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지구 탐험, 직접 해볼래요?”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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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체험’하는 테마 여행 상품 인기…가격 비싸지만 만족도 ‘최고’

 
“부모님 효도 관광 상품은 비싼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값싼 패키지 여행은 효도 관광이 아니라 ‘고려장’이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 만났던 한국인 여행 가이드 오정석씨(36)가 한 말이다. 스위스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오씨는 유럽 왕복 항공권 값과 비슷한 헐값 패키지로 유럽 여행을 왔다 벅찬 일정을 소화하지 못해 도중에 돌아가는 노인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이런 상품은 대개 11시간씩 장거리 비행을 하고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관광버스에 올라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쉴 틈도 없이 5~6시간씩 달려 관광지로 향하는 등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일정이 빼곡하다. 현지 여행사가 부족한 경비를 메우기 위해 팁과 쇼핑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씨는 “자식들 덕에 유럽 여행을 한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왔던 노인들이 형편없는 서비스와 강행군 일정으로 고생한 뒤 가슴에 멍만 안고 돌아간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해외 출국자 수는 1천7만8천 명, 한국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 여행 경험자가 많다 보니 빡빡한 일정과 예정에 없던 팁·쇼핑을 강요하는 패키지 해외 여행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한 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여행 피해 구제 건만 4백4건으로 2004년에 비해 11.3%나 늘었다. 여행 서비스 부실이나 계약 취소에 따른 불만이 대다수다.

하지만 잘만 고르면 해외 여행 상품도 입맛에 맞을 수 있다. 천편일률로 패키지 여행 상품만 내놓던 대형 여행사들이 올해부터는 자유 여행이나 테마 여행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 김희선 팀장은 “여전히 패키지 여행자 수가 많기는 하지만 해외 여행 경험자가 늘면서 자유 여행이나 테마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추세에 맞추어 여행사들도 다양한 유형의 자유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설립 초기부터 자유 여행에 초점을 맞추어온 넥스투어는 올해를 아예 ‘테마’와 ‘맞춤형’ 자유 여행의 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쇼핑·휴양·미식·문화·레포츠 따위 테마에 따른 자유 여행 상품을 가짓수대로 내놓고 있다. 특화된 테마 상품만 전문적으로 내놓는 중소 여행사들도 늘고 있다. 해외 여행도 골라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행 상품을 골라야 할까.  

스릴 넘치고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해외 여행을 선호하는 이라면 반가워할 소식이 있다. 몇 달 전 종영된 KBS 프로그램 <도전 지구 탐험대>를 기억하는가? 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면서 이색적인 문화와 체험을 소개했던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저기 좀 가보았으면…’ 하고 꿈꾸었던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바다의 집시’들과 수상 생활하기도

<도전 지구 탐험대>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프로듀서(PD) 여덟 명이 모여 ‘도전 지구 탐험대’라는 여행사를 차렸다. 이 여행사에서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를 따라 독특한 체험을 하는 여행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도전지구탐험대’ 안주영씨는 “우리 팀이 10년 동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며 개발한 지역이 1천 곳이 넘기 때문에 다양한 여행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당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가 여행 기획자이자 탐험 대장이고, 산악인 엄홍길씨나 아프리카 전문가 김광수 교수 같은 전문가도 함께 할 것이다. 탐험 대장과 전문가를 따라 다니며 텔레비전 속 출연자가 보고 체험했던 것을 똑같이 누려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코타키나발루 바자우족 해상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프로그램을 보자. 코타키나발루의 리조트에서 휴양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은 다른 여행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바다의 집시’로 불리는 바자우족 해상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여행 상품은 거의 없다. 도전지구탐험대는 바자우족의 해상 가옥에서 원주민과 함께 지내며 낚시나 각종 해산물 사냥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 철씨는 “이곳은 어장이 풍부해서 랍스터·게·전복 같은 해산물이 풍부하고, 청새치나 참치 같은 물고기도 쉽게 낚을 수 있다. 바다와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아야 할 곳이다”라고 말했다. 이 여행 코스에서는 길이가 100m도 채 안 되는 작은 무인도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해산물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지상 최고의 스킨스쿠버 포인트로 알려진 시파단에서 스킨스쿠버를 해보는 기회도 있다.

