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법, 한·미 동시개봉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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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개발한 새로운 경영기법이 마치 할리우드 영화만큼이나 빨리 우리나라에 전파되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한 경영기법들은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싹튼 지 얼마 안된 것들이다. 이 때문에 경영학자들과 경영 자문가들은 신경영기법의 ‘한·미 동시개봉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경영기법 보급이 빨라진 것은, 국내에 전파되는 경로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일본을 거치지 않게 됐다는점이다. 과거 대부분의 경영기법은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안중호 교수(서울대· 경영학)는 “현재의 40·50대 경영 전문가들은 일본어 서적을 통해 미국의 경영기법을 소화했기 때문에 일본화한 개념이나 기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생겼지만 일본에서 완전히 다르게 소화된 경영기법이 국내에서 횡행하는 데 놀랐다고 한다.

 신경영기법의 주역들도 점차 바뀌고 있다. 경영학 교수들은 여전히 기업 경영에 대해 중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새로운 경영기법을 전도하기엔 경험이 없다는게 흠이다. 국내 경영 자문 업체에 근무하는 전문가들이 이들의 현장 경험을 메워주기도 했지만 곧 새로운 주역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판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세계적인 수준의경영 자문 회사에서 근무했던 전문가들이 바로 경영학 교수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들이다. 또 이런 경력을 소유한 교수라야 계속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세계적인 업체들이 속속 한국에 지사를 개설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매킨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베인, 모니터, 아서앤더슨 둥 유수의 경영 자문 업체들이 한국에 지사를 냈거나 국내 업체와 제휴한 상태다. 외국 업체의 한국지사에는 본사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물론 이런 전문가들이 선진국에서처럼 자기 세상을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한 교수는 “모든 기업이 리엔지니어링이다. 벤치마킹이다 하고 떠들지만 유명한 경영 자문 업체들이 얼마나 그런 용역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면 놀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업체들이 실제로는 기업으로부터 용역 의뢰를 많이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것이다. 쌍용컴퓨터 전무로 있다가 독립한 경영 자문가 노중호씨 (시에치노시스템컨설팅 대표)는 “한국에는 경영 자문가들을 키워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의 최고 경영자들이 경영 자문가로부터 배우기를 꺼린다는 점을 그런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그러나 이제 막 홀로서기를 배우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신경영기법과 경영 자문 업체에 대한 기대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영 자문 시장은 점차 커지고, 그 안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매킨지와 모니터사에서 근무한 모니터사한국지사장 김형범씨는 “과거 신경영기법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교수들과 현지 전문가(local consultant)였다면, 앞으로는 세계적인 경영 자문 업체의 전문가들이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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