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앞날 밝다"
  • 한종호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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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북한 주재 중국외교관 李相文씨/ "두만강 특구 등 개발 성공이 변수"


중국사회과학원 부연구원(고급교수) 겸 국가체제개혁위원회 초빙 연구원 李相文(58)씨는 경북 의성이 고향으로 두살 때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 뒤 그곳에서 자랐다. 북경대학을 졸업한 뒤 외교부에서 근무했으며 문화혁명의 여파로 74년부터 사회과학원에서 경제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전직 북한주재 중국외교관 (59~63년)으로서 김일성 주석의 이번 80회 생일잔치를 어떻게 보는가.

60년대 초 김주석을 만나서 직접 물어본 적이 있는데 "사실 나는 이런 것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민족의 대표인물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지금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중국은 북한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축하사절을 보낸다. 중국에서는 모택동 때부터 당간부의 생일행사를 당차원에서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등소평은

자기 사진도 못 걸게 한다.

 

북한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보는가.

두만강특구 남포공단 관광단지 등 몇군데만 잘 개발하면 몇 년 안에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특구는 경제개발의 초기단계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중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특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지만 북한은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 북한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다른 분야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이 개방 쪽으로 방향전환을 했다고 보는가.

사실 경제개혁은 중국보다 북한이 먼저 (70년대 초반)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국이 앞서간 것이다. 3~4년 전만 해도 북한은 중국이 자본주의로 간다고 비난하면서 일체의 학술교류도 중단했다. 지금은 중국의 경험을 배우기로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중국처럼 대담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네 실정에 맞게 제한적으로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 문을 열면 그 다음에는 못 닫는다.

 

최근 남북경제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북한에 자본을 투자할 곳은 남한과 일본뿐이다. 남한이 일본보다 늦게 들어가면 큰 일이다. 이번 두만강특구를 계기로 남북이 더욱 밀접히 결합해서북한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가 안정되고 통일도 앞당겨진다. 독일식 통일은 어렵고 좋지도 않다.

 

중국에서는 경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가.

‘사회주의가 뭐냐'를 놓고 이론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핵심은 소유와 분배 문제이다. 기존의 '전인민적 소유'에서 국가소유를 위주로 하되 집단개인소유를 보장하며 분배도 이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시장이냐 계획이냐는 부차적 문제이다. 필요하면 계획을 하고 필요없으면 시장에 맡기면 된다. 중국은 80년대 초반부터 정부주도수출우선형의 한국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85~86년 경에는 너무 과열되어 무조건 한국이 좋다고들 했다. 지금은 다소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중 수교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중국 정부에서도 하부에서는 왜 안하느냐고 독촉하는 분위기이고 상부에서는 수교 시기만을 고르고있다. 문제는 그 계기가 언제 올 것이냐이다. 북한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고 중국도이에 동의한다. 지금 수교하는 것은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양국은 지금 사실상 수교상태와 다름없는 교류를 하고 있다. 중국은 "떠들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라는 입장이다. 노재원 북경주재 대표도 "우선 동거생활하다가 결혼식은 나중에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통일은 어떻게이뤄낼 수 있겠나.

중국정부의 일관된 원칙은 "분열된 민족은 통일되어야 하다"는 것이고 남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무력통일은 불가능하다. 북한은 남침을 바라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 북쪽도 평화적 통일을 바라고 있다. 문제는 어떤 형태의 통일이냐이다. 우선은 상대방 체제를 인정하면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남북 수뇌회담을 통해 이 연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다보면 이름이야 어떻든 국가연합 형태의 공존체제를 갖게 될 것이다. 제도통일은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점을 공유한 제도가 나올 것이다. 중국도 대만홍콩과의 완전한 제도통일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같은 인류역사상 첫 평화적 통일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계체제는 언제쯤 완성될 것으로 보는가.

김정일 비서에게 국가주석직은 언제든 넘겨질 수 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국가주석은 상징적 자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金日成이 살아있는 동안 당총서기직은 안넘어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권이다. 그것은 수령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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