또 도전지구탐험대는 귀하고 비싸기로 유명한 히말라야 석청을 따러 가는 여행 상품도 내놓는다.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네팔의 포카라를 지나 심심 산골에 숨어 있는 석청 마을 ‘구르자’를 찾아가 석청 따기 체험을 해보고, 석청을 구입해 오는 코스다.
히말라야 석청은 해발 2천5백~4천m의 고산 지역에 있는 기암절벽에서 채취하는 꿀로 성경과 불경에도 언급된 신비의 물질이다. 국내에서는 한 재벌그룹 회장이 그 석청을 얻기 위해 매년 네팔을 찾는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재벌 회장만 누렸던 ‘호사’를 일반인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물론 이 여행사에서 제시하는 대다수 프로그램은 이른바 ‘럭셔리한’ 휴양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고생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뻔한 패키지 여행에 흥미를 잃었다면, 그래서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매혹적일 것이다. 도전지구탐험대는 4월 초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색적인 여행 상품을 내놓은 전문 여행사는 많다. 히말라야·킬리만자로를 비롯한 세계의 명산을 찾아다니는 여행 상품으로 유명한 티앤씨여행사, 티벳과 히말라야·아프리카의 오지만을 찾아다니는 여행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혜초여행사를 비롯해 오지 여행 전문 여행사만 열 곳이 넘는다.

일정 자유롭게 짜는 ‘내 맘대로 여행’도 각광

‘고생하는 여행은 싫다. 근사한 곳에서 편하게 쉬며 적당한 관광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이라면 휴양 여행 상품을 골라야 한다. ‘여행의 명품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GN트래블은 고객 취향에 따른 맞춤 여행 서비스로 유명하다. 이 여행사에서는 똑같은 발리 여행이라고 해도 가족 여행이냐 효도 여행이냐 신혼 여행이냐에 따라 일정과 서비스 내용이 달라진다. 가족 여행 고객에게는 풀 빌라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낼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한다. 풀 빌라의 전용 풀에서 가족끼리 지내고, 하루나 한나절 정도만 관광할 수 있도록 코스를 짠다. 효도 여행 고객을 위해서는 일정을 느슨하게 구성하고, 1달러씩 미리 봉투에 넣어 매너 팁을 준비해 준다. 호텔이나 식당에서 얼마나 팁을 주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노인 여행객들이 마음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특수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의 쇼핑도 한 번으로 제한해 강요된 쇼핑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상품을 짠다.

 
GN트래블 이지희 과장은 “속이지 않는 여행 상품을 만들다 보니 패키지 상품보다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가이드 팁이나 강제 쇼핑으로 나가는 돈을 감안한다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특별 이벤트나 판촉을 통해 싸게 나오는 상품도 있지만, 여행은 제 값 주고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내 맘대로 여행’을 꿈꾸는 이라면 항공권과 호텔만 정하고 여행 일정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에어텔이나 호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와 자유 여행 상품을 주로 내놓는 넥스투어는 항공과 호텔을 엮고 전문가들의 추천 일정을 제시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행사들은 호텔이나 항공사와 싼 가격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여행자가 항공권과 호텔을 직접 예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편이다.

에어텔이나 호텔 패키지는 약간의 고생을 감수하고 모험을 즐기는 배낭 여행객들이 주로 선호한다. 지난 겨울 호텔 패키지로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지은씨(25)는 “패키지 배낭여행보다는 자유롭고, 숙박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 완전 자유 여행보다 편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호텔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별 세 개 또는 네 개짜리 호텔이라고 하나 국내 모텔 수준보다 못한 곳도 있었다는 것이다.

주말 또는 징검다리 휴일을 이용한 ‘도깨비 여행’을 즐겨 하는 이라면 선택의 폭은 더 넓다. 도쿄·홍콩·상하이 등을 1박3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20만~30만 원대의 저렴한 경비로 다녀올 수 있는 상품들을 여행사마다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은 강요된 쇼핑과 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현명하게 골라야 한다(상자 기사 참조). 인터넷만 잘 활용해도 여행 상품 정보는 즐비하다. 즐거운 여행 준비를 하려면 돈과 시간 둘 중 하나만은 기꺼이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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