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인식론적 접근
  • 이석원 (서울대강사 · 음악학) ()
  • 승인 199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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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현상학》서우석 지음 서울대출판부

음악현상학이란 일반인에게는 물론 음악인들에게 조차 생소한 용어일 것이다. 저자 서우석은 음악현상학을“음악을 들을 때에 우리의 의식에 걸려 있는바를 음악적 현상이라 생각하고 그 현상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 한 연구방법”으로 정의하고 그 연구 대상은 악보나 공기진동(즉,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음악의 현전(지각적 대상)이라고 못 박는다. 글의 이런한 발상의 근원은 크게 보아 두가지로 생각되는데 첫째는 철학의 현상학적 사고와 방법론을 음악에 적용시켜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서우석의 관점은 그가 빈번히 인용하고 있는 클리프톤이나 파이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철학적 견지에 보자면 데카르트-헬름홀츠-시쇼어로 이어지는 物心二元論 심이적 사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연구의 초점을 우리의 의식(心)안으로 집중시키자는 것이다.

악보중심의 20세기 음악사조에 우려 표명   

 이책을 있게 한 또 하나의 발상의 근원은 음악문화권 자체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현대음악, 그중에서도 악보 중심적이며 시각적 논리에 치중하는 쇤베르크류의 슨열음악(serial music)에 대산 반발이다. 저자는“ 악보만으로 음악을 감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20세기의 음악 중 지나치게 악보 중심으로 흐르는  사조가 있음에 심한 우려를 표명한다. 물론 이책이 현대음악의 한 사조를 비판할 목적으로 씌어진 것은 아니지만 악보 중심의 논리에 대한 저자의 회의적인 시각은 지휘자 양세르메나, 작곡가 록비그의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청각적으로 감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악보상의 논리도 연구대상에서 배제되는 한편, 악보 혹은 그밖의어떤 물리적 공간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도 우리의 의식속에 존재한다면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책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리듬 역시 결국 우리의 의식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리듬이란 어떤 물리적 공간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보에는 각 음의 장단만이 표시되어 있고, 음향적으로 말하자면 공기 진동시간의 장단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속에서 길고 짧은 음들은 형태심리학적 법칙에 의해 몇 개씩 그룹을 이루어 한개의 □을 형성하고 그것을 우리는 리듬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우리의 의식속에 hwswo하는 리듬은 음악현상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음악현상학》은 하나씩 분리되어 읽힐 수 있는 여덟 개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근저에는 공통적으로 “우리는 음악을 어떻게 듣고 이해하는가?”하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 깔려 있으며 저자는 그 해결의 실마리를 언어와으 유추에서 찾고자 한다. 이는 바로 그가 기로학 이론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어떤 언어이든지 음향학적으로는 소리의 연속체이다.그런데 음향학적 연속제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일 경우 그것은 우리에게 낱말의 나열로 분해되어 들리고, 또 우리는 그 낱말들간의 통사론적 관계를 이해하여 하나의 문장으로 제조립해서 그 EMt을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국어로 된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함은 물론, 대개의 경우 긴 음향학적 연속체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한개의 낱말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것이다. 음악에도 낱말에 해당하는 ‘의미를 가진 최소의 단위’가 있다는 것이 음악기호학의 기본 전제이며 EK라서 음악에의 기호학적 접근은 《음악현상과 인식》이라는 이책의 중추적 개념을 받치고 있는 기둥을 역할을 한다.

 《음악현상학》을 받치고 있는 또 하나의 기둥은 지각심리학 이론들로 저자는 “음악의 지각심리학이 발전하면서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음악적 대상이 전적으로 음향학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살이 증명되었다”고 말하고 “음악적 대상과 지각되 대상은 서로 다르며 이 차이는 음악현상학의 최초의 관심사”라고 주장한다. 시실1970년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 지각심리학적 실험의 결과는 우리의 의식속에 있는 음악은 물리적 공간안에 있는 음악과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실제적 증빙자료를 제공해준다.

 요컨대 음악현상학은 새로운 연구분야가 아니라 음악을 생각하는 사고의 한 방법이다. 다시 말해 음악현상학이란 음악에 접근하는 태도의 일면을 ‘현상학’이라는 철학적 용어를 빌어 묘사한 것이다. 그것은 예술적 대상 자체에 관한 탐미주의적 연구가 아닌 우리의 의식에 비친 대상의 모습에 관한 인식론적 연구,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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