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한라산도 불 뿜을까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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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본 한국 화산/환태평양 화산대로부터 일단 안정권, 위험 완전배제는 못해

최근 잠자고 있던 운젠화산과 핀리핀 피나투보화산이 폭발하자 ‘우리나라의 화산은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같은 휴화산으로 분류되어 있는 백두산이나 한라산도 언제 기지개를 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일본과는 달린 환태평양 화산대를 이루는 지판으로부터 수백㎞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안정권’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연세대학교 지칠학과 文熙壽 교수는 “지판이란 몇만년을 두고 완만한 속도로 움직이므로 안심할 수만은 없다”면서 판구조론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어 우리나라도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인다.

운젠화산 폭발 이후 현재 일본에서는 ‘후지산 대폭발설’이 떠돌고 있다. 예로부터 일본인의 ‘정신적 기둥’이 돼온 후지산의 폭발설에 쏠린 관심이 연일 신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강원대 과학교육과 李文遠 교수는 “후지산의 화산활동으로는 781년부터 1707년까지 18회의 화산폭발기록이 있다.”면서 “후지산 역시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하는 점에서 관심이 증폭되는 것 같고”고 진단한다.

한반도에서 화산활동은 중생대 백악기에 매우 활발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 울릉도, 한라산, 서울~원산간의 추가령열곡대, 경북 구룡포 등이 과거의 불을 뿜었던 화산지대이다. 한라산의 경우 다시 크게 폭발할 기운은 소진된 것 같다고 이교수는 진단한다. 東國與地勝覽 제38권에는 “고려 중엽인 1002년과 1007년에 한라산이 뿜어낸 불덩이와 재, 흙덩이 등이 인가를 덮치고 사람과 가축을 다치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의할 만한 움직임은 없었다는 것이다. “제주도를 오랫동안 연구했으나 폭발의 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현무함이 다량 분출된 것 역시 에너지가 지표로 거의 다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는 증표지요.” 또 관광업체들의 온천 개발이 모두 불발로 끝난 것도 여력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백두산의 폭발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느 지질학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백두산은 지질시대 제3기에 13회의 분출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연구 이외에 李朝實錄에서도 다음과 같이 작은 분출이 간간이 있었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산연구 걸음마단계
“선조 30년(1597년) 8월26일, 온 세상을 뒤흔드는 폭음이 났고 연기가 하늘을 가렸다. 천지 부근에는 지진이 일어나 많은 붉은 흙탕물을 분출했다." “현종 9년 (1668년)4월, 백두산지구에 잿비(灰雨)가 내렸으며 그 규모는 비교적 작았다.” “숙종 28년 (1702년)4월14일, 점심 때 천지가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황적색 연기를 내뿜었다.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그 열기가 난로열 같았다.”지질학자 洪永國(한국동력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씨는 89년 7월23일부터 8월15일까지 백두산을 직접 방문했을 때에도 폭발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었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한다. “유황과 철분으로 인하여 온통 노랗고 붉게 착색된 백두산 주변의 온천들이 천지 북쪽으로 약1천㎢의 면적에 1백여개나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쪼그리고 앉아서 온천수에계란을 삶아먹고 있었습니다.” ‘백두산의 땀구멍' 온천에서 토해내는 열기는 바로 백두산 하부에 잔류열이 많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또 73년, 76년에는 진도2.5의 미진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어 이것이 화산성 지진임이'분명하다면 부활을 예고하는 용트림이 시작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폭발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까. 홍씨는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변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백두산의 경우 ‘마그마 저장고'라 할 수 있는 마그마 챔버가 주위의 지하수대와 만나 폭발력이 증폭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환경학자들은 화쇄류 및 분출가스의 여파가 기상이변 산성비 오존층파괴 등을 일으켜 주변국가는 물론 지구촌 전역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화산연구는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하다. 올해 초 지질학회 안에 ‘백두산과 한라산 비교모임'(가칭)이 처음으로 생겼고, 인접학문인 화산암 전공, 지진학 전공자가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에 걸쳐 각각 10여명 있으나 ‘화산학'을 전공한 국내학자는 한명도 없다. 화산암을 전공한 金允圭(한국동력자원연구소 산업자원연구실 선임연구원)씨는 “자연재해는 물론 환경재해까지도 고려한 방재연구가 시급하다"면서 차제에 원자력시설의 안전점검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야 화산폭발로 인한 ‘방사능유출' 등 또다른 人災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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