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노화, 그까이 꺼!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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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게 오래 사는 비결 / 노동과 담소 즐기면 보약이 따로 없어

 
 노화는 지구상의 ‘1급 비밀’에 속한다. 발생 이유와 과정이 모두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다. 그 탓에 노화는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병’으로 불린다. 실제 노화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다. 증세는 보일 듯 말 듯 나타난다. 지금까지 밝혀진 증세는 대략 20여 가지. 뚜렷한 병은 없지만 아프다, 근육량과 에너지가 감소한다, 관절이 뻣뻣해진다, 피부 탄력이 떨어진다, 주름이 늘어난다, 기억력이 감소한다 따위가 그것이다.

 수백 년 전부터 그 증세를 늦추려는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왕과 명망가들이 불로장생을 꿈꾸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현대 사회 들어 그 꿈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발달한 공중보건과 의술 덕이다. 현대 사회의 50, 60대들은 의술이나 심신 수련법을 통해 20~30년을 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무엇을 통해 노쇠를 늦추고 있을까.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한다.   

 나쁜 습관은 버리고, 친구는 챙겨라

 노화를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쁜 생활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흡연은 가장 유명한 악습관이다. 50세 이전의 지나친 흡연은 노화를 앞당긴다. 몇몇 연구 자료를 종합해 보면, 30년 동안 꾸준히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기 사망할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 흡연이 수백 가지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말은 이제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나무와숲)에서 적응적 방어기제를 키우라고 충고한다. 적응적 방어기제란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일 없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성숙한 방어기제를 지니고 있다”라고 그는 말한다.

 알코올 중독도 ‘건강한 노화’를 방해한다. 반면 알맞은 체중과 안정적인 결혼, 정기적인 운동은 건강한 노화를 도와준다. 재미있는 점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담배를 끊거나, 음식을 조절하거나, 술을 자제하는 데 더 성공한다는 점이다. 베일런트 교수는 사회적 유대가 건강한 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 친구나 가족, 형제들과 친밀하게 지낼수록 노화의 속도가 지체된다는 것이다.   

먹는 것을 줄여라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는 소식(小食)도 노화를 늦추어 준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소식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 양을 30~60% 줄이면 노화가 현저히 느려진다. 동물 실험에서 그같은 결과가 뚜렷이 확인되었다. 어떤 동물이든 음식을 적게 먹은 동물이, 일반적인 양의 음식을 섭취한 동물보다 오래 살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죽음이 뒤로 미루어질 뿐만 아니라 뼈의 강도와 두께, 뇌 기능, 면역 기능이 잘 유지된다. 

 
 일본 오키나와 주민의 사례는 소식이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오키나와는 100살 이상 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독특한 식습관 덕이다. 그들은 다른 일본인들보다 돼지고기를 많이 먹고, 야채는 세 배 더, 생선은 두 배 더 먹는다. 그런데도 전체 칼로리 양을 놓고 보면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의 보통 사람들보다 평균 20~40% 더 적게 섭취한다. 100세 때에도 알프스에서 산악 스키를 즐긴 미우리 게이조 씨(1904년생)도 자신의 장수 비결을 소식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노화연구소 마르쿠스 메트카 원장은 소식의 효과를 13가지로 정의한다. 지방층 감소, 혈당 수치 감소, 인슐린 수치 감소, 암 위험 감소, 신경 전달 물질 생산 증가, 학습 능력 향상, 여성의 임신 능력 기간 증가, 당뇨병 위험 감소, 자가 면역 질환 감소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소식을 처음 시작할 때,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신진대사 이상에 당황할 필요가 없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신체를 회복시켜주는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얼굴과 피부를 더 하얗게

 과거에는 화장만이 노화를 예방하는 거의 유일한 비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최첨단 의료 기기와 놀라운 약제 덕에 검버섯 돋은 피부가 마치 어린아이 피부처럼 바뀌는가 하면, 얼굴 위에 깊게 파인 주름이 마술같이 사라진다. 최근 유행하는 미용법은 주름진 얼굴을 동안(童顔)처럼 만드는 성형술이다. 아이들은 이마가 넓고 눈이 크다. 그 바람에 시원하고 밝게 보인다. 반면 일반인들의 이마 비율은 얼굴의 20% 안팎에 불과하다. 따라서 왠지 칙칙하게 보이기 십상이다. 이때 이마를 넓게 펴거나 쌍꺼풀을 만들면 나이가 한층 덜 들어 보인다.

