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히 빛난 ‘환경’ 성화
  • 릴레함메르 · 이희숙 통신원 ()
  • 승인 199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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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13일 0시(한국 시각)에 개막돼 16일 동안 성화를 밝힐 제17회 릴레함메르 겨울 올림픽 최고의 금메달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 금메달은 릴레함메르 시민 2만3천명과 노르웨이 정부의 목에 걸려 있다. ‘신음하는 대자연의 신’이 그들에게 메달을 수여했다. 릴레함메르 시민들은, 신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경구를 ‘환경 문제는 해결되기 위해 존재한다’고 번역한 것 같다.

 겨울 올림픽이 환경 문제 해결과 어울리는 까닭은, 경기 종목의 성격이 여름 올림픽과 많이 다르다는 데서도 찾아진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처음 막을 올린 겨울 올림픽은, 여름 올림픽이 구기와 투기 등 단체 종목 중심인 데 견주어 거개가 스키 · 스케이트 등 개인 기록 경기들이다. 구기나 투기가 전쟁 혹은 자연에 대한 폭력을 연상시킨다면 겨울 올림픽의 경기들은 집단 · 자연과의 대결보다는 인간 자신과의 싸움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노르웨이 정부는 ‘릴레함메르, 겨울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85년 동베를린 회의에서 선언했다. 비록 90년 겨울 올림픽을 프랑스 알베르빌에 빼앗겼지만, 17회 겨울 올림픽 개최지로 릴레함메르가 결정된 이후 노르웨이 당국과 릴레함메르 시민들은 90년 알베르빌 대회의 ‘후유증’에 주목했다. 알베르빌을 ‘마지막 공해 올림픽’으로 남기고자 한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경기장과 경기 운영에 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반영했다. 올림픽 조형물 디자인의 개념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밀접한 조화’였으며 일회용품까지도 환경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환경 올림픽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뫼사 호 옆에 서있는 호텐토펜 산 중턱을 파서 만든 지하 아이스링크 ‘마운틴 홀’이다. 1백60억원이란 막대한 공사비를 투입한 까닭은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릴레함메르 시민들의 선조인 바이킹의 배를 뒤집어 놓은 형상인 하마르 실내 링크도 철새 도래지와 오염되지 않은 강을 보호하기 위해 원래 위치에서 육지 쪽으로 물러났다. 나무 한 그루마다 가격표를 붙이고 전기 자동차를 운행하며, 식기를 가축의 사료로 재활용하게끔 만든 것은 환경 올림픽의 섬세한 소프트 웨어들이다. 2월27일, 66개국 선수 · 임원 3천여 명이 참가한 겨울 올림픽의 성화는 꺼진다. 그러나 릴레함메르는 ‘새로운 성화 채화지’로 전세계에 각인될 터이다. 앞으로 모든 올림픽은 환경 올림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릴레함메르 · 이희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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