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개그는 ‘내리막’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3.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토크 프로그램 <야심만만> 등은 초강세

 
‘재미 이론’ 연구가들이 가장 흥미롭게 탐구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게임 트렌드가 아케이드 게임에서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으로 옮겨가는 현상이다. 아케이드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트렌드가 옮겨지면서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새롭게 게임 시장의 종주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아직도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박스 등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이 많지만 트렌드는 온라인 게임으로 가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예측 가능성에 있다. 단계별로 프로그램이 고정된 아케이드 게임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게임에서는 고도의 계산된 플레이와 숙련도가 게임의 관건이 된다. 그러나 롤플레잉 게임이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온라인 게임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상황마다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이와 관련해 계산된 플레이에는 일본인이 강하고 순발력 있는 플레이에는 한국인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이 인기이고 한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인기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케이드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성패를 좌우했던 예측 가능성이 텔레비전 쇼·오락 프로그램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서도 예측 가능한 웃음보다는 예측이 안 되는 웃음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호하는 현상은 쇼·오락 프로그램 흥행의 부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정한 패턴이 있는 코너들로 구성된 KBS <개그 콘서트>나 KBS <폭소 클럽>, SBS <웃찾사> 따위는 예측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아케이드 게임과 흡사하다. 반면 SBS <야심만만>이나 KBS <상상플러스-올드 앤 뉴>, KBS <해피투게더-프렌즈> 같은 토크 프로그램은 출연한 게스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온라인 게임을 닮았다. 

그런데 예측 가능한 웃음에 의존하는 정규 개그 프로그램은 대부분 내리막이다. <개그 콘서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청률에서 고전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을 들여다봐도 한계에 달한 모습이다. 프로그램끼리 서로 코너를 베끼고 출연하는 개그맨은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로 패러디하고 있다. 급기야 <폭소 클럽>은 3월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반면 <야심만만> <상상플러스-올드 앤 뉴> <해피투게더-프렌즈>는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