 피부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의 피부는 각질층이 얇고, 잡티가 없고, 뽀얗다. 흔하지 않지만  어른들 중에도 뽀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있다. 그들은 그 덕에 ‘나이보다 몇 살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많은 어른이 그 말을 듣고 싶어 피부과를 찾는다. 그들을 위해 의사들이 쓰는 시술은 ‘스킨 스케일링’과 ‘바이털 이온트’라는 기술이다. 스킨 스케일링은 피부를 덮고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 피부를 투명하게 바꾸어 놓는다. 바이털 이온트는 피부를 하얗게 개선시켜 놓는다.

 
 나이 들어 점점 칙칙해지는 피부를 밝게 보이도록 만드는 기술은 ‘IPL’이나 ‘포토RF’이다. IPL은 복합 파장의 특수 광선을 이용해 피부 깊숙이 자리 잡은 색소를 제거한다. 포토RF는 IPL 기능에 고주파 열까지 포함하고 있어, 기미?주근깨?잡티?주름?피부 처짐까지 말끔히 제거한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프락셀 레이저’의 효과도 주목된다. 피부 전문가 임이석 박사(테마피부과 원장)는 “수천개의 조그만 ‘미세 열 치료 존’을 이용해 노화가 이루어졌거나 색소 침착이 진행된 피부를 탱탱하게 만든다”라고 설명한다. 
 노화의 상징인 주름은 주로 고주파 열 치료기를 이용해 지운다. 나이가 너무 들어 고주파 열 치료가 불가능한 중년들에게는 ‘심부 피부 재생술’을 시도한다. 이 기술은 특수 용액을 이용해 바깥의 피부층을 벗겨내는, 박피술의 한 가지이다. 그 과정에서 콜라겐과 탄력 섬유를 새롭게 소생시키고, 입가와 눈가의 주름과 잡티?검버섯?피부 늘어짐 따위를 일시에 제거한다.

 잔주름 제거에는 보톨리누스 독소(보톡스)가 종종 쓰인다. 시술 방법이 간편하고, 시간이 짧아서(5~10분) 최근 이용자가 점점 느는 추세이다. 이마에 생기는 수평 주름, 입가의 팔자(八字) 주름이 ‘주요 목표물’이다. 그러나 보톡스는 잘못 맞으면 눈꺼풀이 축 처지고, 표정을 짓는 데 어려움이 따르므로, 사용하는 데 주의를 요한다. 
 피부의 노화는 10대 때부터 시작된다. 짱짱한 햇볕 탓이다. 전문가들은 아동기에 햇볕을 얼마나 쬐었느냐에 따라 주름의 깊이와 개수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햇빛을 피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햇빛 속에 포함된 자외선 A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피부를 재생시키는 콜라겐 같은 물질을 파괴한다. 턱을 괴거나 엎드려 자는 습관도 주름을 만들므로 피해야 하는 습관이다. 

호르몬은 신비의 묘약인가

 
 체내 호르몬은 미세하지만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사람을 활기차고 매력 있게 만들거나, 성적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엄청난 일을 수행하지만, 몸속 호르몬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몸무게 75kg인 남자가 대략 1g 정도를 갖고 있다. 특히 남성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다. 이 호르몬은 남성을 ‘남성답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40세부터 매년 10%씩 그 양이 줄어든다. 그 결과 성욕과 근력, 그리고 공간 지각력이 떨어진다.

