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는 무기생산 축소
  • 도쿄․채명석 통신원 ()
  • 승인 199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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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를 녹여 버터 제조기계를 생산하자.” 이것은 요즈음 긴장완화 여파로 사양길을 걷고 있는 세계 각국의 군수 산업들이 외치고 있는 구호다.
 
스톡홀롬에 위치한 국제평화연구소의 연례보고에 의하면 89년의 전세계 군사비 지출총액은 약 9천5백억달러. 이중 미국의 군사비는 약 3천억달러, 소련은 루불환산과 군사비 계산방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약 1천2백억달러에서 약 3천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미․소 양국의 군사비만을 더해도 세계 전체 군사비 절반이 넘는 것이다. 미․소 양국이 군사비를 10%씩만 삭감한다 해도 매년 일본의 방위비 총액 이상의 군수가 없어진다는 계산이다.

 미국 의회는 작년 9월 91회계년도 국방비 지출을 2천8백30억달러로 의결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군사비 예산을 2백40억달러나 삭감한 것으로, 특히 무기개발비 등이 대폭 삭감되었다. 이에 따라 군수의존도가 매우 높은 미국의 군수산업들은 종업원의 일시해고 등으로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고 군사기술을 미수용품 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국방부와 거래하고 있는 약 3만개 기업 중 89년 86억달러를 수주, 미국 군수산업의 선두주자가 된 맥도널 더글러스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 회사는 전종업원 10여만명 중 약 10%를 감원할 예정이며 수주감소분을 가격상승으로 벌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 좋은 예가 한국의 차세대전투기 사업(KFP)에 채용될 예정이었던 FA-18 전투기 가격을 갑자기 대당 47%나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경우다. 군수의존비율이 높은 제너럴 다이내믹스(84%) 그래먼(79%), 록히드(74%) 등도 사활을 걸고 경영전략의 궤도수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제2위의 군사비 대국 소련도 ‘콘베르시아’(군수산업의 민수전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작년 9월말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대통령회의를 개최하고 91~95년의 ‘방위산업 민수전환 5개년 국가계획’을 제안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군수공장의 민수전환에 따라 생산되는 민생용품의 생산액을 85~90년 실적에 비해 앞으로 5년간 2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소련의 잡지 《신시대》의 보도에 의하면 89~90년의 병기생산은 당초 계획에 비해 전차 52%, 군용항공기 12%, 탄약 20%가 감산되었다고 한다. 무기의 생산 축소로 생겨난 여유생산력도 조금씩 민생품 생산에 전환되고 있다. 항공기공장에서 냉장고를 생산한다든지, 전차공장에서 차량을 제작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유럽공동체 역내의 군수시장은 1백50억~2백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군수시장이라는 ‘줄어드는 떡’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80년대 후반이후 매수․제휴 등에 의한 재편성 작업을 추진중이다. 또한 긴장완화․페르시아만 위기 등으로 무기수출의 길이 막힌 동유럽제국의 군수기업들도 민수용품 생산 전환을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 의해 적정이윤이 보장되어 생산단가를 도외시해오던 군수기업들의 체질 때문에 미수전환은 용이하지만은 않다. 도 민수전환에는 신규자금도 필요해 세계 각국의 군수기업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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