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부산·광주 왕국'
  • 부산·조용준기자 ()
  • 승인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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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무소속 난립, 민자·신민 하부조직 균열…‘총선정국’ 변수로 작용할 듯

민자·신민 양대 정당의 하부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광역의회 선거를 통해 뾰족하게 돌출한 조직의 균열현상은 양당의 ‘안방’이 라고 할 수 있는 부산·광주 지역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14대 총선시기는 내년 2월로 압축되고 있다) 남겨둔 시점에서 벌어진 이 현상은 곧 전개될 ‘총선정국’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민자당 부산
집단 탈당으로 대표되는 하부조직의 분열은 신민당보다는 민자당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민자당은 3당통합 이후 계속된 계파별 몫차지 싸움을 통해 조직의 분열이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조직의 상층부에 국한됐던 분열상이 이번 선거를 통해 하부 말단조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하부 조직원 개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 양상은 보다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시 동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ㅇ씨의 선거사무실에는 “정당 싸움 멍든 인심, 믿을 곳은 무소속뿐”이라는 표어가 벽마다 커다란 글씨로 붙여져 있었다. 그는 과거 민정당 시절의 경력과 활동으로 민자당 부산시지부에서 알아주는 중량급 인사였다. 후보공천 절충이 여의치 않자 탈당한 그는 “조그만 꼬투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물고 늘어지고 선거법 위반으로 걸고 넘어진다”고 민자당측을 비난했다.

 부산시 동래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ㅎ씨는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지만 처음부터 민자당 공천을 아예 포기했다. 그 이유는 “민자당 공천이 득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유권자들은 민자당 김영삼 대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 정신적 혼란상태에 있다. 그런 심리 때문에 무소속이나 민주당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부산의 51개 선거구에서 출마한 무소속 후보는 총 84명. 민자당 후보 51명이나 민주당 46명보다  30여명이 더 많다. 28명의 무소속 후보들이 구성한 무소속연합회의 회장 宋日永(58)씨는 “관계기관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적지 않았을 뿐 실제 동참 후보는 훨씬 많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전만 해도 민자당 부산시지부 부위원장(민주계)의 신분이었다.

 부산시의 무소속 후보들은 일부 순수 무소속을 제외하면 거의가 공천 탈락자들이거나 처음부터 공천을 포기한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친여 성향의 이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반 민자당, 반 金泳三으로 돌아섬에 따라 민자당의 기간조직에 일대 변화를 주게 됐다. 특히 김대표의 기간조직이라 할 수 있는 민주산악회 회원의 상당수가 조직을 떠남으로써 김대표는 부산지역의 조직 재편성이 시급하게 됐다.

 부산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의 결과에 상관없이 무소속의 향배가 14대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 해운대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운환 의원(민주계·전국구)은 “무소속연합회가 언론에 과대 포장되고 있다”며 “인물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비교가 안되기 때문에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민자당 부산시선거대책본부의 金鍾淳 본부장도 “당의 이념이 싫어서 탈당했다면 크게 신경이 쓰일 부분이지만, 개인적인 출세 때문에 간 것이므로 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본부장과 무소속연합회의 송일영 회장은 “과거 30년간 야당으로 같이 투쟁을 했던 친구이자 동지 사이”였다.

 송일영씨의 시각은 크게 다르다. 그는 “무소속이 고와서가 아니라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가중되고 있어서 반드시 무소속 ‘태풍’이 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과거 김영삼씨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서 수영만 집회를 열었을 때 1백만 이상의 인파가 자발적으로 모였다. 그런데 이번(14일 김대표의 부산 사직체육관 집회를 지칭)에는 지구당마다 버스를 대절해서 인원을 동원해야만 그 조그만 곳도 다 채울 수 있는 형편으로 전락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의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것과 관련, 과거 민정당 위원장들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14대 총선 출마를 공언 해놓고 있는 전 민정당위원장들은 모두 6명, 먼저 △영도구 )민자당 위원장 金炯旿)에서 尹碩淳 전 의원 △동래갑(위원장 朴寬用의원)에서 姜慶植 전 재무장관 △북구 갑(위원장 文正秀의원)에서 張聖萬 전 국회부의장 △부산진갑(위원장 鄭在文의원)에서 李祥羲 전 의원 △남구 갑(위원장 許在弘 의원)에서 柳興洙 전 의원 △강서구(북구에서 분구 예정)에서 安秉海 전 민정당 영도 지구당 위원장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공천 재조정이 없는 한 여권 후보들끼리의 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서 유흥수씨는 이번 선거에 독자후보를 냈다가 중앙당의 압력으로 후보 철회를 했다. 또 장성만씨도 현역 위원장의 제소로 조직분규가 중앙당 차원으로 비화됐으나, 중앙당이 징계 여부는 일단 선거 후에 결정짓는 쪽으로 유보시킨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장씨는 “전국적으로 친여 무소속 후보가 2백30여명이나 된다. 이를 전부 전임위원장 탓으로 돌릴수 있느냐, 말도 아닌 얘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장씨는 또 “다른 때도 아닌 선거기간에 중앙당이 자기 동지의 목을 치는 기상천외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시의회 의장 자리를 놓고 민정계와 민주계가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이중 중구에서 출마한 o씨는 김영삼 대표의 지원을, 남구에서 나온 ㄱ씨는 중앙당 차원에서 부산의 거점 확보를 노린 민정계가 지목해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3당합당으로 인해 부산지역에서의 ‘절대적’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민자당 김대표에게 있어서, 하부조직의 균열을 과연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커다란 숙제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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