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여행 지도를 다시 그려주는 사람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6.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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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광청들의 ‘이색 홍보전’ 밀착 취재
 
 이제 한국에서도 해외 여행은 부유층의 특권이 아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해외 여행객도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여행 전문가들은 값싼 여행 상품들이 중산층의 여행에 대한 갈망을 더욱 부채질한다고 말한다. 

 그같은 긍정적인 변화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나라 관광청 직원들이다. 그들은 한국을 ‘엄청난 기회의 땅’으로 여기며, 온갖 묘수와 비책으로 한국인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쓴다. 때로는 더 짧은 일정에, 더 많은 ‘흥분’을 채워 넣은 여행 상품을 우리들 눈앞에서 흔들어대며 유혹한다. 여행 가이드로, 외교관으로, 협상가로, 홍보맨으로 사방을 누비고 다니는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호주정부관광청(호주관광청·www.australia.com/)에 근무하는 강인주 과장은 1년에 한두 번씩 현 빈 같은 유명 연예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비행기로 열 시간 이상 걸리는 호주 대륙. 1년 6개월 전만 해도 그는 자신이 유명인들과 한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호주관광청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과 자주 맞부딪치게 되었다. 

 호주관광청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형 상품(호주)을 만방에 알리는 일이다. 유명인들을 호주로 안내하고, 그곳에서 영화나 화보 촬영을 하게 해서 간접적으로 호주를 홍보하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KBS 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팀을 호주 멜버른으로 안내한 것도 그였다. 원래 작가는 캐나다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지만, 공격적인 홍보전을 펼친 끝에 무대를 호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MBC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연기진과 촬영 팀을 호주 브리즈번으로 안내했다. 

 텔레비전에 호주 풍광이 잠시 비친다고 무슨 홍보가 될까 싶지만, 의외로 그 효과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드라마 속 이국적인 풍광은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여행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라고 그는 말한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중국·타이완으로까지 수출되어 예상치 못한 성과까지 거두었다.  

 호주관광청 직원 네 명이 진행하는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일반들에게 호주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문의 전화를 받아주는가 하면, 여행사 직원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 사전 답사 여행)를 열어 호주에서 무엇을 보고 먹고 경험해야 하는지 세세히 전달한다.

기업체와 여행 업계를 대상으로 여는 ‘호주 비즈니스 투어리즘 세미나’도 중요한 행사이다. 수백 명씩 포상 휴가를 보내는 기업의 간부들을 만나 ‘직원들을 호주로 보내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최승원 지사장은 “항공사로 하여금 호주의 여러 도시로 비행기를 자주 띄우게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다”라고 말한다. 비행기가 얼마나 뜨고 내리냐에 따라 여행객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홍보전 덕일까. 호주를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늘어났다. 지난 2000년에는 한국인 15만7천여 명이 호주를 찾았지만, 그 뒤 꾸준히 늘어나서 지난해에는 25만명을 돌파했다. 호주를 찾은 중국인이 28만5천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호주관광청 직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호주정부관광청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호주 관광청장과 관광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관광청장은 올 3월29일에도 한국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현재 호주를 홍보하고 있는 곳은 호주정부관광청뿐만이 아니다. 서호주관광청 등 여러 주 관광청도 국내에 들어와 활발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호주는 한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가운데 1, 2위로 꼽힌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재방문율(47%)은 싱가포르(80%)보다 높지 않다. 최승원 지사장은 올해 목표로 재방문율 늘리기와 여행객 20% 증가로 세웠다. 인센티브 여행객도 더 많이 유치할 계획이다. 이처럼 과중한 업무 탓에 1년이 넘도록 퇴근 시간(오후 5시30분)에 나가본 적이 없지만, 강인주 과장은 일에 상당한 긍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상품을 알리고, 그 상품에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어 즐겁다.”

“캐나다라는 고급 상품을 판다”

 
 
캐나다관광청www.travelcanada.or.kr) 사람들도 바쁘기는 매한가지이다. 이영숙 홍보실장은 요즘 사무실에 있는 날이 거의 없다. 이틀이 멀다 하고 지방 출장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20여 차례 열린 지방 강좌에서 그는 여행사 직원들에게 캐나다의 볼거리를 설명하고, 특색 있는 여행 상품을 제안한다. 강연이 끝나면 그는 곧장 사무실로 돌아온다. 미디어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서울시내 수십 개 여행사에 이런저런 캐나다 상품을 만들라고 제안하고 캐나다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이유는 워낙 ‘소수 정예’로 일하는 탓이다. 인력은 네 명뿐인데, 행사는 좀 많은가. 그 와중에 저비용 고효율을 겨냥한 이벤트도 열어야 한다. 지난해에는 한 MP3 업체와 손잡고 학생들을 어학연수 보내는 행사, 패스트푸드점 컵에 관광청 로고와 관련 사진을 새기는 행사 등을 열어 캐나다를 알렸다.

