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판매와 반입'양면작전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199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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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벌이 혐의…《조선화보》통해 이토 히로부미 등 수탈 행각 폭로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려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당국이 한편으로는 해외 동포들을 통해 대대적인 수탈 문화재 반입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은 지난 89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문화재 약 5백점을 돌려받는 성과를 거둔바 있는데, 최근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총련계 잡지인 《조선화보》에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문화재를 명기함으로써 반환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화보》 5월호에는 북한의 조선 근대사 연구가인 南英昌씨가 '일본에서 잠자고 있는 조선 문화재들'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개성 일대 왕릉고분의 부장품인 고려 청자가 일본의 전문 도굴꾼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사라졌다고 주장하면서, 그 주범으로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와 초대 총독 데라우치를 지목하고 있다.

 남씨는 히로부미가 경복궁 내에 이왕가 미술관을 만들어 1급 고려청자 1백3점을 모은 후 모두 일본 황실에 헌납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히로부미가 그밖에도 규장각에 있던 고서와 역대 왕의 시문.친필 5백63점을 골라 탈취했으며, 데라우치는 경복궁 내의 가장 아름다운 고건축물을 완전히 해체한 후 그 자재로 자신이 고향에 '조선관'이라는 사설 미술관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조선관에는 지금도 조선 역대 왕의 책.유고.서화 등 1천8백55점이 다른 유물과 함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한 도쿄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서 있는 북벌대첩비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 정부도 한때 반환을 요청한 바 있는 유물이다. 이호관 전주국립박물관장은 "우리의 반환 요구에 대해 일본측은 원소재지인 북한측에서 요구한다면 그쪽으로 돌려주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이관장은 일본과 북한이 아직 미수교 단계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합의에 의해 돌려받은 것은 아직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조총련계 인사들 가운데 일본의 개인 소장품을 구입해 북한에게 기증하는 일은 많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일 회담의 중요 의제였던 오쿠라 컬렉션 반환 문제도 세월이 흐르면서 퇴색해 지난 81년7월 슬며시 도쿄박물관에 모두 기증되었다고 남씨는 밝히고 있다.

 일본 민간인 가운데 지배 민족으로서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했던 대표적인 존재였던 오쿠라의 한국 문화재 수집품 중에는 일본의 국 7점, 중요무형문화재 31점 등 1백11점의 1급 유물이 들어 있었으나, 오늘날 오쿠라 컬렉션 반환 문제는 다시 거론되는 일도 적다.

 그는 일제 때 일본이 문화재를 탈취한 것은 조선 민족에게 준 중대한 식민 피해라고 강조하면서 '즉시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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