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은 안된다”
  • 모스크바·김창진 통신원 ()
  • 승인 199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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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한 셰바르드나제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함께 구소련의 난파선 페레스트로이카호를 이끌다가 보수파 독재에 대한 경고와 함께 홀연 외무장관직을 박차고 나갔던 예두아르트셰바르드나제. 지난해 8월 쿠데타 실패 후 복귀, 29일의 짧은 기간 동안 대외관계장관으로서 소련의 붕괴와 운명을 같이했던 그가 지난 3월10일 고향 그루지야로 돌아가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함으로써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왜, 무엇을 위하여 귀향했으며 그의 조국과 그 자신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주간지 《모스크바 뉴스》(3.29-4.5자)에 밝힌 내용을 간추린다.<편집자주>

“조국의 붕괴를 방관할 수 없었다”
  내 조국의 미래를 보면서 나는 한 사람의 정치가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루지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 성공과 실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왜 모험을 선택했는가. 정치에서 감정적·윤리적 요인은 배제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전에서 전개되는 조국의 붕괴를 방관자처럼 외면할 수 없다는 충동이 내 결심을 촉진했다. 내가 만약 지금의 혼돈상황을 안정시키고 유혈사태를 중단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정치에 대한 나의 기여로 간주하겠다.

  지금 인민들은 끊임없는 전투 속에서 인명과 물자의 손질로 고통받고 지쳐 있다. 그들은 나라의 평화를 갈구하고 있다. 사실 나는 여기 오기 전에는 충분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트빌리시(그루지야의 수도)에서 여러 지도자들과 대화를 했고 수많은 사람 즉 지식인·학생·노동자를 만났다. 그리고 나서 나는 이 나라의 발전에 책임을 느끼고 있는 다양한 정치그룹과 인민으로부터 내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감사후르디야는 전체주의 체제를 세웠다.
  나는 감사후르디야에 대해 그가 비판적인 저술가였다는 것 이외에 정치가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자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자질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컨대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 그리고 폴란드의 바웬사 대통령은 대조적인 사례가 되겠는데, 그들 또한 과거 정치가가 아니었음에도 그동안 책임있는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전에 나는 충분한 정보가 결여된 상태에서 조국의 국내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으며, 인민들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1년 9월2일의 트빌리시 사태 이후 나는 더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없었다. 대통령의 지시없이 저항자들에게 총격이 가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감사후르디야가 전체주의 체제를 세웠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모든 비판세력은 그가 크레믈린이나 나의 사주를 받았다고 비난했고 그를 인민의 적으로 낙인찍어 급기야 감사후르디야는 투옥되었다. 감사후르디야가 결백하다면 그는 다른 시민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선거에 참가할 권리가 있지만, 그러나 그는 먼저 사법적 조사 과정에서 명백히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만 한다. 더 이상 그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루지야의 현상황은 혼돈 그 자체이다. 공공질서를 책임맡아야 할 기구들은 와해되었다. 따라서 국가평의회는 경찰과 사법가관이 그들 고유의 권리를 회복해야만 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모든 무장세력은 병영으로 복귀해야 한다. 국가평의회는 인민의 선거에 의해 세워진 제도가 아니므로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이상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가평의회는 군사평의회보다는 낫다. 국가평의회는 완전히 민주적인 의회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잠정단계로 나타난 제도이다. 나의 주된 임무는 이 의회선거가 제대로 치러지도록 후원하는 것이다. 그 선거는 안정된 상황에서 준비되어야 한다.

  의회선거는 10월 이전에 실시될 것이다. 흑자는 내 주변인물들의 과거행적을 트집잡고 나를 비난하지만, 나는 이미 오늘 이 나라에서 마녀사냥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 대신 우리는 그루지야공화국의 독자적인 군대를 창설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군대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장교와 장군들의 충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의무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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