또 한 맥주 회사와 손잡고 맥주 상자에 새긴 행운 번호가 당첨된 사람 열 명을 캐나다로 안내하기도 했다(그 덕에 맥주 회사는 1.6리터들이 2개가 든 특별 상품을 33만 상자나 팔았다). 이영숙 실장은 “우리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이벤트를 연다. 올해에도 의류회사·커피전문점 등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실장은 자신이 ‘고급 상품’을 판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캐나다는 고급스러운 여행지이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같은 거리(비행기로 12시간)에 있는 호주는 시차가 한 시간밖에 안 되어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드는데, 캐나다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와 그의 동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인들의 피 속에 내재된 모험 정신을 일깨워 더 멀리, 더 낯선 곳으로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캐나다의 장엄한 대자연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캐나다관광청 사람들이 열심히 뛴 덕에 지난해 캐나다를 방문한 한국인은 약 18만명. 지금도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방문객 수를 더 늘리기 위해 그는 올해에는 지방 마케팅에 더욱 신경 쓸 예정이다.  “캐나다는 ‘끝없는 발견’이 가능한 곳이다. 캐나다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 점을 이해하고 돌아왔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이실장은 말했다.  

 
 홍콩관광청(www.discoverhongkong.com/kor)도 ‘정예 부대’를 운영한다. 1993년에 업무를 시작한 홍콩관광청에는 유환규 대표를 포함해 모두 여섯 명이 근무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호주·캐나다 관광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홍콩의 다양성을 널리 알리고, 한국인들이 홍콩에 대해 좀더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좀더 안락하고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홍콩을 여행하도록 돕는다. 그 일환으로 5월26일 잠실체육관에서 ‘홍콩 대탐험의 해’ 뮤직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사실, 홍콩은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할 거리가 풍부하다. 그 덕에 지난해 한국인 9백여만 명이 홍콩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금요일 밤에 떠나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도깨비 투어’로 홍콩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다녀온 사람이 많고, 지역이 좁아 재방문하는 여행객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홍콩관광청 직원들은 최근 개장한 홍콩 디즈니랜드·습지공원·아시아월드엑스포, 옹핑 반야심경 산책로 등을 알리고 있다. “가족 여행객, 인센티브 여행객을 더 유치하기 위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영화·패션·음식 등 아직도 홍콩의 매력은 무한하다”라고 유환규 대표는 말했다.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일본관광청·www.welcometojapan.or.kr)는 다른 관광청들에 비해 좀 느긋한 편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2005년 한 해에 배와 비행기로 대한해협을 건넌 한국인은 모두 1백60만 명. “2, 3년 전부터 수학여행단이 대폭 늘었다. 최근 16개 현 관광사무소가 한국에 들어와 올해에는 더 많은 사람이 일본을 방문할 것이다”라고 김자경 과장(홍보 담당)은 말했다.  

 
 일본관광청 직원은 모두 여덟 명. 그 가운데 세 명이 파견 나온 일본인이다. 특이하게도 현지인이 직접 자국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관광청 등도 현지인들이 소장으로 있다. 그러나 일본관광청 사람들은 자주 어려움에 빠진다.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정부 간에 외교적 마찰이 생기면 정말 난감하다”라고 김자경 과장은 말했다.


일본이라는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악재 가운데 하나이다. 다녀온 사람이 늘어나면서 일본에 대해 새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관광청은 여행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와 지역 설명회 등을 분주하게 열고 있다.
 태국은 세계 제일의 관광지이다.

태국관광청, 사스·조류독감 등으로 곤욕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 태국을 찾는 한국인들의 숫자는 들쭉날쭉했다. 급작스레 출몰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조류독감, 쓰나미 탓이다. 주한 태국관광청(www.tatsel.or.kr) 직원 8명이 홍보에 애를 먹는 대목이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소문을 내도 간헐적으로 방송되는 ‘사고’ 소식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태국을 다녀온 한국인은 약 90만 명이었다. 2004년 말 쓰나미가 발생했음에도 관광객 숫자가 이 정도 되는 이유는, 그만큼 태국이 매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태국관광청 김수진 홍보부장은 “가깝고 저렴한 데다,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한 탓에 인기가 식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태국은 한국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지만, 전혀 다른 문화 양식을 갖고 있다. 

 요즘 태국관광청은 새로운 곳을 발굴해 소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끄라비(수도 방콕에서 남쪽으로 8백14㎞ 떨어진 해양 도시)도 그 중 한곳이다. 자유 여행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상품도 개발 중이다. 다가오는 6월9일을 전후해서는 대대적인 홍보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국왕 즉위 60주년이 되는 시기여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김수진 부장은 “태국은 남녀노소가 가볍게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모든 이들에게 더 높은 성취감과 스릴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스위스관광청, 괌관광청, 터키관광청, 네팔관광청, 인도관광청 등 30여 나라의  관광청 사람들이 자국을 더 깊이, 더 감동적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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