주의 주요 치수가 안전성 면에서 나무랄 데 없었다는 사실만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