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반주 음악홀'과 인민복지 정책
  • 한종호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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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로이터 통신의 한 기자는 평양역 근처에 자리잡은 '장광 가라오케 클럽'이 성황리에 영업중이더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 클럽은 일본에 거주하는 어떤 한국인이 경영하는 무역회사가 북한 당국과 합작으로 만든 것인데, 입장료는 북한 주민 평균 월급의 절반 가량인 50원, 맥주 한병값은 10원(약5달러)이라고 한다.

개점 이후 매일 30~50명의 손님이 찾아오는데 북한 주민은 외국인 손님이 초대했을 경우 입장이 허가되지만 노래책에 대부분 일본노래만 있어 잘 오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노래책 속의 남한노래가 모두 지워져 있느냐고 묻자 클럽 지배인 임홍길씨는 "그럼 남한에서는 북한노래를 허용하느냐"고 되묻더라고 <로이터 통신>기자는 전했다. 가라오케 클럽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임에 비해 비록 제한된 범위이긴 하지만 북한 주민을 위한 오락시설도 생겨나는 것 같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북한계 잡지 《조선화보》는 최근호에 중국 식당과 '반주음악홀'을 갖춘 '청춘관'을 소개하는 사진과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조선화보》에 따르면 1989년 12월에 북한은 중국측과 함께 청춘합병회사를 세우고 평양 광복거리에 중국음식 전문 식당인 청춘관을 열었다. 북한은 청춘관 운영을 위해 평양시 만경대 구역 청춘거리에 청춘서비스관리국(국장 姜英哲)을 만들었으며 '시민들의 늘어나는 수요를 채우기 위해' 중화요리 전문식당인 청춘2호관을 잇따라 세웠다 최근 청춘관은 밴드를 조직하여 2층에 반주음악홀을 마련했다고 한다. 손님은 노래 책과 반주곡집에서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해 감상할 수도 있고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수도 있다고 한다.

북한의 가요는 대개 주제와 내용에 따가 金부자를 찬양하는 송가를 비롯하여 당정책가요 노동가요 서정가요 혁명가요 민요등 여섯가지로 구분된다. 북한에서 가요는 '인민대중을 애국주의로 교양할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남한에서와 같은 대중가요를 찾아보기는 힘들며 가요의 유통과정 역시 남한과는 다른 수밖에 없다. 그래서 89년 6월 일본의 록그룹 '커팅 에지'가 평양에서 사흘간 연주회를 개최한 것이나'휘파람'아리는 사랑노래가 인기를 얻는 현상은 북한 사회의 일정한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평양의 가라오케 클럽은 한마디로 '대외용'일 뿐이다. 북한 주민의 출입 자체가 통제될 뿐 아니라 그들에게 익숙한 문화도 아니다. 반면 청운관의 반주음악홀은 평양시 낙랑 구역 통일거리에 5천석 규모의 초대형 냉면 전문점을 세우는 등 최근 '인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중시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대민정책 방향을 반영한 대내용이란 점에서 북한사회의 또다른 움직임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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