 성장 호르몬과 노화의 연관성은 1990년 내분비학자 대니얼 루드먼 박사가 처음 확인했다. 61∼80세 남자 12명에게 6개월 동안 매주 3회씩 성장 호르몬을 주사한 결과, 근육이 늘어나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줄어들고, 피부의 탄력성이 좋아지고, 수면 상태가 나아진 것이다.
 그 뒤로 각종 호르몬 치료법이 생겨난 것은 당연했다. 의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제약사들이 만든 비법은 몸에 주입하거나 바르는 호르몬 보충제였다. 그 제제들의 결과는 ‘신통방통하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바르는 호르몬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의 성욕과 힘을 강화시키고, 뼈의 밀도를 높이며 비만도 예방해준다.
 그러나 부작용도 발생한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보충제들은 적혈구 수를 늘려서 뇌졸중 유발 원인인 혈괴(혈관 밖으로 나와 응고된 핏덩어리)를 늘리고, 전립선암과 심장마비 위험을 높인다. 여성의 호르몬 요법도 비슷하다. 에스트로겐 양을 늘려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기억력을 높여주지만, 심장병이나 뇌줄중 같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적당한 운동과 노동, 유머도 노화를 억제해준다. 특히 운동은 뇌의 혈행(血行)을 향상시켜 노인의 정신(뇌)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또 경미한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하버드 대학의 토머스 펄스 박사 같은 전문가는 운동을 ‘은행에 금을 넣어두는 것과 같다’라고 치켜세운다.
 한 연구에서는 육체 활동으로 1주일에 2천㎈의 열량을 소모할 경우(하루 1시간 정도 걷는 운동량) 수명이 2년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동의 효과는 간단히 열거해도 10가지가 넘는다. 근력과 유연성 향상, 근육의 조화로운 활동 도모, 자긍심 충족, 수명 연장, 체력 보강, 산소 소비량 증가….  



나의 실제 나이는 몇 살일까? 

 나이는 몸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정신으로도 먹는다.  몸은 60대지만, 정신 연령은 30, 40대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생물학적 나이란 우리가 언제 태어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를 나타낸다. 반면 보이지 않는 신체 나이도 있다. 그 나이는 생물학적 나이에 상관없이 생활 습관, 행동 방식, 운동량, 식사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진다.
 노화를 연구?치료하고 있는 ‘라 클리닉 드 파리’의 김명신 원장은 ‘신체 나이 체크 리스트’를 담은 책을 2월 말 펴낼 계획이다. 그는 “노화는 생물학적 나이에 따라 오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나이에 따라 일찍 오기도 하고 더디 오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신체 나이를 알면 자신에게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고, 신체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권하는 신체 건강 체크 리스트 20여 가지 가운데 세 가지를 소개한다.  

뇌의 나이
*다음 질문에 해당되는 답을 모두 고르시오.
①좋은 음악이나 그림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 ②특별히 좋아하거나, 즐겨 듣는 음악이 없다 ③특별히 좋아하는 향수가 없다 ④냄새를 잘 못 맡는다 ⑤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잘 모른다 ⑥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⑦뜨거운 물에 들어가도 뜨겁다는 느낌이 잘 안 든다 ⑧사랑하는 사람이 없다
(진단)6~8개:감각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이 70대 이상이다
      3~5개:감각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이 40, 50대 이상이다
      0~2개:감각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이 20, 30대 수준이다 

피부
*다음 질문에 해당되는 답을 모두 고르시오.
①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8잔을 넘지 않는다 ②피부가 건조해 하얗게 일어날 때가 많다 ③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고, 자정을 넘기기 일쑤이다 ④선탠을 자주 한다 ⑤세안을 꼼꼼히 하지 않는 편이다 ⑥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다 ⑦피부 트러블이 잦은 편이다 ⑧피부색이 창백하거나 황달기가 있다 ⑨머리카락과 손톱이 쉽게 갈라진다
(진단)6개 이상: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점을 찾아 빨리 개선해야 한다
      3~5개:피부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1~2개:피부 상태가 좋은 편이다. 계속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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