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고삐는 우리 손으로 당기자”
  • 이원명 (서독 본대학 국제정치학박사) (sisa@sisapress.com)
  • 승인 199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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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 소 외무장관 ‘한반도 긴장완화’ 合意와 평화통일의 길

세계적인 충격과 경탄을 동시에 던져준 베를린장벽 제거 이후 독일민족의 통일과 ‘유럽一家’의 실현이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지금, 전후 세계냉전의 마지막 유산인 한반도문제가 드디어 동아시아에서의 냉전체제 종식을 위한 군축협상의 테두리속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7일부터 9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린 美 · 蘇 외무장관회담에서 두 초강대국은 ‘과감한 군축을 통한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냉전적인 세계 新평화질서를 이룩하고자 한 부시 · 고르바초프 두 정상간의 몰타 합의원칙을 근거로 90년대 동북아시아 新질서형성을 위한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처음 구체적으로 깊이있게 논의했다. 베이커 美국무장관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우선 남북대화 촉진을 통한 상호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한의 핵개발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안, 셰바르드나제 蘇외무장관은 원칙적인 입장에서 한반도로부터의 주한미군 철수를 희망하고 무엇보다도 동 · 서독을 갈라놓고 있던 베를린장벽이 제거되었듯이 한반도를 분단하고 있는 ‘한반도장벽’(the “Korean Wall”)을 해체하는 데에 국제적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방법론을 둘러싸고 미 · 소 양국간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러나 소련이 이번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북한의 독자적인 핵무기개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솔직히 받아들인 후 85년 핵확산금지조약을 비준한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핵안전조치협정을 체결토록 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동의한 것은 장차 한반도 군사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한반도상황의 전개는 무엇보다도 남북한 양측의 내재적 발전과 이에 따른 남북한 관계의 진전 여하에 크게 달려 있다. 즉 남북한 당국이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 대립과 냉전적 태도를 버리고 민족 공동이익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민족문제의 해결쪽으로 접근해간다면 한민족 스스로가 한반도 문제해결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민족 공동이익 개념은 한반도 분단현실의 ?이데올로기적인 분석과 ‘있는 그대로’의 사실 인정에서 출발, 민족통일이라는 목적론적 시각을 가질 때 비로소 합리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북한지역이 소위 ‘사회주의 동방초소’가 되고 남한지역이 미국의 대륙봉쇄를 위한 군사적 전초기지가 되고 있는 오늘날의 한반도분단의 냉전상황은 사실 민족이익을 ‘제로’로 극소화시킨 제2차대전후의 변칙적인 특수상황이다. 따라서 민족 공동이익 논리의 출발점은 이 변칙적인 냉전상황의 타파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고 또한 남 · 북간 냉전상황의 극복은 한반도의 비군사적 완충지 대화를 통해서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한반도의 비군사적 완충지대화란 현실적으로 남북한체제의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정규모를 가진 군사력을 전제로 하는 대외정책적 차원에서의 비군사적 완충지대화를 의미한다. 또한 현존의 치열한 남북간 군사대결상황을 고려해볼 경우 한반도의 비군사적 완충지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수는 없고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서 성취돼야 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新평화질서의 테두리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남북한은 한반도의 비군사적 완충지대화를 토대로하여 평화공존관계에로 진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민족공동체의 초석이 되는 남북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를린장벽을 허물어뜨리고 독일 통일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동구권의 페레스트로이카 운동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고, 이와 동시에 미 · 소협력의 新時代바람이 세차게 일어나고 있는 세계사적 대전환의 상황에 직면한 우리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에 있어 좀더 행보를 빨리 해야 될 것 같다. 셰바르드나제 蘇외무장관이 촉구한 한반도장벽의 제거를 위한 강대국간의 국제적 노력이 본격화하기전에 우리민족 스스로가 - 남북한 당국자가 - 솔선해서 먼저 민족분단의 장벽을 허물어뜨려야 하겠다.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東 · 西화해의 기류속에서 조성되고 있는 조국통일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좌우분열의 혼돈속에서 결국 통일정부 수립의 기회를 잃고만 지나간 해방 3년사의 뼈아픈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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