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수송단파견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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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국 등 다국적군에 C-130 수송기 5대와 조종사 승무원이 포함된 공군수송단을 파견하고, 2억8천만달러를 추가지원키로 결정했다. 추가지원은 과연 국익을 위해 불가피한 것인
찬.  오유방 민자당 국회의원.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행정고시 합격. 월남전 참전 변호사.

● 정부의 결정에 찬성하는 이유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은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침략행위이다. 또한 동서 냉전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국제적인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는 시점에서 일어난 이라크의 무력 침략은 이러한 평화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그러므로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원상회복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물론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평화적 해결노력이 실패하면서 이라크를 응징하겠다는 유엔결의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서 유엔결의를 존중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는 한국전쟁을 통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제 국제사회에 대해 도의적으로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군수송단의 파견을 전투군의 파병으로 연결시켜 반대하는 견해가 많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국적군에 참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조처라고 생각한다.

● 계속적인 추가지원으로 아랍민족주의를 자극해 아랍인과의 우호에 악영향을 끼치면 경제적인 손실이 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바로 그 점이 우려되는 바이다. 우리는 이번 전쟁이 아랍대 비아랍 민족간의 전쟁이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개전이전부터 전쟁이 그런 양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등 주변국가를 미국의 입장으로 끌어들인 것도 그렇고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공격했을 때도 반격을 자제하도록 강력히 요청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였다. 우리도 우방국과 아랍의 다른 국가에 이해를 구하는 성실한 외교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 한반도에서의 긴장상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겨우 조성되기 시작한 화해 분위기가 파병문제로 인해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이라크의 무모한 침략행위가 효과적으로 응징된다면 북한의 군사적 도발도 역시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응징된다는 현실적인 예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력에 비추어볼 때 이제까지의 지원, 그리고 앞으로 예정된 지원의 규모는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만한 지원으로 우리의 안보에 문제가 생기리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정부도 성의를 보이는 수준에서 지원할 것이다.

● 최근 우리 경제사정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추가지원은 우리에게 커다란 재정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물가앙등, 국제수지 악화 등 어려워진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부담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이익에 보탬이 클 것이다. 일본은 1백3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부담하는 5억달러는 이에 비하면 20분의 1도 안되며 이정도의 액수는 이해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경제적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우리 정부의 걸프전쟁에 대한 지원이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우리는 세계 10대 교역국이며 수출입 의존도가 크다. 중동은 원유의 안정적인 확보와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미국의 여론이 “미국에서 돈벌어 엉뚱한 곳에 쓴다”며 비난하는 상황에서 걸프전쟁 재원은 한·미간의 경제적 마찰을 해소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되리라고 본다.

● 얼마 전 “전쟁이 끝난 뒤 지원 여부에 따라 누가 우리의 우방인가를 판단하겠다”고 한 그레그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괜히 여론만을 자극한, 불필요한 발언이었다. 그다지 신경쓸 것 없다고 생각한다. 그레그 대사의 발언을 확대해석하여 우리가 미국의 압력에 못이셔 마지못해 걸프전쟁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것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5억달러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우리 정부의 자주적인 결정이다.

반.  박찬종 민주당 국회의원. 서울대 상대 졸업. 사법·행정고시 합격. 군정종식협공동대표 역임.

●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난 1월21일 국회에서 통과된 군의료지원단의 파견과정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1월11일 청와대대책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국민여론이 수렴되지 않았고, 헌법 제60조에 규정된 군의 해외파병시 국회동의를 사전에 받아야 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1월14일 선발대를 보냈다. 나는 군의료진 대신 민간의료진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의결한 국제협력 간법에 재해시 국가차원에서 의료시설과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군의료진의 파견은 이번 공군수송단의 파견으로 이어졌고, 전투병력파병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본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른 것이다. 주권국가로서 온당치 않은 것이다.

● 철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경우, 나카소네 전총리가 7개항의 중재안을 갖고 사담 후세인을 만났다. 뒤이어 도이 사회당수가 바그다드에 가서 중재 노력을 했다. 비록 그 성과가 기대되지는 않았지만 초당적인 노력을 보였다. 그동안 의회에서 찬반토론을 했다. 국민의 여론 수렴은 물론 정치권의 합의를 얻었다. 반면 우리는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민자당은 반대표결을 한 의원을 징계하기까지 했다. 중대한 국사를 이렇게 처리해서는 안된다.

● 이미 다국적군의 일원이 되어 있는 우리로서 추가지원을 거부할 수 없지 않는가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에는 찬동할 수 없다. 미국 의회도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을 한 뒤, 전쟁을 승인했다. 우리는 민간의료진 파견을 주장하며 국민을 설득하면서 미국과 절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한번 무너지면 다음은 더욱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국회 차원에서 이를 견제할 수밖에 없다.

● 최근 그레그 미대사가 <연합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봐야 누가 우리의 우방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위협적인 발언을 했는데….
 강대국의 대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소련에게 30억달러의 엄청난 지원을 덜렁 약속한 정권이 무슨 수로 미국의 요구를 뿌리칠 수 있었겠는가. 盧泰愚 정권은 뱃심이 없다. 분별력도 없다.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정통성있는 정권이 아쉽다.

● 우리가 추가지원을 거부할 경우 종전 뒤의 새로운 질서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자초할 수도 있을텐데….
 중동은 기독교 회교 유태교 등 각기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민족들이 20세기말의 성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표방하는 전쟁의 명분, 잠재된 민족주의 등을 꿰뚫어봐야 한다. 아랍 민족주의는 통일아랍국가의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걸프전에서 이길 것이라는 단기적인 분석에 매달리면 우를 범할 수 있다.

● 일본정부는 추가지원은 물론이고, 자위대의 파병까지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후 중동지력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의 군수송단 파견도 이런 측면에서 적절한 결정이 아닌가?
 일본의 매파들은 자위대 파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비둘기파는 광범위하게 이들을 차단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일본이 평화헌법을 허물고 파병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우리가 이들에게 파병의 명분을 주어서는 안된다.

● 우리는 연간 3억5천만배럴의 원유를 중동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1배럴에 1달러만 내려도 연간 3억5천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의 군수송간 파견이 유가안정에 기여한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그런 낙관적인 기대는 곤란하다. 다국적군이 지금까지는 우세했더라도 올 봄 사막의 기상이 악화돼 그들의 공군력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상황은 역전되기 쉽다. 만약 미국이 이기지 못해 아랍국가들이 다국적군에 참여한 나라에 대해 원유공급을 끊거나 값을 두세배씩 많이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라. 초전에 승리한 히틀러나 나폴레옹도 소모전 끝에 패했다. 미국의 전쟁 목적은 쿠웨이트 왕정의 회복과 사우디 왕정의 유지에 있다. 자유화 민주화라는 세계의 추세를 보면, 중동의 독재 왕정은 개혁될 수밖에 없다. 무언가 오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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