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훈풍이 이미지라고?
  • 김형준 (국민대 교수 · 정치대학원) ()
  • 승인 2006.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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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개혁성·능력·플라세보 효과 등 겹친 ‘실체적 바람’

 
5·31 서울시장 선거판에 강금실 바람(강풍)과 오세훈 바람(훈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강풍과 훈풍이 세차게 부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기존 정치권에게 대한 불신이 표출된 것을 들고 있다. 하지만 정교한 선거 이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강력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효과가 중첩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첫째, 대중성과 성취성(performance)이 결합된 ‘긍정적 이미지’가 창출하는 효과이다. 강금실 후보는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비주류 여성 법조인으로서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을 지내면서 검찰 개혁을 주도해 참신함과 개혁 이미지를 구축했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가수 이효리와 견주되는 ‘강효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장관 재임 기간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오세훈 후보의 경우도 유사하다. 2004년 총선에서 재선이 확실한 상황임에도 당당히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더욱이 오후보는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국회에서 깨끗한 선거 정착을 위한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을 주도함으로써 개혁 이미지를 심는 데도 성공했다. 한마디로 강·오 두 후보는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함과 개혁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인지 구조 속에 일종의 ‘역할 모델(role model)’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강풍·훈풍은 언론이 주도한 ‘플라세보(placebo·위약)’ 효과의 부산물이다. 플라세보 효과란 의학 용어로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이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데도 환자 자신이 그것을 모르고 ‘효과가 있다’고 믿을 경우 정말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경쟁적으로 강금실·오세훈 효과를 보도함으로써 유권자들은 그 효과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기대 심리도 커져

셋째, 오세훈 후보의 경우 정당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당지지 계층을 심층·분석한 결과,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했고 현재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절대 지지층은 17.7%였다. 반면,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입층은 7.0%였다. 이러한 수치는 열린우리당 절대 지지층(10.8%)과 유입층(3.2%)을 합친 것보다 약 10% 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오후보가 단숨에 40%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에는 이와 같은 한나라당 고정 지지 세력이 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추론은 오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로 ‘소속 정당’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14.5%로 ‘도덕적이고 깨끗한 이미지’(27.8%)에 이어 2위로 나타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넷째, 강금실 후보의 경우는 첫 여성 총리(한명숙) 배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능력 면에서 같다면 여성 정치인을 선택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는 ‘여성은 여성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통설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강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로 ‘여자라서’가 7.8%로 ‘유명·익숙하다’(24.0%), ‘행정업무능력’(21.0%)에 이어 3위를 차지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이처럼 강풍·훈풍에는 이미지뿐 아니라  나름의 선거 공학적 요소가 적절히 배어 있다. 그래서 폭발성을 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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