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도가 만족도를 결정한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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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성생활 글로벌 조사 전세계 성인 남녀 절반이 ‘불만족’

 
“성생활 치료사로서 상담하면서, 성관계를 가질 수 있지만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남성을 많이 만났다.”

빅토리아 리먼이 말했다. 그녀는 영국의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겸 성생활 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성생활 상담가 로지 킹 박사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녀는 30년간 성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텔레비전과 신문에 얼굴을 자주 내밀어 꽤 유명해진 인사다. 한국을 찾은 적도 있다.

“불만족스런 성생활은 불완전한 발기와 관련이 깊다. 음경의 강직도를 높이면 남녀 모두 성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지난 4월12~13일 파리에서 열린 제22회 유럽 비뇨기과학회 연례회의 토론회장 풍경이다. ‘민망’한 단어들이 홍수처럼 흘러넘쳤다. 남녀 패널과 방청객 사이에서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렸다. ‘더 나은 성생활(better sex)의 비밀.’ 이날 토론의 제목이다.

현대 사회에서 의약은 이제 단순히 질병 치료에만 쓰이지 않는다. 수명을 늘리거나 삶의 희열을 증폭시키는 것이 현대 의약의 새로운 임무다. 이런 약을 ‘해피 드러그(happy drug)’라고 부른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부전 치료제들은 해피 드러그의 상징이다.

27개국 1만2천명 성생활 실태 조사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이슈가 그동안 지속성이나 발현 시간 또는 크기 등을 둘러싸고 ‘되느냐’에 초점을 맞춘 채 진행되어 왔다면, 이날 토론 화두는 단연 ‘만족도’였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음경 강직도가 성생활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비아그라 제조사인 화이자는 27개 국가의 25~74세 남녀 1만2천5백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더 나은 성생활을 위한 글로벌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새로운 화두를 견인했다.

 
조사 결과 전세계 성인 남녀 두 명 중 한 명은 자신의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성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이들은 멕시코인(남성 78%, 여성 71%)이었다. 이어 브라질·스페인 등 라틴 민족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인들의 성생활 만족도는 대체로 50%를 밑돌았다. 한국인(남성 9%, 여성 7%)은 최종 집계가 완료된 11개국 국민 중에서 성적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월 평균 성관계 횟수는 브라질(7.9회)·프랑스(7.7회)·터키(7.4회)·멕시코(6.6회)·독일(6.55회) 순서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평균 성생활 빈도는 월 6.48회였다. 한국인들은 이보다 훨씬 적은 월 4.65회 성관계를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니 성적 만족도와 성관계 횟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은 똑같이 한 달 평균 6.4회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성생활 만족도는 크게 달랐다. 미국 남성의 53%가 흡족해한 반면 영국 남성들은 38%만이 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한국인들 성적 만족도 최저 수준

그러면 만족도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조사는 그 비밀이 음경의 강직도와 관련 있음을 직접적으로 암시한다. 화이자의 의뢰를 받은 전문 조사 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는 질문 문항 중에 음경 강직도와 성생활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을 조심스럽게 삽입했다. 그 결과, 자신이나 파트너의 음경 강직도에 흡족해하는 남성과 여성들은 성생활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남녀 각각 71%, 72%). 반면 자신이나 파트너의 음경 강직도에 불만이 있는 남녀 중에서 성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녀 각각 24%, 9%에 불과했다(도표 참조).

화이자의 의학 담당 이사 이반 레빈슨 박사는 “일반적으로 발기부전으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음경 강직도 때문에 만족스런 성생활을 하지 못하는 남성이 많다”라고 언급하면서,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의 성적 만족도가 3배나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 결과 발표에 이은 이날 토론은 비아그라를 포함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목표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치료제’만이 아닌 ‘웰빙 상품’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반 레빈슨 박사는 “음경 강직도는 사람들에게 성생활뿐 아니라 사랑과 로맨스를 촉진시키며, 결국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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