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국면에 몰린 리투아니아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5.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自救노력에 한계…蘇연방정부에 대한 ‘경제 逆攻’도 역부족

소련 연방정부의 경제제재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발생 50여일째를 맞고 있는 리투아니아사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경제제재조치는 4월13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이래 18일 원유공급 중단, 19일 천연가스 85% 중단, 20일 생필품 공급 중단 등의 순서를 밟으며 강화돼왔다. 지난 4월24일에는 외부로부터의 무기공급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국경지대에 KGB병력이 보강됐고 해안경비도 강화됐다

 연방정부의 제재조치에 대해 리투아니아 공화국측은 지난 4월22일 연방정부에 대한 逆경제봉쇄를 선언하는 한편 프룬스키에네 총리를 스칸디나비아제국에 파견하여 원유의 수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自救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노력은 현재로서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리투아니아 공화국은 자동차, 트랙터, 금속, 면화의 전량, 그리고 에너지의 97%, 설탕의 58%를 연방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에너지공급의 중단은 공업생산의 가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경제봉쇄조치 4일만인 지난 4월21일 리투아니아 당국은 생필품 공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에 대해 폐쇄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對蘇 제재조치는 파나마 무력침공을 자행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측의 명분상의 취약함과 냉전복귀를 우려 하는 미국여론 및 서유럽 각 국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 24일 의회지도자들과의 회담 이후 부시 대통령이 “지금은 對蘇 제재조치를 취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은 이같은 미국의 딜레마를 다시한번 확인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리투아니아 공화국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강경조치는 최근 입김을 강화하고 있는 군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일 소련군 총참모장 블라디미로데니소프 대장이 “리투아니아가 독립하면 소련의 안보상의 이익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한 주장은 이와 관련하여 주목된 바 있다.

 그러나 군부의 이같은 압력이 있다 해도 고르바초프가 리투아니아에 대해 무력진압과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의 경제제재조치는 무력진압을 피하면서 리투아니아 지도부에 현실적인 압력을 가해 자신이 설정한 타협지점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가 추구하고 있는 타협점은 지난 19일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공화국 대표들과의 개별회담에서 이미 ‘간접화법’으로 제시된 바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회담에서 양공화국이 脫蘇노선을 포기할 경우 ‘소련공화국연합’내에서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제의했었다. 그가 이날 사용한 ‘공화국연합’이라는 개념은 英연방과 같이 느슨하게 결합된 ‘국가연합’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련 연방체제의 재편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제안은 또한 리투아니아사태의 해결방향에 관해 고르바초프가 가지고 있는 복안 중의 하나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리투아니아 공화국 지도부내에서도 연방정부와의 타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대두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현재 란스베르기스 최고회의 의장의 태도는 양면적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독립선언 철회불가’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지난 21일 〈뉴욕타임스〉와의 전화회견에서는 “소련당국이 궁극적으로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보장한다면 앞으로 2년 동안 독립선언을 연기할 것”이라고 타협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경제제재조치 후 모스크바에 파견된 리투아니아 공화국측의 협상대표들도 란스베르기스가 제안한 타협안을 모스크바측에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또 일부 관측통들은 이미 지도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란스베르기스 대신 차기 지도자로 유력시되고 있는 현 공화국 부총리 알기르다스 브라자우스카스가 권력을 잡게 될 때 모스크바와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개시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리투아니아 공산당서기이기도 했던 그는 대중적 신망과 지도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데 연방정부와의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리투아니아사태는 표면적인 대립사왕 속에서도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열한 모색이 전개되는 ‘사태 제2막’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