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식 남성선호’의 反轉
  • 조두영 (서울대 의대 교수·정신과) ()
  • 승인 199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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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과 반대로 요즘은 아내에 시달리는 중년 남자가 정신과 의사를 많이 찾는다.



 프로이트가 시작한 정신분석은 금세기에 들어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정신질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는데는 물론, 발달심리학 교육학 인류학 법학 철학 사회학 예술 사회복지 같은 분야에 이르기까지 정신분석이론이 크게 공헌했다.

 최근에는 정치학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정치심리학이라 하여 정치가 개인의 심리분석을 통해 그들의 개인 성격 특성이 정치사회에 끼친 영향을 탐구하는 분야까지 생겼다. 이렇듯 폭넓게 이용된 정신분석이론이지만 단 하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男女平等’에 관한 것이었다.

 자기 자식과 손자를 직접 관찰하면서 프로이트는 사회저그로 남자가 여자보다 다소 낫다는 말을 하였는데, 그 근거로 대충 세가지 점을 들었다. 첫째 여자아이는 고추가 없어 오줌줄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하지 못하고 또 항상 쪼그리고 앉아 누는 불편을 감수하는 데서 수치와 열등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런 심정을 음경 선망이라 불렀다.

 둘째 남자아이는 자라면서 어머니를 따르고 사랑하다가 아버지쪽으로 가 버리는 데 비해 여자아이는 사랑과 학습의 대상이 어머니에서 아버지로 갔다가 다시 어머니쪽으로 오는 두번의 변절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번 변절하는 남자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도덕성을 지니며, 반대로 여자는 좀더 현실적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남자에게도 여자의 일 선망하는 심리 있어

 셋째 사회 변혁과 명품 요리, 그리고 위대한 예술작품 같은 것이 거의 다 남자들 손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창조적이라는 점이 증명된다. 그러니 인간은 남녀로 태어날 때부터 우열이라는 측면에서 그 운명이 결정된다. 그는 이같은 주장을 그의 논문에 “해부학이란 숙명적이다”라는 유명한 문구로 표현했다.

 설상가상으로 프로이트는 제자 몇이 여기에 가세해 여성들의 피학성과 수동성을 들고 나왔고, 그래서 60년대 이후 정신분석이론과 프로이트는 여권운동가들의 타도 대상 公敵 제1호였다. 7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신분석과 정신의학 학술대회장 앞마당에 피켓을 들고 진을 친 여성단체 회원들의 극성스러운 모습이 대유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정신분석은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의 연구 결과는 남녀 차이를 그렇게 간단히 규정지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그 하나가 남자에게 있는 임신 선망과 출산 선망을 발견한 일이었다. 아내가 임신하면 남편들 4분의 1이 복통과 치통을 앓고, 소화불량과 변비가 오며, 심지어는 여자의 입덧처럼 평소와 달리 기이한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직접통계조사로 나와 있다.

 특히 아내 출산일 즈음해서는 유달리 복통을 경험하는 남자들이 있다. 또 어떤 남자는 자기가 직접 애를 키우고 싶어해서 기저귀 바꿔주는 일을 열심히 거들며, 또 어떤 이는 두툼하고 부드럽고 몽실거리는 것을 더듬기 좋아하는데 이것이 육아능력 선망과 유방 선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

남녀는 제각기 장점 가져 상호보완하는 평등한 존재

 창조와 창조성에 대한 이해도 그동안 변했다. 예술 창조와 크나큰 사회 변혁만을 창조로 보지 말고 일상의 소소한 데서도 얼마든지 창조성을 찾을 수 있다는 데도 그 안목이 바뀌었다. 그러니 오늘 저녁 반찬은 무엇으로 하며 어떻게 음식을 배열할까, 큰 놈 옷은 무슨 색으로 입힐까 등 주부들의 창조능력은 많은 가정일상사에서 발휘된다. 따라서 창조 능력은 여자가 더 뛰어나고, 더구나 자궁에서 인간을 만들어내는 원초적인 창조 능력까지 여자가 가지기 때문에 오히려 남자들이 이를 부러워한다는 것이 근래의 정신분석이론이다.

 그렇다고 여자들의 음경 선망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과학적 연구 결과는 더욱 이것을 입증하는데, 예컨대 여자아이는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딱딱하고 길쭉한 장난감을 좋아하며 연필 같은 것도 토막 연필보다 새 연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사이 나오는 말이 여성심리발달에 관한 한 프로이트는 틀렸지만 정신분석 그 자체는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럽과 미국의 여권운동도 지난 10년 전부터 시들해졌다. 문제는 여권운동 反정신분석의 기치를 올렸던 70년대에 구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그 분야 전문가들인데, 이들 가운데 일부가 최근의 정신분석 발전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예전에 배운 낡은 지식을 오늘도 전파하고 있다.

 남녀는 제각기 장점을 가져 상호 보완하는 평등한 존재임이 이론과 실제에서 인정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여권은 근래 크게 신장되었는데, 10여년 전에는 남편에 시달리는 아내가 정신과의사를 많이 찾아왔지만 요즈음은 그 반대로 중년 남자들이 대거 의사를 찾는 것을 보면 그 변화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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