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풍자 코미디 ‘사망’
  • 황지희(PD 저널 기자) ()
  • 승인 200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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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곤 타계·<폭소클럽> 폐지…10, 20대용 개그만 남아
 
최근 사망한 김형곤씨는 ‘탱자 가라사대’,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에서 정치풍자 코미디를 개척하고 이후 스탠딩 코미디를 한국에 자리잡게 했다. 또한 김형곤씨는 방송심의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인물이기도 하다. iTV에서 방송된 <김형곤 쇼>는 2000년 방송위원회로부터 지상파 방송사 최초로 프로그램 중지 명령을 받았다. 성(性)을 지나치게 상품화하고 전직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문제가 된 내용은 부부 간의 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장면과 전직 대통령이 칼국수만 먹다가 머리가 나빠졌다고 표현한 부분이다. 코미디에서 정치는 금기였다.

제2의 김형곤이 탄생할 수 있을까? 적어도 텔레비전에서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사회적 이슈를 건드렸던 KBS <폭소클럽>조차도 지난 3월6일 막을 내렸다. <폭소클럽>은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 ‘바퀴 달린 사나이’ ‘마른인간 연구-X파일’ 같은 코너에서 사회 문제를 풍자해 왔으나 결국 낮은 시청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가고 있다. KBS <개그 콘서트>, MBC <개그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KBS와 SBS는 신인 발굴을 위한 전략으로 <개그 사냥>, <개그 1>도 각각 따로 두고 있다.

이렇게 코미디 프로그램은 넘쳐나지만 웃음의 다양성은 부족하다. 대부분 10, 20대만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형식이 다 비슷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코미디언의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작가층도 얇아지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30대만 넘어가도, 보고 웃을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이 문제를 방송사나 코미디언의 탓으로만 돌리기도 힘들다. 제작진들은 사회 풍자 코미디를 하고 싶어도 당사자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 ‘자기 검열’에 빠진다고 말한다. 코미디에 도둑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본인들의 집단 반발이나 항의가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방송가에 떠돌 정도이다.

또 당사자들은 정치 풍자에도 관대하지 않다. 2004년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헤딩라인 뉴스’에서 야당 대표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소개했다가 결국 여론을 이기지 못해 이 코너를 폐지했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한국과 상황이 사뭇 다르다. 지난 달 미국 NBC <투나잇 쇼(Tonight Show)> 진행자 제이 레노는 “체니 부통령이 사격을 하다가 변호사를 쏘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안 뒤 그의 지지도가 92%까지 치솟았다”라고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국민들은 물론 변호사나 정치인 가운데서도 반발하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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