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국어, 글쓰기로 바꿔!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0.04.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세대 파격 실험 .... A+면 남은 수업 면제

연세대는 올 들어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교양 국어’ 과목을 전면 폐지하고, 이를 ‘글쓰기’ 강좌로 대체한 실험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연세대 00학번 학부생들은 1주일에 4시간씩 글쓰기 수업을 받고 있다.

 ‘강의-토론-글쓰기-강평’으로 이어지는 수업 방식 또한 파격적이다. 글쓰기라면 중고등학교 작문 수업 내지 논술 고사밖에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은 이 시간 내내 ‘토론’아닌 ‘입씨름’을 벌이곤 한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물리학부 1학년 수업 시간,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제를 선택하기 위한 조별 토론이 한창이다. “지잔번에는 주제를 너무 포괄적이고 잡는 바람에 애를 먹었잖아. 어번에는 제대로 해 보자.” “아직 참고 서적을 읽어 오지 않았는데.” “너는 그게 문제야, 책을 읽지 않았으니 주제가 떠오를리 있나.”

 이같은 입씨름을 거듭하며 학생들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전략을 하나 둘 깨우치게 된다.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 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또한 토론 수업에 따르는 보상이다.

 연세대가 마련한 또 하나의 파격적인 카드는 이른바 ‘조기 인증제도’ 이는 학기 도중 글쓰기에서 A+ 또는 A학점을 받은 학생에게 남은 수업을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중간고사 이전까지 정원의 40%에 이르는 ‘글쓰기 우등생’이 교실을 떠나게 된다.

 이 제도는 사실 도입되기 전부터 상당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쟁과 열등생 탈락을 유도하는 이 제도와 인문학적 가치를 함양하고 인성을 형성한다는 글쓰기의 본래 목적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분위기는 훨씬 진지해 졌다는 것이 교수진의 진단이다.

 연세대가 이같은 실험을 단행하게 된 배경에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 교육의 1차 수오자인 학생들은 무엇보다 실용적인 지식을 원하고 있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업 계획서  보고서  학술 논문 따위를 능숙하게 작성할 수 없고 자기 의사를 남에게 정확하게 전달 할 수 없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나 다름없었다. 학교측은 교양 국어를 글 쓰기 수업으로 대체함으로써 이같은 요구를 수요하는 동시에 ‘전인적 지식인 완성’이라는 인문학 고유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글쓰기 수업을 정착시키기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로서 가장 큰 걸림돌은 교실당 50~60명을 넘나드는 수업 정원. 이렇게 많은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거나, 학생들이 쓴 글을 수시로 첨삭해돌려줌으로써 글쓰기 실력을 항상시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글쓰기 수업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정원을 30명 이하로 낮추어 한다는 것이 지난해 결성된 ‘연세대 학부 기초과목 연구위원회’의 지적이다.
金恩男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