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도가 만든 ‘꿈의 빛’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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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라이팅 변태현 사장, ELS 방식 조명 개발

 
  “조명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명확하다. 첫째, 무조건 밝아야 한다. 둘째, 눈에 전구가 보여야 한다.” 에이블라이팅의 변태현 사장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자조하듯 말한다.  

변 사장이 개발한 조명 시스템은, 그런 한국인에게 다소 낯설다. 패널 자체가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여서 어디까지 광원이고 어디부터 조명 기기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 게다가 불빛이 휘황하지 않아서 그리 밝다는 생각을 못하는데, 조도를 재보면 생각보다 높게 나온다. 

기존 광원을 쓰면서도 혁신적인 조명 기기가 가능할까. 변사장이 개발한 조명 기기는 그 답을 보여준다. 광원은 지름이 16mm로 가는 형광등인 T-5. T-5 형광등은, 이미 유럽에서는 기존의 ‘뚱뚱한’ 형광등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신모델이다. 여기에 빛을 잘 투과시키는 아크릴 도광판을 적용해 효율을 높였다. 

변사장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도광판에 있다. 세계 최초로 ELS(Edge Lighting System) 방식을 채택한 생활 조명 기구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도광판 조명 제품은 광고용으로 주로 쓰였다. 생활 조명으로 쓰기에는 조도가 낮았다. 변사장은 도광판을 3차원으로 V커팅하는 기법을 개발해 조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고, 동시에 눈부심도 잡았다. 날씬한 형광등이 아크릴 도광판 안에 쏙 들어가기 때문에 디자인도 슬림하다. 변사장은 이 제품으로 삼성전자 건물의 내부 조명 시공권을 따냈다. 변사장은 원래 조명이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아크릴 사업을 하다가, 아크릴을 소재로 한 조명 기기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그가 보기에 조명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30평형 아파트에도 조명 기기 값이 고작 50만원, 많아야 1백만원에 불과한 것이 그 예이다. 그는 “건축 자재 가운데 아직도 저급품이 횡행하는 곳은 조명 분야뿐이다”라고 말한다. 창호나 벽지, 부엌 시스템 등 인테리어 요소가 대부분 고급화했는데, 조명 기구는 대부분 개당 6만원짜리 저급품을 쓴다. 그렇지 않으면 고가의 수입품을 써야 한다.  

변사장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화한 조명을 찾는 미래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되면 고급 제품을 찾는 수요가 갑자기 커진다는 것. “현재 고급 제품이 20% 정도라면, 어느 순간 갑자기 80%로 역전된다. 수입 제품에 그 시장을 통째로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변사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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